정부는 16일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에 대한 정밀 부검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부검 집도의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서중석 법의학부장과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검 결과와 박 씨의 옷을 검사한 결과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국과수는 박 씨가 2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총알 두 발을 맞아 사망했다는 사실 외에,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몇 명이 발사했는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는 북측의 협조에 의해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다음은 서중석 부장, 김동환 실장의 설명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쟁점들이다.
■ 총알을 몇 발, 어디에 맞았나?
부검 결과, 등과 엉덩이 두 곳에서 총창(총상)상이 발견됐다. 모두 관통상이다. 하나는 총알이 등에서 들어가 오른쪽 가슴으로 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엉덩이에서 시작해 왼쪽 엉덩이로 나가며 만들어졌다. 두 총창은 지평과 평행하게 형성됐다.
서중석 부장은 '사입구'(射入口.총알이 들어간 구멍)의 크기는 두 발이 동일했다"고 소개한 뒤 "사입구 크기는 0.5cm이며, 실탄의 크기는 5.5밀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탄의 크기로 볼 때 총기의 기종은 유효 사거리 550m인 AK-74(일명 88식 자동보총)로 추정된다.
관광객 목격자들은 총성이 두 번 울렸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북측 관계자들은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에게 공포탄 1발과 조준사격 3발 등 총 4발을 격발했다고 주장했다.
■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쏘았나?
부검과 의복 검사에 따르면 2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쐈다는 것 외에 정확한 사거리를 밝히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서 부장은 "사입구, 제출된 의복, 내부 장기 손상 등을 종합할 때 원사(遠射)로 판단했다"라며 "원사란 장총의 경우 사거리가 1~2m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 전문용어"라고 설명했다. 장총의 경우 접사(몸에 붙여 쏜 것), 근접사(15cm 떨어져 쏜 것), 근사(1~2m이내), 그리고 원사(2m 이상)로 구분된다.
그는 그러나 "부검으로 발사 거리를 추정하는 것은 곤란했다"고 말했다. 의복 검사를 했던 김동환 실장도 "옷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원사로 판단했다"고만 말했다.
■ 몇 명이 쏘았나?
총알 하나는 가슴을 관통하고 다른 하나는 엉덩이 좌우를 관통했기 때문에 총알이 날아온 방향은 거의 직각이다. 따라서 초병 한 명이 박 씨를 쫒아갔다는 북측의 설명이 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른 방향에서 두 명이 쐈을 수도 있고, 초명 한 명이 첫 발을 맞춘 뒤 이동해 다시 한 발을 발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검만으로는 그같은 추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서 부장은 "동일한 총으로 같은 타깃에 발사했을 경우 탄흔은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따라서 총기가 하나였느냐 둘이었느냐를 부검 소견이나 의복 검사로 판단하는 건 과학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 부장은 두 명이 동시에 몇 초 간격으로 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라며 "본 건에서는 어떤 부위가 먼저 사격을 받았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 북한 초병들이 현장에서 사건 조작을 시도했나?
사건 발생 위치를 속이기 위해 시신을 이동시켰다면 그에 따른 흔적이 시신에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 부장은 "끌려 다녔다든지 과하게 넘어졌다든지 하는 손상은 특별히 없었다"라며 "자그만 상처가 있었는데 데이터가 많이 축적 되어야 법의학적 해석이 가능하다"고만 말했다.
■ 초병에 쫓기다 총을 맞았나, 산책하다 맞았나?
서 부장은 "어떤 상태에서 총을 맞았는지 정확하게 규명하기에는 아직 곤란하다"라며 "서 있었다, 활동이 적었다 같은 것을 단정해서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했다.
군 경계지역을 표시하는 모래 언덕을 넘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몸 한 군데에만 모래가 묻었으면 그런 얘기를 해볼 수 있지만, 전신에 모래가 묻어 있었다"라고 말해 판단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 추가 사실 알 수 있을까?
국과수는 현재 관광객들이나 정부로부터 확보한 현장 사진을 중심으로 사건 발생 시간에 여성 관광객임을 식별할 수 있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서 부장은 "수사 목적으로 촬영된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지 더 조사해 봐야 안다"고 답했다.
사용된 총기가 몇 개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초병들의 총기류를 모두 압수해 검사해야 가능하다는 게 서 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이 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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