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 메시지를 또 공개하며 행동 변화를 촉구했지만 북한의 무대응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윤만준 사장 "북측 입장 변화 없어"
금강산 지역에 나흘간 머물렀던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15일 귀환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합동 조사 방안을 북측에 강력히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하는 북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만준 사장은 "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북측의 명승지개발지도국 현지 책임자 3명과 만났다"며 "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북측에 이 사건을 보는 남측의 시각, 정서, 심각한 여론에 대해 설명하며 이 사건을 수습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동 진상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설명하고 요구했으나 합동 조사는 필요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사장은 "북측 사람들로부터 사건 경위에 관해 일부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건 직후 처음에 우리한테 보고했던 내용하고 다소 다른 점이 있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윤 사장은 "북측에서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지금 막나오는 길이며 그 문제 대해서는 좀 정리를 해야 나도 이해가 될 것 같다"며 '다른 점'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9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 협의 내용을 설명한다. 그는 또 진상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현장 CCTV에 대해 "공개를 요청 했으나 TV는 작동을 안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이번에 가서 좀 뚜렷한 성과가 있었으면 했는데 만나서 남쪽의 일반적인 여론을 설명하고, 왜 합동 조사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요구하는데 그치고 큰 성과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북 전화통지문 또 공개
한편 정부는 이번 사건이 명백한 남북간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단 수용 및 관련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으나 북측이 수신을 거부함에 따라 전통문 전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전통문은 "북측은 '(남측) 인원의 신체·주거·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이하 합의서)' 제10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전통문은 이어 "쌍방 당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을 민간에게 맡겨 두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의혹만 증폭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측은 황부기 통일부 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금강산 현지에 파견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전통문은 또 "북측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는 남북간 정보 교환과 협력을 규정한 합의서 제12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조사단 방북 거부 등에 따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중국, 일본 등과 공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제공조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진행한 정밀부검 보고서가 정부 합동조사단에 제출되어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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