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연방법에 의해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업체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의 긴급처방은 당연한 것이며, 어느 정보 급한 불을 끄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데도 시장의 반응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관련 기사: "美 은행 파산 줄 이을 것")
패니매의 주식도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장 초반에는 긴급구제책 발표에 힘입어 30% 넘는 상승률을 보였으나 결국 8.3% 하락한 7.11달러로 , 프레디맥은 20%가 넘게 상승하다가 5.1% 하락한 9.73달러로 장을 마쳤다.
15일 아시아 증시의 동반 폭락이 초래된 것도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이들 업체의 모기지 채권이 총 8000억 달러에 달하며, 일본은 2280억 달러, 중국은 일본보다 많은 3760억 달러, 대만은 200억 달러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생명이 4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총 9개 금융회사가 5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금융감독원 15일 발표).
미국 정부의 구제책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비난은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로부터 나왔다. 그는 "두 업체는 근본적으로 지급불능 상태"라며 "미 정부의 구제책은 '완전한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아무리 두 업체가 미국의 모기지 시장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중(5조여 달러)를 갖고 있고, 정부가 보증하는 업체라고 해도 '밑빠진 독'이라는 것을 알면서 공적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로스 "생애 최고의 심각한 금융위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역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위기가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지급불능의 위기'라는 인식을 보이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 사태가 끝이 아니며, 전세계 금융시장의 동요는 우리 생애 최고의 심각한 금융위기"라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팀을 이끌었던 미국기업연구소(AEI) 빈센트 라인하트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부시 행정부의 긴급구제책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계속 반복되게 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대출상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한편, 미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더 큰 손실에 직면할 것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라인하트는 "정부가 자금 공급의 책임을 떠안은 이상 두 업체가 충분한 자본을 확보할 때까지 미국 정부는 계속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이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그 대가를 치르며 살게 된다"고 경고했다.
"부시 행정부의 구제책, 해피엔딩 못될 것"
그에 따르면, 우선 FRB가 주택금융을 추가로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고용창출과 물가 안정이라는 FRB의 기존임무와 충돌하는 것으로 FRB가 주택금융을 떠받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라도 유동성 공급을 장기간 끌고 갈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대마불사'라는 논리에 얽매여 정부가 나서게 되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업체(GSE)는 투자자를 안심시키며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지만, 경영은 민간이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대출을 하면서 잠재적으로 지급불능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미국 정부는 이들 업체들을 완전히 민영화시키거나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문제가 계속 반복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등 월가에 정평이 난 일부 분석가들도 미국 정부가 두 업체를 정부기관처럼 운영하는 양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 재무부 채권의 굴욕
미국의 주택시장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맞다면, 두 업체가 보유한 모기지 채권 및 모기지 연계채권(MBS) 보증 부실로 인한 상각규모가 1%만 된다고 해도 500억 달러(약 50조 원)일 정도로 너무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파산한 거대업체들을 억지로 껴안고 가다가는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마저 위태로워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재무부 채권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통념과 달리 독일 국채만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이 부도났을 때 투자금을 돌려받을수 있는 보험인 신용부도스왑(CDS)이라는 것이 있는데,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의 CDS를 매입하는 데 3만5000달러가 드는 반면 반면 독일 국채의 CDS는 절반 가격밖에 안된다. 두 나라 정부의 신용등급은 모두 최고 등급인 'AAA'이지만 투자자들은 명백히 미국 정부를 훨씬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손성원 교수는 "지금도 부채를 갚기 위해 매일 30억 달러를 새로 빌려야 하는 미국 정부에게 패니매와 프레디맥 인수는 조달 비용은 둘째 치고, 엄청난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면서 "1990년대 일본정부는 시장에 개입해 많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함으로써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과정들을 지연시킨 결과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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