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이 실시한 '개선안'을 살펴보면 작성자의 IP를 공개해 일부 누리꾼들의 '도배글'을 방지하고 모든 게시판에 '찬성 대 반대' 시스템을 도입해 '양적 균형'을 기계적으로 맞추려고 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이중 각 게시판마다 '찬성 베스트'와 '반대 베스트'를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은 누리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찬반베스트'가 아니라 '찬반토론'이 필요한 것"
미디어다음 측은 지난 2일 올린 공지에서 "'도배와 스팸' 및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에 이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며 △아고라 내 모든 게시글과 꼬리말에 작성자의 IP를 부분공개하고 (예 : 123.456.xxx.789) △최근 24시간 이내 누적 게시글이 일정 수 이상 되는 사용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1차 게시판 글쓰기 제한, 2차 아이디 정지 조치 등 제재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다음 측은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이 공존하도록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이유' vs '경제 살릴 수 있게 MB 정부 도와줄 때'라는 식으로 '실시간 논쟁글'을 신설하고 △각 토론방마다의 '추천율순'으로 배치하던 토론방 베스트를 추천율순, 반대율순 조회수가 많은 순 등으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반대 베스트'를 만든 것은 누리꾼들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글에 입장을 달리할 경우 뿐 아니라 글 자체가 비상식적으로 판단될 때 '반대'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글을 '반대 베스트'로 올려 노출을 더욱 높인다는 것은 누리꾼들의 '반대' 의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이미 한 누리꾼(온국민이하나로)은 아고라의 청원방에 "아고라 토론방의 반대 베스트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려 6시 30분 현재 852명이 동참했다.
그는 청원 이유에서 "이렇게 하면 어떤 것들은 마치 찬반논쟁처럼 보이게 되는데 지금 조·중·동이 연출해내고 있는 양비론처럼 되는 것"이라며 "소수 의견과 알바의견은 엄연히 다른데 엄연히 알바들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또 누리꾼들은 "이 글에 찬성한다면 반대를 눌러달라'는 식으로 반대 베스트를 역이용하고 나섰다. 보수신문 등의 비난을 의식해 무리하게 '양적 균형'만 맞추려한 시도의 부작용이 시행 당일 바로 나타나고 있는 것. 누리꾼들은 게시글의 제목 앞에 '[반대요청]'등의 명패를 달고 있다.
한 누리꾼(호통치는전거성)은 "반대베스트글은 대네티즌 사기극이다"는 글을 올렸고 다른 누리꾼(유노윤호)은 "뻔히 보이는 알바를 위해 베스트를 할당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반대파를 모집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누리꾼(달빛의 향기)는 "지금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발상인지, 또 얼마나 여론을 조작하기 쉬운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현 시스템을 긍정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해밀)은 '찬/반 베스트, 논쟁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에서 "알바들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펼 때 오히려 반대라는 게 확실시 되면 그들의 주장을 더 강하게 부정해주는 역할도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글에는 "찬/반 베스트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찬성과 반대를 토론할 토론장이 있으면 된다"(플라스틱트리), "가치없고 논리가 없는 글은 무관심이 약이다. 정상적인 사고와 논리가 있는 글에만 찬반이 가능하다"(newbreak), "우리가 조중동을 보지 말자고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천연가스) 등 반대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아고라의 토론 기능을 갖춘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어 '이사가기' 운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