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직자 출신, 문재인 전 대선후보 캠프 출신 인사 등으로 구성된 '국민정당 추진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평가, 민주당 혁신, 그리고 신당'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대선 이후 당 내부에서 열리는 평가 토론회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트워크의 임시대표를 맡은 민주당 최광웅 전 사무부총장은 "그동안 민주당 127명의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으며 소임을 다했으나 대선 패배 이후 아직도 왜 패배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 평가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워 직접 나서게 됐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두문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선거 패배를 받아들이는 집단으로서는 한가한 상태"라면서 "비대위원장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역량으로 감히 집권할 생각을 했다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며 뼈아픈 충고를 던졌다.
이날 발제에는 이 소장과 더불어 민주통합당 정진우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이 맡았다. 문재인 전 후보 선대위 시민캠프 공동대표를 맡았던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과 안철수 전 후보 선대위 강동호 지역협력실장은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남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반성하라"며 환골탈태 수준의 강력한 당 쇄신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이기는 길은 단일화 아닌 차별화"
이날 토론회에 나선 발언자들은 작심한 듯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이 소장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후보역량, 전략, 정당 차원에서 짚으며 당 내부의 세밀한 분석을 주문했다.
우선 후보의 역량 면에서 그는 "좋은 후보는 정치과정 속에서 숱한 과정을 거치고 리더십이 검증되고 나서 만들어지는 법인데, 문 전 후보는 선거를 치르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민주당 대표를 지낸 사람 중 성공한 사람이 없을 만큼 당내에서 좋은 후보를 만드는 과정을 잘 구비해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 ⓒ뉴시스 |
전략 면에서는 "전략적으로도 총선과 숱한 재보선에서 쓴 단일화 전략은 식상했다"며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 복지라는 이슈도 어느 순간 새누리당에 뺏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통합당 출범 이후엔 정책 이니셔티브 잃어버리고 '반대정치'로 나갔다. 이슈 주도권을 잃은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이 이기는 길은 단일화가 아닌 차별화"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와 더불어 "평론을 하다보면, 제가 이해가 안 되던 게, '새시대를 여는 대통령'이라면서 동시에 왜 '민주정부 3기'라는 표현을 쓰냐"면서 "'복지정부 1기'와 같은 말로 참여정부 시절과 차별화를 꾀했어야 했다"며 슬로건 전략의 실패도 지적했다.
민주당의 정당 역량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최근 몇 년간 당원의 자존심을 지키는 행보를 했느냐"며 "모바일 투표로 유권자 등록만 하면 당 대표나 대선후보를 뽑는 권한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니 당원이 뛰지 않는다"며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대선후보를 뽑을 때는 문호를 개방해 모바일 투표를 하면서 안철수 전 후보와 경쟁할 때는 정당의 우위를 앞세운 것은 당 울타리를 허물자 하면서 그 울타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당을 그릇으로 비교하자면 새누리당은 보수 표를 담아내는 큰 그릇으로 보수를 담아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면서 "민주당은 진보 표를 담아내는 그릇으로는 반쪽밖에 안됐다"며 세력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주문했다.
"대선 패배 후 "책임" 대신 "화합"? 주류가 할 말 아냐"
정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캠프를 이끈 당내 주류 세력에 대한 강력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부위원장은 "다들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박근혜 주변 인물들은 정권 잡으면 임명직 들어가지 않겠다 했는데, 문재인 후보 주변 계신 분 중에 그런 얘기 한 분이 누가 있느냐"며 성토했다.
그는 "48% 나오면 잘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장수는 전장에서 패하면 돌아와서 먼저 목을 내놔야 한다"며 "죽여도 마땅하나 살릴 기회를 주는 것은 임금, 국민들 몫"이라고 말해다. 이어 "책임론 얘기할 때가 아니라 단결하고 화합할 때라는 말은 주류가 하면 안 된다"며 주류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이어 당 재건 방향에 대해선 "과도한 원내영역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는 127명이 99%의 영역을 갖고 있다. 127명의 영역을 1/n로 떨어뜨리는 것이 국민정당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 민주통합당이 18대 대통령 선거 패배로 충격에 빠진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246호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인태연 회장은 선거 기간 동안 내부에서 지켜본 민주당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선거 전략의 허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본질적으로 중소상인을 위해 만든 정책은 거의 없지만, 김종인 영입으로 경제민주화 담론을 주도하면서 민주당의 고정화된 선거 전략을 희석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전략 실패를 "민주당 후보가 던지는 정책이 상인들한테 어떻게 이해관계가 대변되는지 먹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부에 와 닿는 설명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또 인천에서 새누리당에 뒤진 데 대해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이 있는 지역에서 패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송영길 시장의 인천이 대기업 편을 들며 대형마트를 적극 유치했는데 이건 새누리당도 안 하는 짓이다. 인천의 패배와 연결지어서 생각해볼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민주당의 과제로 '지도자 양성'을 꼽았다. 그는 "민주진영과 개혁진영은 이상하게 지도자를 못 키운다. 커서 울라가려하면 밟아버린다"며 "박근혜는 두 번의 경선에서 떨어지고 세 번째 된 거고, 민주당 김대중 대통령도 서너 번 떨어졌다. 지도자 키우는 토양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0점짜리 지도자급이 되면 그릇 키워서 서민들을 일할 수 있는 지도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전 팀장은 대선 패배는 박 당선인에 비해 문 전 후보가 그간 쌓아놓은 업적이 부족한 데서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후보는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영웅적 인물이었고, 문 후보는 최근 5년간 성과는 없다. 반사이익을 얻은 적은 있었다"며 "날로 먹으려는 생각은 안 된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단일화 국면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민주당의 50년인지 40년인지 하는 전통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민주당을 고쳐 쓰기에는 너무 고장난 부분이 많고 엔진도 낡아 다른 동력이 없다"며 "재건 동력이 없는 만큼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네트워크에는 민주당 사무부총장 출신인 최 임시대표를 비롯해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함운경 전 서울대 삼민투위원장, 임채호 문재인 전 대선후보 시민캠프 4050네트워크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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