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제 많다...그래도 오바마 찍어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제 많다...그래도 오바마 찍어야"

[해외발언대] 만델라, 간디, 처칠이 준 교훈

영국의 <인디펜던트> 칼럼니스트이자 저명한 진보논객 조나핸 해리가 '오바마 구하기'에 뛰어들었다.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대선 본선에 진출하게 된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화당원과 백인들은 물론 진보진영으로부터 비난에 휩싸이며 위기에 몰리자 오바마를 옹호하기 위한 논리를 펼친 것이다.

해리는 26일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 'Our Infantile Search for Heroic Leaders'(
원문보기)을 통해 "완벽한 영웅적 지도자를 찾는 유권자의 심리는 미숙한 태도"라면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보다는 오바마가 차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해리는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넬슨 만델라,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등 근대사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정평이 난 인물들에게도 심각한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오바마가 당선을 위해 기득권 세력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여 진보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을 감안해도 더 나쁜 후보가 당선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친이스라엘 발언 등 진보진영의 반발을 사는 행보로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만델라, 처칠, 간디 같은 지도자를 찾고 있다면 성숙해지길 바란다. 어떤 정치인에게 보낼 최고의 찬사는 '국부'라는 칭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지도자를 찾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파악해 바로 잡는 일은 매우 어렵고 골치아픈 일이다. 그럴수록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뽑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현실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우리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서 실현되도록 운동을 하는-길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노동자나 여성, 동성애자의 권리 등 역사상 모든 문명적 진보는 일반 시민들이 뭉쳐서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기 때문에 획득할 수 있었다.

위대한 지도자에 기대려는 심리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를 찾은 뒤 맹목적으로 그가 이끄는 어두운 곳으로 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90세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에 대해 얘기해 보자.

아파르트헤이트와 타협한 만델라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주의)에 대항한 그의 놀라운 위업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업에 압도됐기 때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 대부분은 그가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를 영구화하고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경제불평등을 악화시킬 때 아무런 의심없이 그를 따랐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단순히 법적인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극소수의 백인 엘리트가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한 경제적 시스템이었다. 1990년대 들어 백인 지배계급은 법적 체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경제적 지배력만은 필사적으로 유지하려고 했다.

결국 가난한 흑인들로부터 빼앗은 토지와 각종 자원은 백인 엘리트의 것이라고 헌법으로 인정되었고, 결코 재분배되지 않았다. 또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은 백인들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도록 했다. 서방권 국가들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는 배후에서 이를 지지했다.

만델라는 이런 요구들에 모두 동의했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깨끗한 식수와 무료 의료보험, 무상 토지를 약속했던 ANC(아프리카민족회의)의 자유헌장을 폐기했다. 그 결과 오늘날 남아공 인구의 10%에 불과한 백인들이 70%의 부를 차지하고 있다.

만델라는 백인들의 이탈과 빈곤 악화를 막기 위해 이런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 평균 기대수명은 13년이나 감소했다. 흑인 실업률은 두 배로 뛰었다. 백인의 지배가 끝난 게 아니라 겉모습만 바꾼 채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어떤 측면에서 영웅적인 사람은 다른 측면에서는 바보거나 괴물같은 사람일 수 있다. 가장 추앙받는 20세기 지도자 중 두 명의 예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간디의 망상

마하트마 간디의 위대한 품성들은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내를 죽게 하고, 유럽인들에게 나치가 유럽 대륙을 점령하도록 용인할 것을 주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1942년 당시 인도를 지배한 영국 총독은 간디와 그의 아내 카스투르바를 감옥에 가두었다. 카스투르바는 수감된 지 얼마되지 않아 폐렴에 걸렸다. 아들 데바다스는 확실한 해결책인 페니실린을 투약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간디는 힌두 근본주의에 따라 서방의 약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믿었다.

간디는 아내에게 페니실린 복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신성한' 갠지스 강의 흙탕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카스투르바가 의식을 되찾을 때마다 간디는 아내가 페니실린을 복용하면 그들 모두의 신념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죽었다.

6주 뒤 간디 자신이 말라리아에 걸리자 그는 '서방' 약을 기꺼이 마셨다. 이후에도 간디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서방약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면서 추종자들에게 서방약을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

간디가 나치즘에 대해 보여준 입장은 더욱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간디는 유럽 국민들에게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유럽을 정복하도록 하고, 남녀노소 모두 학살될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집단 자살을 선택하는 게 영웅적 행위가 될 것이라면서, 나치즘에 맞서 싸우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간디가 망상에 빠진 결과이다.

'비문명인'에게는 독가스 사용을 주장한 처칠

간디의 맞수라고 할 윈스턴 처칠은 어떤가? 오늘날 우리는 나치즘에 대항한 그의 영웅적 행위를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그는 유럽에서는 독가스 사용과 독재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그가 빼앗고 싶은 자원을 보유한 '비문명화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독가스 사용과 독재를 선호했다.

1920년대 이라크인들이 영국의 식민통치에 항거하자, 당시 총독이었던 처칠은 독가스를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자라는 것은 없다. 하지만 항상 상대적으로 더 낫거나 나쁜 지도자들이 있다. 나는 처칠보다는 간디를 지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히틀러보다는 처칠을 지지했을 것이다. 그들의 흠결에 대해 항상 비난하면서도 말이다.

올해 미국의 대선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는 존 매케인보다는 상당히 나은 후보다. 하지만 그 역시 우리가 반대해야 할 심각한 약점들이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당선되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로 남을 것이며, 분할되지 않은 채 남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두 국가로 병존시키는 해법을 불가능하게 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콜롬비아의 극우정권이 이웃나라를 침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등 그가 내건 훌륭한 공약들을 지지하고, 나쁜 후보를 반대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성숙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결함이 있는 존재다. 위대한 순간을 연출하는 모든 사람들은 잔혹하거나 어리석은 순간을 연출할 수 있다. 우리가 바라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훌륭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된다.

훌륭한 지도자를 찾은 뒤 한숨을 돌리고 쉴 수 있는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 세상에 대해 염려한다면, 항상 감시하고 압력을 가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영원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