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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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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36>


부귀와 명예가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권세와 이익과 화려한 명성이 찾아와주기를 바랍니다. 자기가 갖고 있지 못하면 그걸 가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간접적으로라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귀공명도 어떻게 얻은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덕을 닦고 도덕을 지키면서도 자연히 얻게 된 부귀와 명예는 마치 산이나 숲 속에서 자라나는 꽃과 같아서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이슬을 마셔 마음껏 튼튼하게 자라서 꽃 피고 열매 맺으니 생명 또한 길지요.

큰 공적이나 업적을 세워서 갑자기 얻은 부귀와 명예는 마치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놓은 꽃과 같아서, 마음 내키는 데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지기도 하고 혹은 뽑혀 버리기도 하며 때로는 활짝 피어날 수도 있으니 언제 어떤 경우를 당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고 초조하게 보내야 한답니다.

만약 권력을 이용하여 빼앗은 것이라면 마치 화병 속에 잘라다 꽂은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잠시 서서 바라보는 짧은 시간에 시들어 버리고 말게 된다고 합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를 황병국 선생이 상세하게 풀이하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권력이 얼마나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며, 또한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물러난 사람일 것입니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성이 얼마나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가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역시 권력의 자리에 앉았다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손가락질 당하고 물러나 본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명성과 명예의 뿌리가 깊다는 것은 그가 평생을 다해 그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덕으로 얻은 명성이라서 뿌리가 깊고, 깨끗하게 살면서 얻은 명예라서 부함과 귀함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면 그 부귀명성의 생명력이 길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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