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소 도살 전에 광우병 검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생산에서 가공과 판매까지 엄격한 검역체제를 세우고 있다는 품질인증(QS) 시스템도 당황한 사건이 있었다.
2004년 독일의 푸드워치(Foodwatch)에서 2003년 소 도살 건 중 898건이 사전 광우병 검사 없이 도축되었다는 보고를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898건이 모두 광우병 걸린 소는 아니겠지만, 일단 광우병 검사 없이 도축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논의거리였다.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QS 인증을 지닌 도살장 12곳 중 6곳에서 일부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함부르크에서는 24개월 이상된 소 중 최소한 187 마리가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검역시스템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런 보고를 국내에서 이명박 정부가 받았다면, 그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은 소가 광우병 걸린 소란 증명을 하라고 적반하장격 요구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명박 정부는 우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미국 소 안전문제와 관련하여 보인 태도였다.
어느 언론에서 도축 장면을 찍고 광우병이든 다우너병이든 비실비실거리는 소를 찍어, 검역체제를 어긴 도살장이라든가 구멍난 QS 시스템을 문제삼았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 언론을 상대로 하여 고발을 하였을 것이다. 도축장면에 찍힌 소가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은 소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거나 비실거리는 소가 다우너병인지 광우병인지 확정해서 자료 제시를 해야 했을 것이다. 사실 엠비씨 피디수첩을 대하는 이명박 씨의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고발 혹은 그렇게 요청하는 증명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점이다.
비실거리는 소가 다우너병인지 광우병인지는 영상으로 증명할 수 없다. 또한 도축당하는 소가 지금 막 광우병 검사를 받은 소인지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은 소인지를 증명하는 것 또한 제작의 정확성이나 윤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문제는 그 제작물이 추구하는 바이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쇠고기가 100 퍼센트 안전한데 피디수첩이 장난을 쳤다면 그 제작물은 국민이 먼저 등 돌렸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알려진 인간광우병이라 불리는 vCJD에 대해서는 퍼센트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온전한 거짓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노인들에게만 나타나던 크로이츠펠트야콥스 병 (CJD) 가 오늘날 좀더 젊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나고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스병 (vCJD)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지금, 이를 인간광우병이라 할 때, 바로 광우병의 근간이 되는 프리온이 인간에게도 있을 때 나타나는 병쯤으로는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나하나 서술상 개별 영상의 정확성, 칭호의 정확성을 주장하고, 또 30개월 넘은 미국산 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100 퍼센트 증명을 대라고 한다면 50퍼센트, 혹은 70 퍼센트 지지율로 당선한 대통령을 그 나라 국민이 뽑았다고 말하는 언론이나 여론부터 통제하고 시작해야 했다. 100 퍼센트 증명을 대라고 한다면, 똑같이 음식을 먹었는데 한 사람은 살모넬라 균으로 인해 고생하고 다른 사람은 고생하지 않는데 살모넬라 균이 대장염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이론을 고발해야 한다. 그리고 100 퍼센트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대충 성공하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맹장염 수술도 시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명박 씨의 관심은 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영상자료의 실제 해당사항 여부보다는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놈의 피디수첩을 보고 등돌리지 않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는 데 있다. 이명박 씨는 또 이 피디수첩을 보고 거리로 나선 국민이 몇 명이나 되는지 증명해야 할 부담도 있지만, 안하무인이다.
그렇지만, 그런 수준에서 함께 맞짱 뜨며 요청할 필요는 없겠다. 그 수준에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론의 그물로 스스로 옭아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100 퍼센트는 없다. 자연 중 신비롭고 복잡한 인체의 반응에 대해 의학도 100 퍼센트 말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오로지 위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정부는 전세계적 대응 방식과 자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여 그 위험성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사태를 보아야 한다.
문제는 상황을 어느 시선에서 접근하느냐 하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를 대라고 했으나, 사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정부는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혹 앞에서 우선 안전하다는 증거를 먼저 대야 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가 가중되자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 이명박 정부가 엠비씨 피디 수첩을 대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자는 것이다.
다시 독일 이야기 하나 더 하자.
2008년 4월 독일의 푸드워치는 또 2006년과 2007년 광우병으로 판정받은 소 48마리 중 2마리가 독일 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이후 태어난 소란 점을 들어 독일에서 동물성 사료가 밀매되고 있을 거란 추정을 내놓았다. 2003년 17만 톤 동물성 사료가 거름으로 전이되었으나 12만 4천 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또 덴마크 통계에 따르면 2003년 7만9천 톤 동물성사료가 독일로 수출되었으나 독일 통계에 따르면 동물사료는 2천 톤만 덴마크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와있다는 점을 의문점도 언급되고 동물사료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라고 요청했다.
이런 보고가 우리나라에서 있었다면, 그리고 이런 보고에 따라 촛불시위대가 동물사료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라고 요청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태도를 취했을까?
안전 우려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진짜 정치적 실용주의보다는 안전 우려를 하는 집단에 대해 밀매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든가 어찌 추측으로 국민을 호도하느냐고 하며, 표현의 어떤 헛점을 찾으려 애쓰지는 않았을까? 어떤 형태로든 적반하장격 증거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50퍼센트 지지율이건, 70 퍼센트 지지율이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 하는데, 적반하장격 방법론을 내세우는 정부, 안전을 우려하는 국민을 자신의 적으로 삼는 정부는 자신들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고 자처할 수 있는가? 그런 정부가 아직도 우리들의 정부인가?
안전 보장은 "믿어주세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한 감시에서 출발하며 안전해야 할 모든 주체에 대한 배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들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처한다면, 그들은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시행하는 모든 협상과 협약은 무효라야 한다. 머리 숙이고 기운을 잠재운 후 탄압을 실시하는 정부가 고시를 강행한다면 그 정부는 정말 정부 자격이 없다.
참조사이트:
http://foodwatch.de/kampagnen__themen/qualitaetssiegel/qs_im_test/bse/index_ger.html
http://foodwatch.de/kampagnen__themen/bse_und_tiermehl/index_g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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