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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철회' 굴뚝농성 경비노동자 "끝까지 버틴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굴뚝농성 사흘째 해결 기미 없어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해고된 경비원 민 모(61) 씨 등의 굴뚝농성이 2일로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현재까지 노사 교섭에 특별한 진척이 없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 속 굴뚝농성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굴뚝농성이 시작한 후 경비용역회사인 한국주택관리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분회가 교섭을 벌이기는 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용역회사는 해고된 15명 전체가 아닌, 소수 인원만 복직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년 연장 등의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입주자대표회의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 <60대 경비노동자 굴뚝농성 "박근혜, 정년연장 말하는데…">)

▲ 2일, 지난해 12월 31일 집단 해고된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민 모 씨 등이 해고 철회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사흘째 굴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 촉탁직 상한 나이를 65세에서 62세로 낮추는 결정을 함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해고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해 3월 당시 "장기근속으로 인한 폐단은 봉급 인상과 연차휴가 일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2011년도 연차휴가 수당으로 4300만 원 이상을 주민이 부담했다"는 게시물을 아파트 내에 붙여 경비원 재계약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촉탁직의 경우, 신규 채용 형식으로 매년 일을 시작하므로 장기근속에 따른 봉급 인상과 연차휴가 일수 증가 혜택은 받지 못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비용 증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74명에게 지급되는 연차수당 총액도 2000여 가구 입주민들이 매달 총 1800만 원씩만 부담하면 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가 밝힌 4300만 원 연차수당과는 액수가 크게 다르다.

아울러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 급여가 다른 곳보다 높은 만큼 이왕이면 젊고 유능한 경비원을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박문순 서울일반노조 법규국장은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급여는 다른 곳보다 10만 원가량 많은 정도"라며 "오히려 일부 주민은 (굴뚝농성 중인) 민 씨처럼 친숙한 경비원이 계속 일해주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다른 곳보다 10만 원가량 많은 급여더라도, 이 아파트 경비원들의 평균 월급은 150여 만 원에 그친다. 직군 분류상 '감시 단속직'이므로 법정 최저임금의 90%만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경비직의 특성상,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야 하므로 노동 강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24시간 근무시간 가운데 점심시간 30분, 저녁시간 30분, 야간 1시간 30분가량이 휴식시간으로 보장된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사업장에 머무르는 시간이므로, 엄밀하게 보면 2시간 30분은 휴식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이며 "따라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내 굴뚝에 오른 농성자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내가 버티지 않으면 모두 일자리를 잃는다…끝까지 버틸 것"

굴뚝농성 중인 민 씨는 신현대아파트에서 9년 4개월간 근무했다. 아파트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민 씨와 같은 경비노동자들이다.

그런 민 씨를 해고하며 한국주택관리가 내세운 이유는 '근무 태만'이었다. 10년에 가까운 근무기간 동안 시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단 한 시간 야간 순찰을 하지 못했던 것이 정든 아파트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됐다.

또 다른 해고자는 경비 초소 안에 있는 형광등을 만진 일이 무단 근무환경 변경으로 간주돼, 해고 빌미가 된 시말서를 썼다. 민 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통화에서 "(경비) 초소에 형광등을 켜면 실내는 환하니까 바깥을 잘 못 보기 때문에, 형광등을 살짝 가렸다"며 "그랬더니 (관리자가) '내 지시 안 들었으니까 시말서 써라'고 했다"고 동료의 사연을 전했다.

그러면서 민 씨는 "부인한테 미안하고, 우리 자식들한테 미안하고,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민 씨는 현재 "해고가 모두 철회될 때까지 굴뚝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내가 버티지 않으면 해고된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일반노동조합 조준규 선전부장은 민 씨가 굴뚝농성이라는 험한 길을 택한 것과 관련해선 "민 씨가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농성을 신문에서 보고 고공농성을 결심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박 법규국장은 "현재 굴뚝농성 중인 사람들이 추운 날씨 속 농성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라며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고공농성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목숨을 담보로 극단적 투쟁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현대아파트 굴뚝농성에 대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역지사지로 배려할 필요가 있고, 정부도 노사 간에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토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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