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잠정 약속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7월 방한이 미국산 쇠고기 사태의 여파로 끝내 무산됐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부시 대통령은 그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G8(서방 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맹목적인 한미동맹 복원론 때문에 쇠고기 합의를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가 한미관계를 오히려 얼룩지게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부시 대통령이 7월 7~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다는 것은 공식적이진 않지만 사실상 합의된 것이었다. 이게 성사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함께 한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다는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을 발표하려 했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한국인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부시의 방한이 연기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미동맹 '복원' 프로젝트는 차질을 빚게 됐다.
페리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때 확실히 (방한이) 이뤄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만 부시 대통령은 연내 해외방문 계획이 남아있다"고 덧붙였을 뿐이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23일 "한국은 시위 가능성이 높은 서울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제의했으나 백악관의 호의적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백악관은 요즘 이 대통령한테 별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정상의 만남은 이 대통령이 G8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함에 따라 그 자리에서 약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라이스 방한으로 대체
부시 대신 한국을 찾는 것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다. 그는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8 외무장관회의 직후 한국을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둘러싼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24일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스 장관은 기꺼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또 앞으로 쇠고기 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한국) 국민의 우려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세상에 누구도 먹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고 한국 소비자들과 어떤 소비자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그렇지만 우리는 미국산 제품이나 다른 어떤 상품들에 대해 감정이나 비과학적인 추론에 의해 인위적인 무역 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이 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국민을 도울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 문제가 정부나 또는 양국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시 부대변인은 북한이 핵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라면서 "발표나 성명은 백악관에서 가장 먼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 검증에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증 과정은 3단계로 넘어가면서 진행되는 지속적인 과정이고 동시에 집행과정이기도 하다"면서 "며칠이나 몇 주가 아니라 수개월이 걸리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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