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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문을 나서면 반길 이 없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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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쪽으로 문을 나서면 반길 이 없으리니

김태규 명리학 <346>

세상이 하 어수선해서 준비한 글이다.
  
  渭城(위성)에 아침 비 내려 마른 먼지 촉촉하게 적시니
  객사 곁의 버드나무 새롭게 푸르구나,
  그대에게 다시 술 한 잔을 권하노니
  서쪽으로 陽關(양관)을 나서면 반길 이 없으리니...

  
  중국 唐(당)나라 때의 걸출한 시인 왕유가 남긴 시, 이별의 아쉬움을 노래한 시 중에 대표 격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곡이 붙여졌는데, 처음에는 '위성곡' 또는 '양관곡'이라 하다가 훗날에 와서는 '양관삼첩'이란 이름으로 고정되었다.
  
  피리나 얼후(二胡)로 연주하는 것도 있지만 역시 琴(금), 흔히들 칠현금이라 하는 악기로 연주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양관삼첩'이란 이름의 유래부터 알아본다.
  
  陽關(양관)은 오늘날 중국 북서부의 감숙성에 위치해있다. 옥문관과 함께 중국 서쪽의 경계에 놓인 관문이었다. 따라서 이 관문을 나선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세상 밖으로 나감을 의미했다.
  
  왕유는 위성, 즉 오늘날의 '서안'에서 관문 밖 세상으로 떠나가는 친구에게 석별 잔치를 열어주는 餞別(전별)의 자리에서 이 시를 지었다. 그런 이 시에 곡조가 붙고 연주되게 되었다.
  
  마지막 부분인 '서쪽 문을 나서면 반길 이 없으리니'를 세 번 후렴조로 연주하거나 부른다고 해서 三疊(삼첩)이란 수식어가 붙어 곡명이 '양관삼첩'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오늘의 주제는 이 '양관삼첩'이란 琴曲(금곡)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우리 옛 음악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옛 음악을 무척이나 즐긴다.
  
  즐기는 중국 음악 중에서 한 곡만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 곡을 선택하는 데 주저가 없다. 필자가 한 때 중국에 있던 시절 여러 번 연주를 들었다.
  
  물론 음악이란 사람의 기호에 달린 문제이지만, 오늘따라 이 곡을 독자들에게 꼭 한 번 권해드리고 싶다.
  
  인터넷에도 여기저기 올려져있으며, 특히 동서양의 음악에 해박한 '황봉구' 시인의 음악칼럼에 들어가면 34 번 글에 올려져있다. 연주가 워낙 훌륭해서 수시로 들러서 듣는다. 시인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곡을 권하는 이유는 좀 과장되게 말해서 이 곡이야말로 중국예술정신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문득 중국예술정신을 꺼내는 연유가 있다.
  
  공자는 지나친 것을 淫(음)이라 했다. 음탕이란 오늘날 성적으로 문란한 것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지만, 원뜻은 반드시 성적인 면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슬프거나 너무 즐겁거나, 뭐든지 지나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을 공자는 음탕이라 했던 것이다.
  
  지나친 것은 탈을 부른다. 너무 먹어도 탈이 생기며, 너무 먹지 않아도 탈이 생긴다. 그래서 공자는 中庸(중용)을 주장했던 것이다.
  
  중국 예술정신의 본질이란 공자가 말한 中庸(중용)과 노자가 말하는 道(도), 그리고 장자가 말하는 遊(유)를 일컫는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와 일본으로까지 번져간 文人畵(문인화) 역시 바로 이런 정신의 경계를 담았느냐에 따라 평가받았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이런 종류의 의식과 생각은 우리와 대단히 낯이 설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무조건 공자와 노장의 가르침이 뛰어나고 옳다는 것이 아니다. 또 중국 철학이 우리보다 경지와 수준이 높다는 것도 아니다.
  
  근대화를 통해 기술문명이 주도하고 세계화를 통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공맹과 노장의 가르침은 아예 그 근본 출발점부터 희미해져버렸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禮樂(예악)과 風流(풍류)를 망각한 우리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 정신세계를 우리가 되찾아 음미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 필자는 믿는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우리가 지난 세기동안 쌓인 열등감을 극복하고 세계 속의 당당한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 이 음악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이별의 노래이건만 그윽하고 깊으며 오래고도 길게 이어지면서 정제된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다. 도무지 석별의 아픔 같은 것을 전하지 않는다.
  
  갈수록 빨라지면서 극치에 이르게 하거나 가슴을 격탕시키는 음악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아마도 이 음악을 처음 들으면 무미건조함만 느낄 것이다.
  
  이 곡은 끝까지 그 느긋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아니 이게 뭐냐?'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여러 번 듣다보면 가빠지지 않고 격렬하지 않음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마치 이런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자네는 술을 마실 때 갈수록 점점 빨리 마시는가? 그건 暴酒(폭주)지. 술이란 한 잔 마셔서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좋아질 터이고 그 다음에는 그것을 이어가면 좋은 것이 아닌가.
  
  이 곡을 듣다 보면 우리에게 전혀 다른 세상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자네 뭐 그리 다급한가? 빨리 가면 뭐 좋은 것이 있나본데 글쎄. 여름 산에 오를 때 계곡 물에 발을 담그지도 않을 것 같으면 산을 오를 필요가 있을까?
  
  자네는 시력이 좋다고 자부하는가? 대숲 너머로 또 다른 무엇이 있을지 어떻게 아시는가? 아, 대숲 너머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글쎄, 성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저 맑은 바람은 그런 또 무엇인가.
  
  저 맑은 바람은 귀로 들을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으며, 몸으로도 느낄 것이며 코로도 입으로도 맡고 씹을 수 있음을 그대는 왜 모르시는가?
  
  멀어야 아득한 것이 아니라, 눈 앞의 것도 볼수록 아득할 수 있는 것일세. 접시 물에서 深淵(심연)을 느낄 수도 있는 법이고 말일세.
  
  '양관삼첩'은 들을 때마다 필자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는 것 같다.
  
  또 듣다보면 무언가 말할 듯도 하지만 끝내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무심한 듯 음과 음을 느긋하게 이어갈 뿐이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면 음과 음이 이어지는 사이로 깊은 산이 나타나고 그윽한 계곡이 비친다. 물소리도 들려온다. 바람소리도 들려온다.
  
  말을 할 듯 끝내 말하지 않는 그것이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심지어는 다망한 인생사를 비웃고 있다는 심정도 들게 한다.
  
  처음 들으면 虛妄(허망)하고 몇 번 더 들으면 悠長(유장)하다. 계속 들으면 幽玄(유현)하며 이어서 듣다보면 傲然(오연)함마저 느낀다. 그러나 빠져서 듣고 있다 보면 마침내 虛靈(허령)한 경계를 열어준다.
  
  음악을 통해 공자가 말한 중용과 노장의 도와 유를 절로 익힐 수 있음이니 어찌 대단하다 하지 않겠는가?
  
  이별의 곡조이지만 지금 떠나가는 그대나 보내는 나, 함께 있든 떨어져있든 서로 아끼고 좋아하고 가까움에 무슨 변함이 있으랴, 그러니 수다하고 번잡한 감정의 표현은 접어둡시다.
  
  말수는 줄이고 그저 술이나 한 잔 더 들면서 이 날을 기억합시다.
  
  이것이 바로 '양관삼첩'에 실린 것이라고 필자는 받아들인다.
  
  인터넷에 가서 '황봉구 양관삼첩'이라고 치면 바로 나온다. 들어보시길 그리고 되도록 여러 번 들어보시길 간곡히 권해드린다. 길지 않은 연주이니 20-30 번 정도 들어보면 맛을 느낄 것이다.
  
  어느덧 빛의 축제인 夏至(하지)를 보냈다. 光陰(광음)은 '양관삼첩'의 가락처럼 여느 때와 같은 발걸음으로 冬至(동지)를 향해 내딛기 시작했다.
  
  (알리는 말씀:
  
  새빛 증권 아카데미에서 제가 강의를 맡는 증권투자 강좌를 엽니다.
  
  6월 25일 수요일 저녁 8시부터 주 1회 2 시간씩 진행합니다. 첫날은 무료공개강의입니다. 최근 증시와 경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에 첫날 강의는 최근의 흐름과 대처 방안에 말씀드릴 예정이며 증시 움직임을 음양오행으로 살펴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드릴 것이오니 많은 참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문의는 새빛 증권 아카데미, 02-3442-4393, assetclass.co.kr 로 주시기 바랍니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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