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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역사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69> 우주의 기원과 진화 ④

이제 우주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우주의 과거를 볼 수 있을까요? 현재 지구에 있는 우리가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천체를 본다면 과거를 보는 것에 해당합니다. 예컨대 밤하늘에 북극성을 보면 1천 년 전을 보는 것이고, 안드로메다은하를 본다면 2백만 년 전을 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10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면 10억 년 전을 보는 거지요. 그러면 언제까지 볼 수 있느냐? 그 한계를 우주의 지평선(cosmic horizon)이라 합니다. 우주의 지평선 밖에 있는 것은 볼 수 없습니다. 우주가 불어나면서 낸 빛이 지금 지구에 다다랐는데 만일 우주가 빛보다 빨리 불어났다면 그 때의 빛은 지구에 도달할 수 없겠지요.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를 수 없으니 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물질이 실제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말합니다.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속도와는 의미가 다르지요.

그러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137억 년 전 대폭발로부터 우주의 역사를 살펴보지요. 온도를 보면 태초에는 우주가 무지무지하게 뜨거웠습니다. 1초쯤 지나서 온도가 1백억 도 가량으로 식었지요. 계속 식어가서 우주의 나이가 1백만 살쯤 됐을 때 온도는 3천 도 정도가 됐고, 현재 우주의 온도는 알다시피 2.725 K이니까 셀시우스 눈금으로는 영하 270°C 가량 됩니다.

대폭발 순간부터 10-43 초까지의 기간을 플랑크시대(Planck epoch)라고 부르는데 강상호작용, 전자기힘, 약상호작용, 중력 등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이 하나의 꼴로 존재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이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양자역학과 관계없이) 고전적인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마당이 무한히 커지는 특이점이 되지만, 이러한 경우 양자역학적 효과가 중요하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는지 아직 모릅니다. 이른바 양자중력(quantum gravity)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지요.

플랑크시대가 지나면 한 꼴이던 네 가지 힘 중에 중력이 먼저 갈라져나가게 되고, 물리현상은 이른바 앞에서 언급한 대통일이론으로 기술된다고 믿어집니다. 대폭발 후 10-35 초쯤 지나면 강상호작용도 떨어져 나가서 전자기힘과 약상호작용만 한 꼴로 합쳐진 전기약상호작용(electroweak interaction)으로 남아있게 되지요.

그리고는 놀랍게도 우주가 갑자기 급격하게 불어났습니다. 음의 압력을 지닌 어둠에너지에 의해 10-35 초부터 10-32 초쯤까지의 급격히 짧은 시간동안 길이가 무려 1026 배로 늘어났다고 추정합니다. 그 기간을 인플레이션시대(inflation epoch)라고 부르는데 이 때문에 우주의 구석구석이 비슷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우주가 왜 평평한지, 그리고 균질성과 등방성 등 우주론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지요.

인플레이션이 끝난 후부터 대체로 3분까지의 우주를 초기우주(early universe)라고 부릅니다. 온도가 워낙 높으므로 쿼크와 붙임알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쿼크-붙임알 플라스마(quark-gluon plasma)로 차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주의 나이가 10-12 초쯤 되면 전자기힘과 약상호작용이 갈라져서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이 오늘날 볼 수 있는 꼴을 가지게 됩니다. 우주가 계속 식어가면서 쿼크들이 묶여져 양성자나 중성자 등 바리온이 만들어지지요. 이러한 바리온과 렙톤은 반대알갱이와 짝으로 없어져서 3분 쯤 되면 조금만 남게 됩니다.

그러면 우주에는 빛알이 주로 존재하게 되어 빛알시대(photon epoch)로 들어갑니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양성자, 곧 수소의 원자핵과 중성자가 융합하여 주로 헬륨 원자핵을 만드는 핵합성이 몇 분 정도 일어납니다. 빛알시대는 30만 년 쯤 지속하는데 처음에는 빛이 지배하였지만 7만 년쯤 지나면서 물질(원자핵)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뀌게 되지요.

대폭발 후 38만 년쯤 지나면 온도가 더 떨어지면서 원자핵과 전자가 묶여서 비로소 수소 및 헬륨원자들이 만들어졌고, 빛알과 양성자, 전자 및 원자핵과의 결합이 풀리면서 우주가 투명해집니다. 이전에는 빛알이 물질알갱이와 강하게 작용했으므로 자유롭게 지나다니지 못했고 따라서 우주는 투명하지 않았지요. 바탕내비침은 바로 이 무렵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대폭발한 지 수 억 년쯤 되면 수소와 헬륨이 중력에 의해 모여서 별과 은하 등 천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거의 균질했던 태초에 미세한 요동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확대되어서 현재 우주의 거대구조가 생겨났다고 믿어지지요. 중력에 의해 은하들이 모여들어서 은하집단이나 초집단 등 거대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알다시피 별은 찬란하게 살다가 장엄하게 죽으며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냅니다. 지구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들은 우주가 꽤 나이 들었을 때 생겨난 것입니다. 그래서 대폭발 후 80억 년 가량 되었을 때, 곧 지금으로부터 50억 년 쯤 전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태어났지요. 지구에 생명이 출현했고, 대기층이 형성됐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는 지금부터 대략 3백만 년 쯤 전인가요? 아무튼 5백만 년도 되지 않으니 공간뿐 아니라 시간에서도 우주 전체에 비하면 인간은 하찮아 보이네요. 현재 대폭발하고 137억 년이 지났으니 우주의 나이는 137억 살입니다. 이를 1년에 비유하면, 예컨대 우주가 1월 1일 0시에 태어나서 현재가 12월 31일 24시라고 한다면, 인간이 탄생한 때는 12월 31일 23시 40분 쯤 됩니다.
▲ 그림 3: 우주 마이크로파 바탕내비침

이것이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주의 진화입니다.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알고 있지요. 최근에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서 아주 정밀한 관측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림 3은 우주 바탕내비침의 관측 결과를 보여줍니다. 사방의 하늘, 곧 우주 전체를 모두 보여주는데 북쪽 하늘과 남쪽 하늘을 우주의 북극과 남극처럼 나타내었지요. 우주론적 원리에 따르면 모든 방향이 같다고 했으나 실제 바탕내비침은 완벽하게 등방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오는 마이크로파를 조사하면 방향에 따라 파길이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온도로 환산하면 대체로 2.725 K 이지만 완벽하게 같지는 않고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온도 차이를 그림 3에서는 빛깔로 나타내었지요. 밝은 노랑 부분이 온도가 높은 방향을, 어두운 푸른 부분은 온도가 낮은 방향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그 온도 차이는 겨우 10-5 K, 평균값의 0.005% 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실상 거의 균질한데 이러한 미세한 차이가 결국은 우주의 거대구조를 만들었다고 여겨집니다. 아무튼 이렇게 정밀한 결과는 윌킨슨 마이크로파 비등방성 탐색(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줄여서 더블유맵(WMAP)이라고 하는 인공위성 관측을 통해서 얻어졌습니다. 우주에 대해서 놀라울 만큼, 엄청나게 세밀한 관측을 했는데 사실 물리학자인 내가 봐도 이렇게 정밀하게 관측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인공위성을 통해서 이러한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우주론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래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과학 이론으로서 의문시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정밀과학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우주의 나이나 허블상수,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구성, 굽음율 등을 정밀하게 알게 되었고 팽창에 관련해서 인플레이션이나 가속팽창 등이 타당성이 받아들여지게 되었지요.

이러한 관측 결과들과 일치하는 대폭발 이론의 간단한 모형으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형은 람다씨디엠 모형(ΛCDM model)입니다. 람다는 어둠에너지에 해당하는 우주상수를 나타내고 씨디엠은 바리온이 아닌 물질로서 차가운 어둠물질(cold dark matter)의 약자이지요. 여기서 자세히 논의할 수는 없지만 이론의 계산 결과와 관측 결과를 비교해보면 미세한 차이조차 놀라울 정도로 잘 맞습니다. 완벽한 계산과 정밀한 측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는 인류가 우주를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주의 규모에서 봤을 때 하찮은 존재 같은 인간이 우주를 이토록 잘 해석할 수 있다니,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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