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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에너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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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에너지 구성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68> 우주의 기원과 진화 ③

우주에서 실제로 관측 가능한 물질을 조사해보면 밀도가 매우 작습니다. 별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물질이 에 기여하는 크기는 0.004, 곧 밀도가 고비값의 0.4%에 불과합니다. 별사이물질을 모두 더해도 고비밀도의 4% 밖에 되지 않으니 이것만 보면 열린 우주라는 이야기가 되네요.
▲ 그림 2: 우주의 진화

그런데 이것은 현재 관측이 되는 물질만 고려한 겁니다.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보이지 않아서 관측하지 못한 물질이 존재하겠지요. 전자기파, 곧 빛을 내지 않고 흡수하거나 되비치지도 않는 물질을 어둠물질(암흑물질; dark matter)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직접 관측할 수는 없지만 중력의 효과를 고려해서 간접적으로 그 존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측되는 물질에 의한 중력만 고려하면 은하의 움직임이나 중력렌즈 등의 관측결과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이지는 않으나 중력을 강하게 미치는 어둠물질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을 수 있지요.

위에서 말했듯이 바리온, 곧 양성자, 중성자 등으로 이루어진 보통 물질은 4%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어둠물질이 23%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한 때는 이러한 어둠물질이 매우 많아서 모두 더하면 닫힌 우주가 될 것이라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 물질의 정체는 아직 모르는데 몇 가지 후보가 있습니다.

보이지는 않으나 보통 물질과 같이 바리온으로 이루어진 천체가 있을 것으로 상상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어둠물질을 마초(MACHO)라고 합니다. 묵직하고 빽빽한 별무리물체(Massive Compact Halo Object)를 줄여서 장난스럽게 부르는 용어지요. 그런데 우주에서 물질을 만들어낸 핵합성(nucleosynthesis) 과정에 비추어보아 대부분의 어둠물질은 바리온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액시온(axion)이니 윔프(WIMP)니 하는 것들이 제안되었습니다. 윔프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묵직한 알갱이(Wee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를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실토하면 뭔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이런 것 다 더해봐야 고비밀도의 27% 밖에 되지 않습니다. Ω의 값이 0.3에도 미치지 못하지요.

그런데 관측에 의하면 우주는 상당히 평평한 편입니다. 예컨대 바탕내비침 관측 결과를 보면 우주는 놀라울 만큼 평평하지요. 밀도는 보다 조금 더 클 수 있지만 오차의 범위 안에서 Ω =1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Ω에 70% 이상 기여하는 나머지는 무엇일까요? 이는 에너지라고 믿어집니다. 에너지와 물질이 동등하다, 곧 질량은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을 배웠지요. 그러니 우주의 전체 밀도란 물질과 에너지를 더해서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이 에너지를 어둠에너지(dark energy)라 부르는데 역시 그 정체는 잘 모릅니다. (여기서 우주의 내비침 에너지, 곧 빛알의 에너지는 충분히 작으므로 무시할 수 있습니다.)

어둠에너지와 관련하여 중요한 관측 결과가 있습니다. 우주가 불어나는 빠르기를 조사하면 우주는 초기에 아주 잠깐 동안 급격히 불어났다가 서서히 불어나고 있는데, 근래에는 놀랍게도 더 빨리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2에서 가장 위쪽의 선이 이를 나타냅니다. 손님별의 밝기와 빨강치우침을 관측하면 빛을 낸 당시의 허블상수, 곧 팽창속도를 알 수 있는데, 여러 손님별의 관측 자료를 분석해보면 우주가 불어나는 빠르기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이른바 가속팽창이 얻어집니다. 서로 당기는 중력뿐 아니라 서로 미는 힘이 작용한다면 당연히 팽창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음(-)의 압력을 미치는 에너지가 우주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어둠에너지라고 믿어집니다.

어둠에너지의 구체적 형태로서 공간 자체에 고르게 존재하는 에너지, 곧 진공에너지(vacuum energy)라는 제안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력과 다르게 시공간에 의존하는 새로운 마당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요. 진공에너지는 바로 우주상수로 나타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상수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원래 정지우주를 만들기 위해 집어넣은 것으로서 중력에 대항해서 서로 미는 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우주가 불어남에 따라 지평선이 넓어지고, 이에 따라 정보를 지우는 과정에 결부된 에너지가 어둠에너지의 근원이라는 흥미로운 제안도 있습니다.

어둠에너지의 크기는 질량으로 나타내면 7×10-27 kg/m3 쯤으로 추정됩니다. 매우 작아서 직접 잰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모든 공간에 고르게 있으므로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납니다. 밀도에 기여가 무려 70%가 넘습니다. 그래서 결국 Ω = Ωb + Ωd + Ωa라고 쓸 수 있는데 바리온, 곧 보통 물질의 기여는 Ωb = 0.04, 어둠물질의 기여는 Ωd = 0.23, 그리고 어둠에너지의 기여가 Ωa = 0.73으로 이들을 모두 더하면 Ω ≡ 1이 된다고 믿어집니다. 결국 희한하게도 우주는 놀라울 만큼 평평해서 대체로 유클리드 기하학이 성립한다는 겁니다. 사실 꼭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참 묘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요.) 아무튼 우주 전체의 물질과 에너지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은 미미합니다. 겨우 4%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상한 녀석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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