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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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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우는 것이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32>


1.

심지가 타버리면 촛불은 죽는다
굴대가 구르면
바퀴가 구를 수 없는 것과 같다
불꽃은 제 심지가 견디는 만큼만 불꽃이다

촛불의 시간은 제 심지의 시간이고
심지의 길이는 촛대의 길이이다

어둠의 둥근 가장자리에까지
촛불의 온도가 가만히 스며든다


(...)

3.


촛불은 하늘을 우러러 낮아진다
초가 불꽃 아래로 제 몸 밖으로
자꾸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천상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제 몸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촛불은 떨어지는 물방울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낙하하는 물방울이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스스로 밝아져
한 칸씩 낮아지고 있다
서로 아득해지고 있다


이문재 시인의 시 「촛불은 우는 것이다」입니다. 불꽃을 불꽃이게 하는 것은 심지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시인의 말대로 촛불이 밝게 빛을 내며 타는 시간은 심지가 견디어 준 시간이며, 심지의 길이가 곧 촛대의 길이입니다. 그 심지가 다 타버리면 촛불은 꺼지고 맙니다. 40일 넘게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심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다들 궁금해 합니다. 지금 이 촛불의 심지는 의롭게 분노하는 마음의 심지라서 길이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우러러 낮아지는 것이 촛불의 속성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이 어둠 속에서 '스스로 밝아져서 한 칸씩 낮아지'는 촛불, 제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힌 만큼 자신을 드러내 내세우려하기보다 낮추어 작아지고, 겸손해지려는 것이 촛불의 속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로 오래오래 타오르며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는 촛불, 우리가 들고 있는 촛불도 그런 촛불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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