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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열이가 20년 만에 시청으로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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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열이가 20년 만에 시청으로 가는구나"

이한열 열사 장례식 재연…"그때나 지금이나 공통점은 국민의 '공분'"

"21년 전 우리 한열이가 다치면서 마지막 순간에 엄마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섭섭했다. 이 녀석이 가면서 엄마를 부를 줄 알았더니 한열이의 마지막 한 마디는 '나 시청 가야 하는데'였다고 한다. 이 녀석이 부모보다 시청 가는 게 중요했구나. 섭섭했다. 하지만 2006년 오늘 그렇게 가고 싶어 하던 시청을 후배들과 함께 가게 됐다. 우리 한열이가 대견스럽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는 10일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연세대 총학생회는 1987년 당시 이한열 열사 국민장을 재현해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연세대학교에서부터 시청으로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들과 민가협, 유가협 소속 어머니들, 공공연맹 노동조합 조합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추모제를 마친 이한열 열사 추모기획단과 학생들이 이한열 열사의 영정사진과 상여를 들고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리고 있는 시청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은심 씨는 "때로는 운동 자체가 참체되면서 한열이가 뿌린 민주화의 씨앗이, 돌아가신 분들의 희생이 옅어져가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번 촛불 집회를 보면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한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가족같은 분위기로 촛불 집회를 하는 것을 보면 이게 문화제인가 싶고 새삼스럽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그는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진압하는 데 대해 "이명박은 독재정권과 같이 공권력으로 국민을 해산시키려고 하는데 오히려 그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재협상을 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혀야 할 것"이라며 "오늘 '100만 촛불대행진'이라고 하던데 내 욕심 같아서는 전국에서 몇백 만이 모여 국민의 힘을 보여주고 재협상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세대 대학생들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과 이한열 열사의 관을 '촛불'로 형상화시킨 상여를 들고 사물놀이패를 앞세워 행진했다.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시', '이한열 열사 정신계승'이라고 쓴 깃발도 들고 행진했다. 서강대 학생들은 1980년 광주항쟁의 현실을 알리다 목숨을 잃은 김이기 열사의 영정을 들고 합류했다.

이날 행진에는 6·10항쟁 당시 현장에 있었던 386들도 참석했다. 최한용 유가협 사무국장은 "21년전 6월항쟁과 오늘의 촛불 집회가 같은 것은 바로 '공분'"이라며 "당시의 독재정치에 느낀 국민의 분노와 지금의 이명박 정치에 느끼는 국민의 분노는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이명박 100일 정치'는 대통령 생각대로만 가려 하는 또다른 독재 아니냐"며 "달라진 것 같지만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20여 년전 그랬듯 이명박 대통령도 무릎 꿇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86학번으로 이날 장례식에 참석한 한 40대 직장인은 "당시 직선제 쟁취를 외치던 6.10항쟁 당시에 비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억눌린 사회 분위기를 운동권이 기폭제 역할을 해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되어 시민들 스스로가 결집한다"며 "이 역시 6.10 항쟁이 이끌어낸 결과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방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금이나 그때나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지 않겠느냐"며 "예전처럼 권력만 잡으면 된다고 국민을 우습게 보던 수구보수세력이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장례식에 합류한 학생들은 심각한 분위기에서도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하나 씨는 "이한열 열사가 바랐던 민주주의 모습이 바로 '축제'에 가까운 촛불집회 오늘의 모습 아니겠느냐"며 "오늘날 나름대로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선글라스에 짧은 바지 차림으로 이날 행진에 참석한 백현아 씨는 "이한열 열사가 오늘날 연세대 대학생이었다면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현섭 씨는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듣지 않고 있는 것, 이 자체가 오늘의 민주주의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의미에서 직선제 쟁취를 요구했던 이한열 열사의 정신이 오늘과 맞닿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장례 행렬은 6시 30분 쯤 연세대 정문을 출발해 이화여대 앞에서 이화여대 학생과 합류해 충정로를 지나 광화문 촛불 집회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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