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널목(1991년작. 유화) ⓒ김봉준 |
한살이가 가고 또 한살이 오네
피 같고 살 같은 내 한 살
어느덧 가고 없는 내 청춘,
가거라 들끓던 애증
밑도 끝도 없는 분노
아직도 무슨 미련으로 질퍽이는 진흙탕,
이제 모두 묵은 살이 되어 가거라.
새날이 오는 데 주저할 수 없어
내 사랑이 기다리는 데 망가질 순 없어
희망은 쥐지 않고는
한끼니 한살이가 어찌 만들어 지리.
그리움만 남아 우릴 부르네
그리움은 저 산처럼 다만 오르지 못했을 뿐
본래 있어서 우리를 부르네
그리움은 저 어머니처럼 다가가지 못할 뿐
본래 계셔서 우리를 엎드려 모시게 하네
그리움은 살붙이처럼 갖지는 못할 뿐
본래 있어서 우리를 힘 솟게 하네
새날이 오니 부디 희망 잃지 마세
사회적 모성 포기하지 마세
아픈 만큼 성숙하기를 노력하며 망가지진 마세
아, 길게 느리게 저 먼 큰 산을 오르는 마음
부디 건강 유의하셔서
이 한 목숨 다하도록 망가지지 말고
그리움을 향해 따박따박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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