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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주는 다섯 가지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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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주는 다섯 가지 가르침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9>


중국의 사상가 왕양명은 '수오훈(水五訓)' 즉, 물이 주는 다섯 가지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물에서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가를 일깨워 줍니다.

첫째, 물은 항상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는 일이 없습니다. 그 앞에 바위가 놓여 있든 높은 언덕이 가로 막혀 있든 가다가 흐름을 멈추는 물줄기는 없습니다. 앞에 물길을 막고 있는 것의 틈새를 반드시 찾아내어 그 사이를 찾아 흐르거나 안 되면 앞에 놓여 있는 것의 둘레를 에돌아서라도 아래로 흘러 내려갑니다.

둘째, 물은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입니다. 물은 언제나 살아 움직입니다. 생명체로서 살아 있고 움직여 흘러가면서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속에 살아 있는 것들을 키우고 그 곁에 온갖 풀과 꽃과 나무와 생명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셋째,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합니다. 그래서 물의 힘을 인위적으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줄기를 막아 놓은 둑이나 저수지 그리고 댐은 인간이 물을 다스리기 위해 지혜를 모아 쌓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댐도 물의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아래로 물을 흘려보냅니다. 물이 넘치도록 그냥 내버려 두면 터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넷째, 물은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 줍니다. 또 맑고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다섯째, 물은 넓은 바다를 채우고, 때론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음이 되기도 하지만 그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은 그 손에 채찍을 쥐어주거나 칼을 들려 놓으면 성품이 달라집니다. 그 머리 위에 황금관을 씌워 주면 걸음걸이와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사람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비가 되든 얼음이 되든 본래의 자기 성질을 잃지 않는 물에서 우리 인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배웁니다.

지금 촛불을 든 사람들의 행렬이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번 물결이 되어 흐르면 그 물결은 반드시 물의 성질대로 흘러갈 것입니다.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며,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일 것입니다.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이 몇 배로 늘어날 것이고, 스스로 맑으려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어 줄 것입니다. 바다가 되든 비가 되고 구름이 되든 물의 근본이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물결을 이루는 이들이나 물결을 지켜보는 이들이 모두 물에서 삶의 큰 지혜를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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