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범국민적 촛불집회는 지금 대한민국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민 저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촛불집회에는 실직하고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젊은이들이 참가한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앗!'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쌩뚱맞을지 몰라도 이참에 먼 나라 베네수엘라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각종 공기업의 민영화, 어리둥절할 만큼 불평등한 미국과의 무역 관계 등으로 인해 대중들의 삶은 말 그대로 그 끝을 모르고 피폐해졌습니다.
결국 그들은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왔죠. 지금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막강한 대중들의 힘을 보여준 셈입니다. 그 후 베네수엘라의 정치가 어찌 되었는지는 생략하기로 하고, 그리고 현재 그 후 베네수엘라 대중들이 받고 있는 '모함'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대중집회에 참석하거나 지역별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대중들을 보고, 상류층 '부자님'들은 '먹을 것을 주니까 가지. 어떤 곳은 돈까지 준다던데?'라고 합니다. 아주 '명쾌한' 그들 '식'의 그리고 그들'다운' 대중들에 대한 해석입니다.
참고로 정치인들은 이런 말을 지금은 베네수엘라에서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정부가 점심에 먹을 것을 지원해주면서 대중들의 정치 참여를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까요? 정치인들 대신에 이러한 대중들의 움직임이 곱지 않은 돈 많은 부자님들께서 대중들을 이런 식으로 모함하고 있다죠.
새삼스럽게 왜 베네수엘라 얘기를 하냐구요? 제가 작년에 베네수엘라에 있을 때 대중집회에 참석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참석하는 그런 집회였죠. 음악도 있었고 유머도 있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있었던 집회였습니다. 마치 우리의 촛불집회처럼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빵이랑 과일이랑 초콜렛등이 담긴 점심 도시락들을 나누어 주더군요.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국민들이 그 도시락을 위해 그곳에 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구요. 아니, 어쩌면 반은 사실일지도 모르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사실 나누어 주는 도시락이 그 하루의 전부의 끼니가 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나누어 준 도시락을 자기 배낭에 챙겨서 넣는 사람도 있고 어느 길가는 허름한 옷의 할머니는 제게 도시락 하나만 얻어 달라고 하시기까지 했죠. 제가 받아 든 도시락을 저는 차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에 들어있는 빵이며 과일을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죠. 조금 쑥스러운 듯 거절하다가 받아 드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며칠 전 촛불 집회 때 어디서 왔는지 김밥이며 초코파이 등이 우리들 사이에서 서로 서로 양보되고 챙겨주는 모습 또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만약에 우리가 지금 베네수엘라처럼 가난한 대다수의 민중들에게는 먹을 것이 귀한 나라였다면, 그래서 집회 중에 우리가 먹는 김밥이나 초코파이가 하루의 끼니가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면, 혹은 우리 각자의 주머니가 김밥이나 초코파이 등을 살 수 있는 만큼도 어려워 힘든 시절을 보내는 국민이었다면 아마도 이상득 의원은 우리에게 이랬겠죠?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건 김밥이나 초코파이를 얻어먹기 위해서 인 것 같다;고.
풋! 잘 들으세요 이상득 의원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취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고는 계신가 보네요. 정치인답게 그런 '명쾌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치부라 보지 못하는 것 또한 당신 이상득 의원 답습니다.
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은 당신 어르신들이 일구어 놓으신 수많은 '업적'들로 인해 지금 이순간에도 여린 감수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낭만을 즐겨야 할 대학생들이,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그건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걸 모른다 한다면 차라리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인정하시고 그냥 입을 다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