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床(상)/壯(장)/反(반)/丸(환)/凡(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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床(상)/壯(장)/反(반)/丸(환)/凡(범)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45>

䧹(응)과 雁(안)이 같은 글자라면 仄(측)과 庂(측)은 같은 글자다. 그렇다면 广(엄)과 厂(한)의 관계는?

자전에는 广과 厂이 별개의 글자로 각기 부수자가 돼 있다. 보통 '엄호'로 부르는 广은 지붕의 모습을 그렸다는데, 지금 모습으로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다. 广의 윗부분 점이 빠졌다 해서 '민엄호'로 부르는 厂은 낭떠러지를 그렸다는데, 옛날 사람들이 그런 낭떠러지 부분에 굴을 파 주거지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형설들은 모두 어설프고, 床(상)이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그 기원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침상'의 뜻인 床은 广과 木으로 구성된 글자다. 일단 木을 의미 요소로 볼 수 있을 듯한데 广은 아리송하다. 广이 '집'과 관련된 의미 요소니 '집안에 있는 것'으로서의 침상이라고 연결시키기도 하지만 억지다.

그런데 床은 속자고 그 본래 글자는 牀이라고 한다. 牀은 木이 의미, 爿(장)이 발음인 형성자가 분명하다. 床과 비교하면 木 부분은 공통이고 나머지 부분이 爿-广으로 달라져 있다. 그러나 爿-广은 별개의 글자가 아니라 같은 글자의 변형일 수 있다. 우리가 壯(장)·狀(상)을 간략히 壮·状으로 쓰는데, 爿의 간략형 丬은 쓰기에 따라서는 广과 비슷해질 수 있다. 즉 广은 爿의 간략한 형태일 수 있는 것이다.

广의 발음은 爿의 이체자로 보이는 仄=斤(근) 계통의 䧹=鷹(응) 등과 비슷하다. 또 䧹의 이체자인 雁(안)의 발음은 厂의 발음과 가깝다. 따라서 广이 爿의 간략형이라면 厂 역시 그 변형이고, 이는 발음으로 입증된다. 广이나 厂은 지붕이나 낭떠러지를 그려 '집'의 뜻을 지닌 게 아니라 仄=斤=爿의 본래 모습인 戶(호)에서 흘러나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집'과 관련된 의미 요소로 자주 쓰이는 宀(면) 역시 집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지만, 역시 그대로 믿기는 석연찮다. 宀은 广의 왼쪽 획을 짧게 하고 오른쪽에 약간 갈고리를 낸 모습에 불과하다. 발음은 戶에서 나온 門(문)과 비슷하다. 따라서 宀도 결국 戶의 변형일 수 있다. 성씨이름으로만 쓰여 유래를 알기 어려운 宋(송)도 이렇게 보면 床=牀의 변형일 수 있는 것이다.

床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는 것이 '農幕(농막)'의 뜻인 庄(장)이다. 广=爿을 적용하면 庄은 壯과 같은 글자가 된다. 壯은 오른쪽을 士(사)로 보고 '남성' '무사'를 뜻하는 士에서 '씩씩하다'의 뜻이 나왔다고 설명하는데, 이렇게 본다면 그 士는 土(토)다. 庄=壯은 土를 의미, 爿을 발음으로 해서 '시골 田莊(전장)' 같은 개념이었을 것이고, 广이 의미에 가세했다고 보면 '농막'의 뜻도 가능하다.

그럼 壯의 현재 의미인 '씩씩하다'는? 가차일 수밖에 없다. 역시 '농막'의 뜻을 지니고 있는 莊(장)은 艸(초)가 의미 요소인 글자 구조상 본래 '풀이 무성하다'의 뜻이었겠는데, 壯과 같은 발음이니 함께 쓰이다가 의미가 뒤섞인 것이다. '씩씩하다'는 '무성하다'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의미니, 壯의 '씩씩하다'는 莊의 본뜻을 빌려다 변형시킨 의미다. 莊은 위의 艸가 '시골'을 연상시켜 壯의 것인 '시골집'의 뜻을 차지하고 나중에 일반적인 '집'으로 쓰였다가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음식점의 돌림자가 돼버렸다.

이렇게 보면 의미 요소로만 쓰이는 줄 알았던 广·厂이 발음기호로도 쓰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厂을 발음기호로 쓴 글자로는 原(원)·反(반)이 있다. 原은 산언덕 밑의 샘을 그렸다고 하고(<그림 1>) 反은 암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나타낸 것(<그림 2>)이라고 상형적인 설명을 하는데, 이들 역시 '장면 상형'이어서 부적절하다. 原은 의미 요소 泉(천)과 발음기호 厂을 합쳐 '근원'을 나타낸 형성자, 反은 의미 요소 又(우)와 발음기호 厂을 합쳐 손바닥을 '뒤집다'를 나타낸 형성자다.

한편 丸(환)은 九(구)와 丶(주)를 합친 것으로 분석될 듯하지만, 옛 모습인 <그림 3>을 보면 反의 좌우대칭형에 불과하다. 좌우대칭형을 별개의 글자라고 보기는 어려워 反의 이체자로 보인다. '둥글다'라는 의미는 反의 '뒹굴다' '휘다'와 연결된다. 迅(신)·訊(신)의 발음기호인 卂(신) 역시 丸과 모양 차이가 별로 없어 反을 뒤집은 글자로 보인다.

凡(범)은 배의 돛을 그렸다는 설과 쟁반의 모습을 그렸다는 설이 팽팽하다. 앞의 것은 '돛'의 뜻인 帆(범)에서, 뒤의 것은 '쟁반'인 盤=槃(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凡자가 丸자와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면 허무한 논쟁이다. 역시 反을 뒤집은 모습에 불과하다(<그림 4>). 般(반)은 왼쪽이 舟(주)로 변했지만 본래는 凡이어서(<그림 5>) 역시 '돛'이나 '쟁반'을 동원한 논쟁이 한창인데, 反의 발음을 제대로 이어받은 글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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