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씨의 '무르팍 도사'를 즐겨본다. 얼마 전에는 게스트로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가 출연했다. 역시 즐겁게 시청했다.
진행 도중에 김성주 씨의 생년월일이 나오기에 늘 곁에 두고 지내는 만세력을 찾아 干支(간지)를 확인했다. 더욱이 김성주 씨가 그 생일을 부인하지 않았고, 태어난 시는 모르지만 그간의 정황으로 볼 때 더욱 믿음이 갔다.
아시다시피 김성주 씨는 프리랜서 선언 이후 고전 중이어서 누군가의 고마운 배려로 무르팍 도사에 출연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직접 본인의 얘기를 듣다보니 그간의 일들이 사주와 관련지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임자년 경술월 갑술일 생이며 대운은 계축 대운이었다.
상당히 내성적이고 착실한 성품이며, 불의 기운에 해당되는 방송 일이 아주 잘 맞는다. 운세는 지난 2000 경진년부터 2006 병술년까지가 좋은 기간이고, 2007년부터 2013 년까지는 다소 힘든 운세임을 알 수 있었다.
결론인 즉 김성주 씨의 프리랜서 선언은 판단 착오였다.
2006 년 6월의 독일 월드컵 대회는 병술년 갑오월이니 김성주 씨에게 절호의 운세였다. 그런데 이 좋은 운이 결과적으로 곤경을 자초했던 것이다.
2007 년 3월 그는 프리랜서를 선언했는데 그날의 일진도 그가 마침 실수하는 날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들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野人(야인)으로 사는 법이다.
먼저 오늘날의 세상에서 '들'이란 도시를 벗어난 자연 속이 아니라 프리랜서 또는 개인적 일을 하거나 독립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처한 환경을 말한다. 그리고 IMF 이후 우리 사회는 직장에 다닐지라도 점차 기간을 정하는 계약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점점 들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처럼 '들'이란 장소적 개념이 아니다.
들에서 살아가는 법은 일반 직장인이나 물려받아 사업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과는 그 유형을 달리 한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들에서 사는 사람은 野性(야성)을 지녀야 한다.
그렇다면 야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김성주 씨의 경우 실수라고 단정 지은 것도 그 분의 사주유형이 타고난 야성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제 야성을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들이란 기본적으로 아무런 보장이 없는 곳이다. 구속 받기 싫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들에는 구속이 없지만 아무런 보장도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그리고 들에는 나름의 철저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들의 규칙은 아무런 규칙이 없다는 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런 규칙이 없기에 대단히 창조적일 수 있는 곳이 들이다.
흔히 '정글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弱肉强食(약육강식)마저도 실은 들의 규칙이 아니다. 약한 자가 먹히는 것이 아니라 먹힌 자가 약한 것이고, 강한 자가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은 자가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들에서의 강약은 오로지 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들이란 곳은 그래서 선악과 시비, 강약, 우열에 대한 고정관념이 통용되지 않는 공간이다. 오로지 살아남은 자만이 선하고 옳으며 강하고 뛰어난 자가 되는 곳이다.
野性(야성)이란 바로 그와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어떤 무엇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문명 세계이건만, 들에서 살다보면 법도 규칙도 없는 세상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들에서 사는 사람들 역시 사회적 법과 제도 그리고 관습을 무시할 수도 없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다만 무시하지 않는 심리적 배경이 다를 뿐이다.
들에서 사는 사람은 그 법과 제도를 벗어나거나 일탈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위험과 고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그 일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그로 인해 올 수 있는 손실간의 경중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냥 어겨서는 안 되는 것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들의 사람들이 지닌 자세다.
더하여 들의 사람들이 정말로 신경을 쓰는 대상은 들이 지닌 '힘의 균형'에 관한 것이다. 어디로 가야만 먹을 수 있으며 어디로 가면 먹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렇기에 들의 사람은 부단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의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 집회도 처음에는 중고생들로부터 시작했지만, 점차 참여하는 사람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1997 년 IMF 이후 양극화와 직업적 안정이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가 '들'의 사회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운동권과 勞組(노조)가 하나의 중심축이던 세상에서 변해있다.
그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소규모 자영업자, 정규직이긴 하지만 계약직 사무 노동자들, 그리고 이십대 대학생들과 대졸 구직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클 것이다.
바로 본의 아니게 '들'로 내몰린 사람들로서 아직 덜 조직되어 있기에 그 실체가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럴 뿐,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최근의 촛불 집회를 하나의 문화이자 축제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것이 만일 축제라고 한다면 들판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불안감이 일시적으로나마 분출되는 그런 축제, 즉 '고통의 축제'일 것이다.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다시 돌아와서 들에서 사는 법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자.
들에서 살아가려면 거친 음식에 익숙해져야하고 거친 잠자리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들에서의 생활을 위한 출발점이다.
대개 들에서 살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 점에 대해 당연한 것이지만 저항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 들의 물이 들지가 않았을 뿐이다.
필자가 그간 상담을 해주면서 느낀 바로는 원래 태생적으로 들의 사람이 아니라면 들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는데 보통 6 년 정도의 세월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6 년 정도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그 이후 들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서서히 그 사람 고유의 재능과 능력이 살아나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기까지 다시 6년이 걸리더라는 것이니 합해서 12 년은 기본과정이다.
앞서의 김성주 씨도 2007년부터 들의 생활을 시작했으니 2013 년까지는 어려운 길을 가야할 것이다. 물론 그가 방송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도 아직은 확실하지가 않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분명히 자신의 삶을 곧추 세우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한 때의 재능과 인기가 실수를 부르고 그 실수가 훗날의 성공을 가져온다. 흔한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삶의 진실이다. 삶은 끊임없는 선택이고 선택은 운명을 만든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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