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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생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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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생애 <상>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64> 별과 별사이물질 ③

우주에 별이 엄청나게 많고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이 내는 빛의 빛띠 형태에 따라 보통 오(O), 비(B), 에이(A), 에프(F), 지(G), 케이(K), 엠(M)의 일곱 가지로 구분합니다. 이는 겉면 온도의 순서라 할 수 있는데 O형이 가장 온도가 높아서 3만 도가 넘고, M형은 3천 도 정도밖에 안됩니다. 우리의 해는 온도가 6천 도 가량으로 G형에 해당하지요. 학생일 때 이를 "O Be A Fine Girl Kiss Me"라고 해서 외웠지요.
▲ 그림 2: 헤르츠슈프룽-러셀 그림표

별들의 온도와 밝기를 조사해서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헤르츠슈프룽-러셀 그림표(Hertzsprung-Russel diagram), 흔히 줄여서 에이치아르 그림표(HR diagram)라 합니다. 이 그림을 보면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별이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를 잇는 대각선에 있습니다. 대체로 뜨거운 별이 밝고, 차가운 별은 어둡다는 얘기지요. 이를 주계열(main sequence)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별을 포함하지요. 우리의 해도 주계열에 속합니다. 겉면의 온도가 6천 도 정도인 G형이지만 속은 훨씬 뜨거워서 천만 도가 넘지요.

이 그림에서 커다란 별, 무거운 별은 대체로 온도가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무거운 녀석은 중력이 큽니다. 중력 때문에 찌부러지려 할 터이고 이를 막고 버티려면 내부가 뜨거워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여러분이 서로 끌어안고 모여들려고 하는데, 찌부러지는 것을 막으려면 모여든 안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버텨야 하며, 이는 온도가 높은 거지요.

그래서 무거운 별은 온도가 높은데 이는 밝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에너지를 그만큼 더 많이 낸다는 얘기고 따라서 에너지원, 곧 수소를 빨리 소모하게 됩니다. 모두 써버리면 별은 수명을 다하게 되므로 결국 무거운 별은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죽습니다. 사람도 너무 크면 생리학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처럼 키가 작은 게 좋지요.

수명을 다한 별이 죽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가벼운 별은 질량을 서서히 잃어버립니다, 가벼운 별이란 질량 M이 해의 대략 2~3배 이하인 경우를 말하며, 따라서 해도 가볍고 비교적 조그만 별이지요. 이러한 별은 수소를 대부분 써버리면 에너지를 충분히 내지 못하므로 중력을 버티지 못해서 주로 헬륨으로 이루어진 속심(core)이 수축하고 이에 따라 뜨거워집니다. 온도가 1억 도 가량으로 높아지면서 별의 바깥 켜, 곧 거죽은 부풀어 오르며 식어서 매우 커지고, 속심에서는 헬륨이 융합하여 탄소 및 산소를 만들며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어 빛을 냅니다. 이른바 빨강장다리별(red giant)-한자어로는 적색거성-이 되지요. 일반적으로 빨간 별은 온도가 낮다는 것이고 온도가 낮으면 어두워야 하는데 이 별은 밝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별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에이치아르 그림표에서 주계열의 별과 달리 오른쪽 위에 있으니 온도가 낮은데 밝다는 뜻이지요. 우리의 해도 늙으면 빨강장다리별이 되는데, 그러면 엄청나게 커져서 지구는 물론 아마도 화성까지도 삼켜버릴 겁니다. 그러니 지구의 종말은 불지옥이 되겠네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가지 않은 길(Road not Taken)≫이라는 시가 실려 있지요?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Robert L. Frost)의 작품인데 중학교 시절에 그의 시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를 처음 접하고 왠지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던 추억이 새롭네요. 그는 ≪불과 얼음(Fire and Ice)≫이라는 시에서 세상의 종말이 얼음보다 불로 오기를, 그리고 두 번째는 얼음으로 오기를 선호하였는데 그의 바람이 이루어질 듯합니다. 앞으로 45억년이 지나면 불지옥이 먼저 올 겁니다. 해가 아직 젊기 때문에 아직 먼 훗날 얘기라 참 다행이지요.

빨강장다리별은 그리 안정된 편이 아니고, 거죽은 사방으로 퍼져나가서 흩어지고 기체구름을 이룹니다. 그러면 속심이 내는 빛을 받아 이온화해서 네온사인처럼 아름다운 빛깔을 보이는 별구름이 되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떠돌이별과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떠돌이별모양 별구름-한자어로는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이라 부르지요. 속심에 헬륨이 대부분 없어지면 핵융합 반응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므로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찌부러져서 아주 단단하게 뭉치게 됩니다. 이를 하양잔별(백색왜성; white dwarf)이라고 하지요. '잔돈'에서 보듯이 '잔별'이란 크기가 잘다는 뜻이며 지름이 원래의 1/100 정도의 크기로 줄어듭니다. 이 별은 희거나 푸르스름한 빛깔로 겉면 온도가 수만 도에 이를 수 있어서 매우 뜨거운데도 어둡지요. 그 이유는? 별이 자잘해서 그렇습니다. 중력 때문에 찌부러져서 질량이 해 정도일 때 크기는 지구만 합니다. 밀도가 매우 커서 대략 109 kg/m3 이니 손톱 만큼이면 1톤이 되겠네요. '장미란' 같은 천하장사도 절대 들어 올리지 못합니다.

단단히 뭉치면 중력은 더 커지는데 하양잔별은 이를 어떻게 견딜까요? 원자는 일반적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전자가 있습니다. 이게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보통 물질의 존재 양식이지요. 온도가 높으면 전자가 풀려나고 따로 떠돌게 되고 원자는 전기를 띤 이온이 되어 플라스마 상태가 됩니다. 하양잔별은 전자가 밀려나서 졸아들어(degenerate) 버립니다. 비유로 이른바 '지옥철', 그러니까 승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지하철 열차를 생각해 보지요. 하양잔별처럼 밀도가 매우 큽니다. 그러면 승객 중에서 커다란 어른들보다 조그만 애들이 더 힘들어 하고 고생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원자핵 보다 전자가 먼저 졸아들고 이것에 의해서 중력을 지탱해서 더 이상 찌부러지는 것을 막게 됩니다. 전자는 이른바 페르미온으로서 둘이 같은 상태에 있을 수 없으므로 졸아들면 중력에 매우 강력하게 버틸 수 있지요. 결국 하양잔별은 졸들은 전자기체(degenerate electron gas)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해는 빨강장다리별이 되어서 지구를 삼키므로 불지옥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해의 거죽은 별구름으로 흩어지고 속심은 하양잔별이 될 겁니다. 원래 해보다 밝기가 훨씬 줄어들지요. 그러니 지구의 종말은 불지옥으로 시작하지만 '참고 견디면' 결국 얼음지옥이 올 겁니다. 프로스트가 바라던 대로 되네요. (물론 사실은 해가 지구를 삼키면 그것으로 지구는 끝장이지요. 참고 견딜 수 없습니다.)

이렇게 졸들은 전자들이 버틸 수 있는 질량은 해의 질량보다 그리 크지 않아서 식으로 쓰면
입니다. 해를 천문학 기호로는 동그라미에다 점 하나 찍어서
라고 나타내므로 해의 질량을
라 표시하지요. 따라서 하양잔별의 질량은 해 질량의 1.4 배보다 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해의 질량의 두세 배 정도로 무거운 별은 얌전히 부풀어 올라서 하양잔별이 되지 못하고 터져버립니다. 폭발해서 이른바 손님별이 되지요. 어두웠던 별이 터져서 갑자기 밝아집니다. 한편 속심은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이른바 중성자별(neutron star)이란 게 됩니다.

방금 지하철 비유에서 조그만 어린이들이 먼저 견디기 힘들어지듯이 하양잔별에서는 전자가 졸아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중력이 더욱 커지면 양성자에 전자가 찌부러져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중성자가 됩니다. 원자핵에서 중성자가 깨져서 양성자가 되고 전자가 핵 밖으로 튀어나가는 현상이 바로 베타붕괴(β-decay)인데 이 과정이 거꾸로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주로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는 별을 중성자별이라 합니다. 그러면 중성자가 졸아들어서 엄청난 중력을 지탱하게 됩니다, 비유해서 열차에 승객이 더욱 많아지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어져서 졸아든다고 할 수 있지요.

중력 때문에 찌부러지면 얼마나 작아질까요? 중성자별의 크기는 불과 수십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해 같은 보통 별은커녕 지구와도 비교도 되지 않게 작지요. 귀여울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질량은 해보다 큽니다. 대체로 해 질량의 1.4 배보다 크고 2~3 배보다는 작지요. 따라서 밀도가 엄청 커서 무려 1018 kg/m3 에 이를 수 있습니다. 손톱 만큼이면 수억 톤쯤 되겠네요. 상상하기 힘들지요.
▲ 그림 3: 게 펄서

일반적으로 중성자별은 빠르게 스스로 돕니다. 탄생할 때는 서서히 돌지만 찌부러지면서 점점 빨리 돕니다. '김연아' 같은 스케이트 선수가 팔을 벌리고 제자리에서 돌다가 팔을 오므리면 빨리 돌듯이 이른바 각운동량 보존 때문이지요. 그래서 중성자별은 매초 무려 수백 번을 돌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에 전자기파, 흔히 파길이가 짧은 엑스선을 내비치는데 자전에 맞추어 주기적인 펄스(pulse) 형태로 방출하므로 이를 펄서(pulsar)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손님별이 터지고 난 찌꺼기로 게 별구름을 얘기했지요. 바로 이 별구름 속에 널리 알려진 중성자별이 있습니다. 이름이 좀 이상하지만 게 펄서(crab pulsar)라고 하지요. 그림 3에 보였는데 빨강빛깔은 보이는 빛의 관측 결과이고 엑스선으로 관측한 결과는 파랑빛깔로 나타내었습니다.

이러한 펄서를 처음 발견한 휴이시(Anthony Hewish)란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별 볼 일이 많으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네요. 그런데 사실은 이를 실제로 발견한 사람은 대학원 학생이었던 벨(Susan J. Bell)이었는데 지도교수만 노벨상을 받게 되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디서나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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