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다양한 물질이 존재합니다. 우주에 물질이 존재하는 양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라는 양식이고, 다른 하나는 별이 아닌 것으로, 통틀어서 '별사이물질(성간물질; interstellar matter)'이라고 부릅니다. 대체로 기체나 먼지 같은 것들이므로 별사이먼지(interstellar dust)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먼지의 성분은 70% 가량이 수소이고 20~30% 정도는 헬륨입니다. 둘을 합치면 대부분을 차지하지요. 그 다음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탄소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에서 영어 가사에 '다이아몬드처럼(like a diamond)'이라는 구절이 있지요. 그런데 다이아몬드란 바로 탄소이니 사실이네요.
이러한 별사이물질은 우주 전체에 넓게 퍼져 있는데, 어떤 경우에는 모여서 구름을 이루면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별빛을 흡수했다가 내보내면서 아름다운 빛깔을 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별구름이고, 뒤에서 오는 별빛을 가리면 어둠별구름이 됩니다. 아무튼 별구름도 별사이물질의 한 형태이지요.
별사이물질이 짙게 모여 있는 지역을 분자구름(molecular cloud)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구름이 꽤 짙어지면 구성원 사이 중력의 영향으로 불안정해져서 점차 수축하고 밀도가 계속 커질 수 있어요. 이른바 공뭉치(globule)를 형성합니다. 여러분을 별사이물질로 비유합시다. 여러분이 뿔뿔이 넓게 퍼져 있다가 마구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모이게 되면 점점 더 모이게 되지요. 뭐 좋은 일이 있나보다 해서 계속 모여들고, 결국 하나의 커다란 무리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공뭉치인 셈입니다.
처음 이러한 기체 · 먼지 덩어리로 모여들 때는 온도가 매우 낮습니다. 현재 우주의 온도는 2.7 K 정도이니 셀시우스 눈금으로는 영하 270°C 가량이라 엄청나게 춥습니다. 공뭉치가 만들어지면 조금 따뜻해져서 10 K, 곧 영하 260°C 쯤 됩니다. 일반적으로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 중력마당의 잠재에너지가 작아지지요. 물론 그 에너지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형태로 바뀔 것입니다. 여기서는 열의 형태로 전해지므로 온도가 높아지게 되지요.
그러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원시별(protostar)이 생겨나는데 중력에 의해 계속 응축하면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매우 높아집니다. 거리가 수 광년에 이르는 엄청나게 넓은 지역을 차지했던 먼지가 응축해서 별 정도 크기만큼 작아지면 매우 뜨거워지지요. 극히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빛을 내기 시작하고 비로소 별로 탄생하게 되지요.
핵융합이란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핵 두 개가 합쳐져서 양성자 두 개로 이루어진 헬륨 원자핵 하나를 만드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헬륨의 질량은 원래 수소 두 개의 질량보다 줄어들지요. 이 없어진 질량은 어떻게 된 걸까요?
특수상대성이론을 배울 때 이미 논의했습니다. 질량은 에너지와 본질적으로 정체가 같다는 결과가 기억나지요? 그 두 가지는 다만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에너지는 잠재적으로 중력에 숨어있을 수도 있고 빛으로도 있을 수 있고 소리에 담겨 있을 수도 있듯이 질량이라는 형태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단위로 나타내면 널리 알려진 E=mc2이 됩니다. 따라서 질량 1 kg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9×1016 J 이라는 엄청난 양이라고 지적했지요.
그래서 해가 수만 년 전이나 수억 년 전에, 그리고 앞으로 수억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해가 방출하는 에너지가 얼마쯤 되는지 알아요? 1초에 방출하는 에너지가 4×1026 J이니까, 도대체 얼마라고 해야 되나요? 한 마디로 상상을 넘어서서 엄청납니다.
지구가 해로부터 받는 에너지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현재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해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예컨대 수만 배는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해의 에너지만 잘 이용하면 에너지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사실 지구에서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결국 해로부터 온 것이지요. 장작이나 석탄, 석유를 포함해서 수력, 풍력, 조력 등이 모두 해로부터 받은 에너지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생물의 존재, 생명현상이 생겨난 것도 모두 해의 에너지 덕분이고, 결국 우리도 해 때문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도 해처럼 질량의 일부를 에너지로 바꿔 쓸 수 있으면 좋을 듯합니다. 불과 1그램만 바꾸어도 거의 100조 주울이라는 막대한 에너지를 얻게 되니 해를 이용하지 않아도 에너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켜 보자는 시도가 핵융합 실험인데, 말하자면 인공태양을 만들자는 거지요.
그런데 핵융합 반응을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수소폭탄(hydrogen bomb)이지요. 보통 핵폭탄이라 부르는 것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자를 비교적 가벼운 원자로 쪼개는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역시 일부 질량을 에너지로 바꿉니다. 이것이 핵에너지인데 엄청난 에너지가 한꺼번에 나오게 되므로 결국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폭탄으로 쓰는 거지요. 과학의 가치와 유용성을 역전시키고 그에 따른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습니다. 인류의 본성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네요.
핵분열 반응이 매우 천천히 일어나도록 조절하면 핵에너지를 적당히 이용할 수 있을 터이고 이를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 것이 핵발전입니다. 그런데 핵반응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핵반응으로 얻어지는 이른바 핵폐기물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방사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처리하기가 곤란합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지요. 더욱이 핵발전소의 수명은 불과 수십 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그 후에는 수만 년 동안 폐쇄해서 격리시켜야 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아무리 완벽을 기한다 해도 극히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핵 발전을 비롯한 핵에너지 이용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흔히 원자로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부르는 핵반응로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의 안정성 문제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확률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체르노빌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원리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더해서 보통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지구에 그리 많지도 않아요. 석유가 고갈되듯이 우라늄도 석유처럼 계속 쓰면 얼마 안 가서, 예컨대 수십 년 안에 고갈될 것입니다. 증식로(breeder)를 쓰면 되리라 하지만 이는 핵무기와 직결될 뿐 아니라 위험성과 더불어 실용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아무튼 핵분열 반응을 이용해서 핵에너지를 얻자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없습니다. 에너지를 마구 소비하는 현재의 문명을 불과 수십 년 정도 연장하려고 핵반응로의 위험을 감수할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에 따르는 엄청난 부담을 자연과 후손에 길이길이 물려주는 행위를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나 보통 말하는 발전 단가란 운영비만 고려한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막대한 건설비와 짧은 수명을 고려한 감가상각, 폐기물 처리 비용, 폐쇄한 후에 수만 년 동안 격리시키는 관리 비용 따위를 고려하면 화력발전과 비교해도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참, 언론을 통한 엄청난 홍보비까지 고려하면 더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앞으로 석탄과 석유의 가격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생긴다고요? 글쎄요, 우라늄도 매장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비싸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핵분열 대신에 핵융합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우선 연료가 수소인데 수소는 물에 있으니까 사실상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더욱이 핵융합에서는 폐기물도 핵분열보다 훨씬 적어서 청정에너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핵융합 반응은 조절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으나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가능하고, 들어간 에너지보다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얻은 적이 없습니다. 언제 실용화될지 아직 요원하며, 궁극적으로라도 과연 가능할까에 대해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결국 유감스럽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폭탄 말고는 실용화에 성공할 것 같지 않아요.
요새 수소에너지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수소를 산화시켜서 물로 만드는 단순한 화학반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소경제(hydrogen economy)라는 용어를 쓰며 이를 마치 새로운 에너지원인 듯 이야기하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수소는 물론 산화시키면 물과 함께 에너지가 얻어지므로 오염이 없는 청정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소를 얻는 것이 문제이지요.
현재는 주로 천연가스나 석유, 또는 석탄으로부터 얻고 있는데 이 경우에 실제 에너지원은 수소가 아니라 매장량이 유한한 천연가스, 석유, 석탄입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얻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가 이를 통해 얻어진 수소를 다시 물로 만들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같으니 알짜 에너지의 이득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는 도리어 손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니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애당초 수소를 얻으려 하지 말고 전기를 그대로 쓰는 편이 낫지요.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다면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얻을 때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훨씬 막대한 에너지를 얻게 되므로 실제로 엄청난 알짜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수소는 에너지원은 아니고 단지 에너지의 저장매체일 뿐입니다. 그러니 수소에너지란 다른 에너지원에서 얻은 에너지를 수소에 저장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지요. 더욱이 수소 자체는 안전하게 저장하기도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라는 점에서, 예컨대 자동차에 수소를 연료로 쓰면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면서 수소를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물질을 개발한다고 하네요. 여기에도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수소를 생산하려면 다른 에너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핵 발전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는 수소 및 저장물질을 생산하려면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될 터인데 이를 고려하면 수소 사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감소 효과가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청정에너지로서 수소 자체만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요.
다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하여튼 핵융합 반응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가 얻어지고 이것이 빛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해를 포함한 별이 빛나는 거지요.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 전기를 띤 이온이 되는데 이들로 이루어진 물질의 상태를 플라스마(plasma)라고 합니다. 별이란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을 내는 공 모양의 플라스마 뭉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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