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태양계가 60억 킬로미터로 매우 큰 듯하지만 우주의 눈금으로 보면 극히 작은 겁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붙박이)별은 켄타우루스(Centaurus)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알파 켄타우리(Alpha Centauri)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별인데 가깝다는 뜻으로 프록시마(Proxima)라고 부르지요. 그런데도 4.2광년 떨어져 있으니 이 별을 보면 4년 2개월 전을 보는 겁니다. 1광년이란 거리를 킬로미터로 나타내면 1 ly = 9.46×1013 km, 대략 10조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별들은 별자리(constellation)를 이루지요. 그러나 별자리에 실제로 별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건 우리가 2차원적으로 비추어 보는 것이므로 어느 두 별이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우리가 보는 앞뒤로 엄청나게 멀 수 있어요. 예전부터 별은 동경의 대상이라서 여러 개의 별을 적당히 모아서 별자리를 만든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서 많이 따왔고 동양에서도 전설에 맞추어 만들었습니다.
우주 공간에는 별 외에도 기체 덩어리라 할 수 있는 별구름(성운; nebula)이 많이 있습니다.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별빛을 받으면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간 이온ion이 되고 빛을 다시 내비칠 수 있어서 마치 네온사인처럼 화려한 빛깔을 보입니다. 때로는 뒤에서 오는 빛을 막아서 검게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어둠별구름(암흑성운; dark nebula)이라 하지요. 그림 6은 오리온(Orion) 별자리 부근의 말머리 (어둠)별구름(Horsehead Nebula)을 보여줍니다. 바탕의 붉은 빛을 막아서 검은 말 머리처럼 보이지요. (밝게 빛나는 천체들은 은하 또는 별입니다.) 이런 별구름에서 기체 덩어리가 중력에 의해 응축하면 밀도와 온도가 높아지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림 7은 독수리 별구름(Eagle Nebula)에서 별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하루 이틀, 또는 몇 해가 걸리는 것은 아니고 수백, 수천만 년에그림 6: 말머리 별구름 걸쳐서 탄생하는 것이지요.
대부분 별들은 따로 있지 않고 예컨대 수천 개가 모여서 이른바 별무리(성단; star cluster)를 만듭니다. 그림 8은 엠(M)15라 이름붙인 별무리를 보여줍니다. 이런 별무리들을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은 수, 보통 천억 개 가량의 별들이 모여서 은하(galaxy)를 만들지요.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 이른바 미리내에는 무려 3천억 개의 별이 있으니 사실 우리 별, 해는 3천억 개의 별 중 하나에 불과한 거지요. 우리 은하에서 별 사이의 평균거리는 5광년 정도입니다.
별이 잘 지내다가 늙으면 터지면서 엄청나게 밝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별이 갑자기 밝게 보이는데 이를 손님별(supernova)이라고 부릅니다. 한자어로는 초신성이라고 하지요. 손님별이 터지고 나면 그 찌꺼기가 속심은 뭉쳐서 이른바 중성자별(neutron star)이 되고 거죽은 퍼져 나가서 별구름으로 남게 됩니다. 그림 9는 돛(Vela) 별자리에 있는 별구름인데 손님별 찌꺼기이지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손님별 중 하나가 1054년에 터졌습니다. 중국 역사서에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밤하늘이 대낮같이 밝았다고 해요. 사실은 아마 보이지 않던 별이 제법 밝아진 정도일 터인데 중국 사람은 원래 허풍이 심하지요.터지고 남은 찌꺼기 별구름이 그림 10에 보인 게 별구름(Crab Nebula)입니다. 그리고 케플러가 관측한 손님별이 있어요. 보통 손님별이 터지면 그 밝기가 일주일 쯤 지속합니다. 그런데 케플러가 손님별 밝기의 변화를 관측한 자료는 일부 비어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밤에 날씨가 흐려서 관측할 수 없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손님별을 관측한 기록이 있고 , 유럽에서 관측한 케플러의 자료와 합치면 밝기의 변화에 대한 완전한 자료가 얻어진다고 합니다.
≪조선왕조실록≫만큼 상세하고 엄밀한 기록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뭅니다. 사관이 기록하면 임금이 고치기는커녕, 심지어 볼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첫째 임금인 태조부터 조선조 마지막까지 기술한 놀라운 기록문화입니다. 기록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요새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르지요. ≪조선왕조실록≫은 유사시에 대비해서 사본을 만들고 여러 곳의 사고에 보관하였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전주 사본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서 없어져서 이로부터 다시 사본을 만들어 정족산, 오대산, 태백산, 적상산 사고에 보관하였지요.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정족산 사본은 현재 서울대학교의 규장각에 있고 태백산 사본은 부산의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대산에 있던 사본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으로 가져가 버렸는데 관동대지진 때 다수가 유실되었고 나머지는 최근에 반환해서 우리나라로 돌아왔지요. 적상산에 있던 사본은 한국전쟁 때 북한으로 가져가서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에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조선왕조실록≫은 우리 선조의 기록문화 수준을 보여주는데, 천문학에도 중요한 공헌을 한 셈이네요.
현대에는 1987년에 손님별이 하나 터졌습니다. 손님별을 관측하면 여러 과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데 200년 만에 터졌다고 해서 크게 관심을 끌었지요. 이 손님별을 1987A라 이름 붙였는데 사실은 20년 전에 터진 것이 아니라 17만 년 전에 터진 겁니다. 그 때 나온 중성미자가 17만 년에 걸쳐서 우주 공간을 가로 질러 우리에게 도달하였고, 이를 검출하였지요.
▲그림 11: 우리 은하 미리내 |
그림 11은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를 위에서, 그리고 비스듬히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앞에서 소개했지만 우리 은하는 소용돌이치는 원반으로 반지름이 5~6만 광년이고 두께는 2~3만 광년입니다. 우리를 포함한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에서 3~4만 광년 떨어진 변두리에 있지요. 그래서인지 중심을 동경하며 바라보는데 중심에는 별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맨눈으로 보면 뿌옇게 보입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를 따라서 젖줄길(Milky Way)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미리내, 한자어로는 은하수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은하를 미리내은하라고 부르지요. 우리 은하를 비스듬히 본 오른쪽 모습은 꼭 달걀부침 같지요?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예쁘게 부쳤네요. 노른자 부분이 은하의 중신으로 별이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보다시피 우리 은하는 팔이 두 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가 속한 팔은 오리온 팔(Orion arm)인데, 그 바깥쪽에 있는 팔을 페르세우스(Perseus) 팔, 안쪽에 있는 것은 사지타리우스(Sagittarius) 팔이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우리 은하는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용돌이 모양을 지녔다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태양계는 원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 빠르기는 무려 250 km/s, 곧 1초에 250킬로미터를 갑니다. 우리나라의 고속열차 - 왜 한글을 버리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도록 케이티엑스(KTX)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네요 - 는 빨라봤자 1초에 1백 미터도 채 못가지요. 그러니 우리는 사실 지구 자전을 무시하더라도 은하라는 회전목마에 타서 돌고 있는 셈입니다. 매우 빨라서 어지러울 것 같아요? 그러나 원운동의 반지름이 워낙 크므로 가속도는 극히 작습니다.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회전주기도 수억 년이 되지요.
우리 은하에 가깝게 마젤란구름(Magellanic Clouds)이 있습니다. 우리 은하에서 16~20만 광년 떨어져서 큰 구름LMC과 작은 구름SMC이 있는데 별구름도 품고 있고 밤하늘에 구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별들이 모인 비교적 작은 은하이지요. 이 은하는 북반구에서는 보기 어렵고 남반구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세계를 일주할 때 밤하늘에 이 '구름'을 보고 뱃길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조금 전에 말한 손님별 1987A가 비로 그림 12에 보인 큰 마젤란구름에서 터진 것이지요. 우리 미리내은하에서 2백만 광년 쯤 가면 유명한 안드로메다은하가 있습니다. 북반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외계은하인데 - 물론 서울에서는 볼 수 없고 공기가 맑은 산골에서 - 그림 13에서 보듯이 우리 은하와 닮은꼴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용돌이가 아니고 다른 형태를 지닌 은하들도 있는데, 우리 은하와 근처에 있는 20여 개의 은하를 묶어서 은하의 한곳무리(Local Group)라고 부르지요.
일반적으로 별이 모여 별무리, 별과 별무리가 모여서 은하가 됩니다. 천억 개 가량의 별들이 모여 이루어진 은하가 수천 개 모이면 은하집단(cluster of galaxies)이 되고, 은하집단이 다시 모여서 초집단(supercluster)을 이룹니다. 초집단의 분포는 대체로 균일하다고 알려져 있지요. 아무튼 별은 뉴턴의 생각처럼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분포된 것이 아닙니다. 은하와 은하 사이에는 별이 별로 없지요. 마찬가지로 은하집단과 은하집단 사이에는 은하가 별로 없고, 초집단과 초집단 사이에는 은하집단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초집단 자체는 대체로 균일하게 분포돼 있어요.
그림 14는 현재로서 가장 깊이 우주를 찍은 사진입니다. 대략 1백억 광년까지 멀리 볼 수 있는데 그 안에 1천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습니다. 그림 14는 그렇게 볼 수 있는 하늘 중에 4백만 분의 1에 해당하며, 빛나는 점 하나하나가 은하로서 모두 1500개 쯤 되지요. (점 중에서 단 하나만은 은하가 아니고 별이라 합니다.) 아무튼 우주의 눈금에서는 은하도 점 하나밖에 되지 않아요. 우주를 논하는 관점에서 보면 누가 돈이 많은가, 힘이 더 센가, 핵폭탄을 가졌느냐 등은 참으로 하찮고 가소로운 이야기지요.
천체의 관측
천체로부터 지구로 도달하는 신호는 대부분 빛입니다. 물론 우리 눈으로 보이는 빛만이 아니고 파길이가 짧은 엑스선이나 감마선, 그리고 더 긴 넘빨강살이나 라디오파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눈에 보이는 빛을 탐지하는 장치가 보통의 광학망원경이고, 라디오파를 탐지하는 것이 전파망원경이지요. 이러한 신호들을 탐지해서 자료를 얻는 활동을 관측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관측을 주로 하는 학문이 천문학입니다.
이같이 얻어진 관측 자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지식 체계, 곧 이론적 방법들을 동원해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빛을 파길이에 따라 나누는 분광장치를 이용해서 빛띠로 분석하면 빛을 낸 천체의 여러 물리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미 지적했지만 원자는 특징적인 파길이의 빛을 냅니다. 질소는 주황빛을 내고, 나트륨은 노란빛, 수은은 청록 등인데 이는 앞에서 공부한 양자역학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따라서 천체가 낸 빛을 분석하면 온도나 속도 등과 함께 구성 원소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체들의 성질과 여러 가지 구조 따위를 이해하게 되고, 그런 자료를 모아서 전체 우주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고 해석하지요.
광학망원경은 크게 만들수록 멀리서 오는 약한 빛까지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대기의 영향 때문에 지상에서 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선명한 영상을 얻으려면 대기권 밖으로 나가서 관측해야 좋고, 이에 따라 망원경을 실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그게 유명한 허블망원경(Hubble telescope)입니다. 쏘아올린 지 20년 가까이 되었나요? 여기에 실은 많은 사진들이 바로 허블망원경으로 얻은 것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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