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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관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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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관의 변천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59> 관측되는 우주 ②

우주는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의문을 가져보았고, 인류가 항상 궁금해 하고 궁극적인 물음을 던졌던 대상입니다. 인간이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왔는지 살펴볼까요.

우리가 볼 때 우주에 있는 많은 천체는 해나 달과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거나 또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쉬운 해석은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천체가 우리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지구중심설이라고 부르는데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나 이집트의 프톨레마에오스(Ptolemaeos )같은 사람들이 주장했습니다. 중세에 코페르니쿠스가 이러한 지구중심설 대신에 태양중심설을 주장했는데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패러다임의 교체로서 과학혁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태양중심설을 다 믿고 있죠? 따라서 해는 가만히 있고 지구가 그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지구중심설은 틀리고 태양중심설이 옳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구중심설도 훌륭한 이론으로서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행성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태양중심설로는 보다 간단하게 행성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지요. 그런데 어느 것이 더 좋은 이론인지는 그리 간단하고 명확한 문제는 아니라고 앞에서 지적했지요. 여러 가지 조건을 생각할 수 있는데 어느 한 이론이 모든 조건에서 다른 이론 보다 반드시 낫지는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든 지구를 기준으로 보고 해석해도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코페르니쿠스 이후로 케플러와 갈릴레이 같은 사람들의 공헌이 크지요. 대표적으로 태양중심설에서 행성은 해를 초점으로 하는 타원 자리길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케플러의 세 가지 법칙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바탕이 돼서 뉴턴이 고전역학을 체계화하고 중력 법칙과 함께 행성계의 운동을 놀랍도록 멋지게 해석해내었지요.

이에 따라 뉴턴은 우주는 당연히 멈춰있고 무한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것이, 올베르의 역설(Olber's paradox)이라는 논의가 있습니다. 이는 "왜 낮은 밝은데 밤은 어두운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낮이 밝은 이유는 당연히 해 때문이고, 밤에는 해가 없으니 어둡지요. 그런데 이것이 사실은 이상합니다. 해도 하나의 별이지요. 어느 별을 봤을 때 그 별빛이 지구에 오는 양이 어떻게 변하겠어요? 그 별까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왜냐면 빛이 사방으로 똑같이 퍼져나가므로 별을 중심으로 반지름 인 공을 생각하면 공의 겉면에 고르게 도달하겠지요. 그런데 겉면의 넓이가
이므로 별에서 거리 인 어느 지점에 도달하는 별빛의 양은
이 되어서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게 됩니다. 별빛의 전체 양, 곧 별의 밝기 L이
에 퍼져야 하니까요. 따라서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 어두워 보이고 가까운 해가 밝아 보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별이 우주 공간에 고르게 있다면 지구에서 거리 r만큼 떨어져 있는 별이 몇 개나 있는지 생각해보지요. 별이 고르게 분포한다면 그 수 N(r)은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r인 공의 겉면 넓이에 비례하겠네요. 따라서
이 되어서 거리의 제곱에 비례할 것입니다. 그럼 지구에서 r만큼 떨어진 별들로부터 우리가 받는 빛의 전체 양은 어떻게 될까요? 별 하나로부터 받는 빛의 세기
에 별의 수 를 곱하면 되는데 이는 거리 에 무관해 집니다. 먼 곳에 있는 별 하나로부터 받는 빛은 약하지만 그 만큼 별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지구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별들로부터 받는 별빛은 그 거리에 관계없다는 결론이 얻어집니다.


그러면 밤하늘이 어두울 수가 없는 거죠. 가까운 별, 곧 해는 없지만 대신에 먼 곳에 있는 별들로부터 받는 빛을 다 합치면 가까운 별이 주는 빛이나 같으므로, 결국 별빛만 합쳐도 햇빛과 마찬가지로 밝아야 한다는 추론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뉴턴이 전제한 가설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 우주는 무한하지 않다는 결론이 얻어집니다. 공간이나 시간적으로 무한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요. 예를 들어 우주의 나이가 100억년이라고 가정해보지요. 그러면 빛이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가고 1년에 1광년(ly; light-year)을 가므로, 아무리 멀리 있는 별도 100억 광년 보다 멀리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100억 광년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 낸 빛은 아직 지구에 도착하지 못한 거지요. 따라서 우리는 100억 광년 보다 가까운 별들만 볼 수 있으므로 우주는 유한하고, 더욱이 실제 우주는 멈춰있지도 않고 불어나고 있으므로 올베르의 역설은 해결됩니다.

이는 결국 우주의 시초를 생각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주의 시초가 과연 있었느냐, 우주의 시초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느냐, 이런 것을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가 생각했다고 하지요. 교부철학(patristic philosophy)의 대표적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했다고 하는데, 그 전에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 답이 무엇이죠?

유명한 답이 하나 있어요. 바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옥을 만들고 계셨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사실은 아니고 우스개입니다. 예전에 자연과학이 성립되기 전에는 우주의 시초를 생각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와 다른 놀라운 답을 했어요.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창조의 특성이고, 따라서 우주 창조 이전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대답했죠.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확한 답이지요. 시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우주의 탄생과 같이 시작했기 때문에 우주의 시작 이전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우주가 만일 태어났다면 시간도 거기서 시작된 거죠.

칸트(Immanuel Kant)의 저서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요. 선험(a priori)이란 표현을 썼는데 우리의 경험과 관계없이 미리 주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칸트는 선험적 변증론에서 유명한 순수이성에 네 가지 이율배반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율배반이란 이렇게 생각해도 이상하고 저렇게 생각해도 모순이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 있어요?

바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우주의 문제입니다. 우주라는 것이 시작이 있는가, 공간적으로 유한한가가 바로 이율배반이라는 것이지요. 원래 우주론은 존재론, 인식론 등과 함께 철학의 한 분야였습니다. 실제로 칸트는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많이 생각했고,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가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철학자들이 우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자들이 우주를 연구하죠.

우주를 해석하는 관점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시작해서 케플러와 뉴턴 등에 의해 근대적 우주관이 정립되었고 20세기에 들어와서 아인슈타인과 허블(Edwin P. Hubble)을 통해서 현대적 우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허블은 관측을 통해서 빨강치우침(red shift)이라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어요. 20세기가 되어서는 커다란 망원경이 만들어지면서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미리내은하 밖의 천체, 곧 외계은하를 관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이 정지해 있지 않고 모두 우리, 곧 미리내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하였지요. 특히 은하가 멀어지는 빠르기는 우리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비례함을 알았는데 이를 허블의 법칙(Hubble's law)이라 부릅니다. 이를 발표한 1929년은 현대우주론의 출발점이라 할 만합니다.
▲ 그림 : 빨강치우침

일반적으로 별의 빛깔은 별이 주로 내는 빛의 파길이에 의해 정해집니다. 이는 별의 온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뜨거울수록 파길이가 짧은 빛을 내지요. 그런데 별빛을 파길이에 따라 나눈 빛띠spectrum로 분석해 보면 특정한 빛깔, 곧 특정한 파길이의 빛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는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대체로 노란 빛을 많이 내는데, '빨주노초파남보'라 부르는 연속적인 무지개 빛깔이 모두 있는 것 같지만 세밀하게 빛띠를 분석해보면 빈자리들이 있습니다. 이는 햇빛이 해의 대기를 빠져나오면서 대기의 성분에 따라 특정한 빛깔이 대기에 흡수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별의 빛띠를 분석해보면 그 별의 온도나 대기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외계은하의 빛띠를 분석해보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대부분 빨간 쪽으로 치우쳐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파길이가 길어져 있는 거지요. 그림 1에서 왼쪽은 햇빛, 오른쪽은 멀리 떨어진 은하 초집단 빛의 흡수 빛띠를 나타냅니다. 화살표는 은하 초집단의 빛띠가 긴 파길이 쪽으로 치우쳐져 있음을 보여주지요. 이런 현상을 빨강치우침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기관차의 기적소리는 우리에게 다가올 때와 떠날 때에 서로 다르게 들립니다. 다가올 때 더 높은 소리로 들리지요. 기차가 서 있을 때 내는 소리는 우리에게 도달하는 동안 우리와 기차 사이의 거리를 소리의 파길이로 나눈 수만큼 진동합니다. 그런데 기차가 다가오면서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동안 기차도 다가왔으므로 기차와 우리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따라서 소리의 파길이도 짧아집니다. 이를 도플러효과(Doppler effect)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기차가 멀어지면서 소리를 내면 파길이가 더 길어지고, 마치 더 낮은 소리처럼 들리지요.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랑 빛이 빨간 빛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파길이가 길어진 것이고 이는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면서 빛을 냈기 때문이지요. 모든 은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우주가 멈춰있지 않고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우주의 불어남(팽창)을 이미 예측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마당방정식을 풀어보면 멈춰있는 우주는 안정되어 있지 않아서 우주는 결국 불어나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마당방정식에 새로운 항을 추가하였습니다. 우주가 멈춰있도록 하려고 일부러 마당방정식을 변형시켰지요. 말하자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멈춰있기 어려우니까 이에 대응해서 서로 미는 힘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이를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고 부르지요.

이렇게 해서 멈춰있는 우주를 얻어내고 행복했는데,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아서 우주가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허블이 알아내었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집어넣어서 우주가 꼼짝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일생 최대의 실수라고 스스로 인정했지요. 그런데 사실은 "우주상수를 집어넣은 것이 내 일생 최대의 실수이다"라고 말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최대의 실수입니다. 현재는 우주상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우주상수가 필요하다고 몇 해 더 우겼으면 과연 통찰력이 놀랍다고 다들 경외심을 가지고 이야기했을 텐데, 안타깝네요.

아무튼 이론적으로 뒷받침되고 관측으로 확인되었으니 이제 불어나는 우주, 팽창우주는 우주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에 따르면 옛날에는 우주가 작았지요. 시간을 계속 거슬러 가면 결국 태초에 우주는 한 점에서 이른바 '대폭발(big bang)'로 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여기서 시작한 것으로 대폭발 이전에는 시간이란 개념을 생각할 수 없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논의하겠지만 시간이란 사실 수수께끼 같은 문제지요. 아무튼 대폭발 때가 우주의 탄생 또는 창조의 순간인 셈입니다. 중세에는 우주의 창조를 비롯한 우주론이 형이상학이나 신학의 문제로 여겨졌는데 이젠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거죠. 따라서 현대 우주론의 바탕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허블의 빨강치우침 관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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