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땅박, 정책은 엇박, 언행은 경박, 부패는 쌈박, 서민은 핍박, 의리는 깜박, 범죄는 해박, 인상은 박박"
촛불들의 이명박 대통령 평가입니다. 가히 촌철살인의 경지를 보여주는 피켓이 춤추는 곳이더군요.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촛불문화제에 다녀온 40대입니다.
허리가 시큰거립니다. 연행되는 학생을 막으려다 방패에 밀려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진 탓입니다. 21년 전, 6월의 그 날엔 하늘을 날듯 가벼웠는데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 무리한 삭신은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쾌합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에서는 도편추방제(시민들의 비밀 투표로 독재자가 될 사람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 투표해 표가 많이 나온 이를 추방하는 제도)를 실시하며 직접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만나 남녀노소, 외국인까지 청계광장, 시청, 청와대 길목 곳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과 2MB, 조·중·동의 '도편추방'을 요구하는 촛불을 피웠습니다.
한 개의 촛불이 잠든 이들의 머리맡에서 아침을 밝히듯, 한 개의 촛불이 휜 허리 움켜쥔 고된 일상에 희망을 밝힐 수 없을까요?
한 개의 촛불이 동면에 잠든 2MB의 긴 긴 겨울잠을 깨우듯, 한 개의 촛불이 어둠에 갇힌 청와대에 새봄을 맞게 할 수 없을까요?
한 개의 촛불이 87년 6월 그 날의 함성을 되살리는 불씨가 되고, 한 개의 촛불이 스무고개 휘휘 돌아 대동 세상 난장을 열어젖힐 수 없을까요?
한 개의 촛불이 역사에 부끄럼 없이 칼바람을 맞받으며 당당하게, 한 개의 촛불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타오를 수 없을까요?
그리하여,
한 개의 촛불이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위한 등불이 되어서는, 한 개의 촛불이 한미FTA 협상체결저지를 위해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될 수 있을까요?
그리하여 다시,
한 개의 촛불이 열 개 천 개 만 개의 촛불로 촛불로 대한민국을 부르며, 한 개의 촛불이 열 배 백 배 천 배 불복종의 합창을 목 터져라 부를 수 있을까요?
축제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촛불들의 축제. 이렇게 경쾌하고 유쾌하고 상큼하게 모여 노는 불법시위(?)는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어리버리한 인간이 한동안 적응이 안 돼, 띨 하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솔직히 기막히게 재밌는 구경거릴 놓치고 싶지 않은 동심으로 눈알만 부지런히 돌리다 왔습니다.
'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 값, 엄마가 시장갈 때 미친 소, 우리가 학교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소녀들, 미친 소, 민영화, 대운하, 싫어!'
촛불소녀가 개사한 뽀뽀뽀를 남녀노소 함께 흥겹게 부를 때, 아, 민주주의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하고 들었습니다.
들었습니다. 국민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함성을. 보았습니다. 살벌한 방패로 국민 뒷통수 내리치는 실용을. 그러나, 촛불들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래 불렀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들었습니다. 협상무효, 고시철회 목 터져라 뜨거운 절규를. 보았습니다. 군홧발로 무자비하게 짓밟고 걷어차는 국민 섬김을. 그러나, 촛불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노래 불렀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민주당 각성하라, 희망 없다는 준열한 비판을. 보았습니다. 쭈뼛쭈뼛 망설임 끝에 엉거주춤 나온 그들을. 그러나, 촛불들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래 불렀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 라고.
들었습니다. 독재타도, 이명박은 물러가라 치 떨리는 분노를. 보았습니다. 물대포 광란에 실명 상태 빠진 국민을. 그러나, 촛불들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노래 불렀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라고.
기나긴 어둠을 끝장내고 새로운 역사의 도도한 신 새벽을 열어젖힌 87년 6월 항쟁. 오직 나라의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을 위하여 '뭉치고, 싸우며, 끝내는 이기고'자 거대한 함성으로 하나가 되었던 그 해 6월. 그 때, 민주주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한 길에 하나가 되었던 그 시간, 그 사람들.
이제 21년을 돌아 다시금 우리 앞에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아직, 더, 목이 마르다'고. 그리하여 오는 2008년 6월 10일. 제주를 떠나 부산에서 울산에서 대구에서 그리고 빛고을을 지나 전주로 대전으로 청주로 춘천으로 수원으로 안산을 지나 청계천에서 광화문에서 당당하게 마주 서 어깨에 어깨를 겯는 사람들, 촛불들.
촛불이 운다
촛불은 늘 함께서야 운다
나에게서 너에게서 웅성웅성 촛불이 울면서
이 땅을 울린다
우리를 짓밟는 독재의 군홧발이 대가리를 치켜 들 때마다
촛불은 우리의 가슴을 빠져 나와 거대한 함성이 된다
1960년 4월에 울면서 민주주의 됐던 함성
1980년 5월에 울면서 민중항쟁 됐던 함성
1987년 6월에 울면서 시민항쟁 됐던 함성
그리고,
2008년 6월 1일에 울면서 민주주의 꿈이 됐던 함성
일하는 생활인들이 모여 두런두런 끝내 촛불이 됐던 함성
그 촛불이 다시 운다
아직 식지 않은
뜨거운 피가 너를 부를 때
물대포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 너를 부를 때
민주의 역사가 너를 부를 때
오늘은 거침없는 내일
피 끓는 가슴에 살아
오늘은 영원한 내일이나니
불복종의 비폭력의
오늘은 영원한 내일이나니
오늘은 내일이나니
오늘은 또다시 내일이나니
숨 쉬는 오늘은 영원한 내일이나니
살아 있는 사람아!
살아 있는 안산아!
살아 꿈틀대는 대한민국아!
새벽 종소리처럼 폭포수처럼
다시 어깨동무에 어깨를 걸어라
맑은 눈동자로 폭력을 뚫고
민주주의 꿈과 희망을 묶는 독재를 무너뜨리려니
녹두장군 감기지 않는 두 눈 부릅뜬 채
우뚝 서서 살아 일어나는 금강 물줄기 따라
주열이 눈에 박힌 박정희 독재 뽑아내고
상원이 가슴에 박힌 전두환 독재 뽑아내고
87년 6월 항쟁 그 도도한 물줄기에서
아, 아, 2008년 6월 10일 다시 만날 그 날.
징치며 뛰어 올라오는 한강 영산강 낙동강을
닭 울음소리 먼데서 광야를 다시 목 놓아 부르며
우리가 키 잡고 넘어야 할 이 강줄기를 가로막고
대운하로 얽어 놓는 다는 2MB 독재, 무차별 폭력 사슬일랑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 즈른(千) 번이라도
손칼 쳐 날려 버리거라!
발길 쳐 날려 버리거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