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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MB, 완전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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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MB, 완전 감동이야"

"이명박 담화, 깊은 사과의 정이 배어 있어"

23일자 거의 모든 일간지에는 기획재정부와 FTA국내대책본부가 낸, "한미FTA 위기를 기회로 바꿉니다"라는 광고가 실렸다. 이날 이들 신문의 1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는 내용의 기사가 실릴 것을 예상하고 그와 맞춰 낸 '전략 광고'다.

하지만 역시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온 <경향신문>과 <한겨레>에만 이 광고가 쏙 빠졌다. 한미FTA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비판 언론은 배제하는 식이 "송구스럽다"면서도 국민 여론을 "광우병 괴담"이라고 모는 대통령의 모순 어법과 그대로 닮아있는 듯싶다.

어쨌든 이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기사와 사설을 보면 정부의 광고 전략은 적절했던 셈이다. 이들 신문은 냉담한 국민 여론을 의식한듯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제스처에 한껏 '감동 먹어줬다'.

"이 대통령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절실한 심정"

이날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동아일보> 1면. 고개 숙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과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채정 국회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표류하는 FTA, 시름잠긴 정치권"이라는 사진 설명을 단 것으로 보아 한미FTA를 처리코자 하는 정치권의 '우국 충정'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또 이 신문은 대국민 담화 발표의 이모저모를 스케치한 "네번 숙인 대통령" 기사에서는 준비해온 내용만 읽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들어가버린 대통령을 두고 "취임 87일만에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그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하게 했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나, 이명박 대통령을 '감동적으로' 그리는 데는 <동아일보>보다 <중앙일보>가 한발 앞섰다. 이날 <중앙일보> 사설에는 그간 이 신문이 '절체절명'의 가치로 강조해온 한미FTA를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면서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한데 대한 흐뭇함이 묻어난다.

<중앙일보>는 "사과한 대통령 '한미FTA만은 통과시켜 달라'" 사설에서 "8분간 진행된 이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엔 깊은 사과의 정이 배어 있었다"며 "특히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라는 대목은 이 대통령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절실한 심정일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쓴소리를 보탰다. 이 신문은 "대통령 '제 탓' 국민 가슴에 와 닿으려면"이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자세 변화"를 높게 평가한 뒤 '국정쇄신,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물론 이 신문도 "광우병 논란은 대부분 사실 왜곡이거나 과장"이라며 '괴담'이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피장파장'인 이해수준을 보였지만 이러한 사과만으로는 국민 여론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짐작한 듯하다.

이 신문은 이날 강천석 주필이 쓴 '취임 100일 이명박 정권의 정전 사태' 칼럼에서도 이 대통령을 '권력을 만들어내는 발전소'에, 청와대 비서실과 집권당을 송전탑에, 행정 각부는 변압기에 비유하면서 "망가진 송전탑과 변압기도 고쳐서 다시 쓰라는 건 정전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에 대한 결례다. 어차피 뜯어낼 거라면 지금 뜯는게 낫다"며 역시 인사교체를 요구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부실'과 '국정철학 부재'를 여실히 증명한 이번 사태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 여론을 '괴담'으로 인식하는 수준이라면 인사 교체가 있다고 해도 결국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강 주필의 표현을 빌자면, '무리한 전압'을 강요해 안 그래도 부실했던 발전기와 송전탑, 변압기를 완전히 망가뜨린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하는 것이다. 한여름 종종 일어나는 대규모 정전사태에서 보듯 '변압기'가 고장날 때는 '과부하'가 걸렸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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