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부시 정권을 향한 '블라인드 러브'가 너무 큰 나머지 미국의 국익과 한국의 국익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현 정권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남한-북한-미국, 한국-중국-일본 사이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교수는 22일 <서울신문>의 '열린세상' 칼럼에서 "쇠고기 파동 때문에 그냥 묻혀 버린 감이 있지만, 이 블라인드 러브에서 비롯된 중요한 사안이 또 한 가지 있다"며 "그것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믿다가 통미봉남의 외통수에 걸려 버린 남북관계"라고 했다.
진 교수는 "미국만 믿고 북한을 왕따시키려 했던 이명박 정권은 미국에 가서야 비로소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미 핵폐기를 놓고 싱가포르 협정이 맺어진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북한과 미국이 밀월관계에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라며 "아차, 싶어서 부랴부랴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대응은 냉담했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이명박 정권은 북한을 왕따시키기 위해 한·일 동맹을 강조했다. 당연히 중국이 불쾌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중국은 정작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고 밀월 관계 속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한국정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라며 "그뿐인가?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일방적인 구애에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대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 폐기 없이는 어떤 지원도 없다'는 게 얼마 전까지도 유지되었던 이명박 정권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모양이다.'핵 문제와 관계없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북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열심히 떠들어대던 '상호주의 원칙'은 어디로 가고, 어쩌다가 제발 북한에서 먼저 지원요청을 해달라고 내심 애원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블라인드 러브도 이 정도면 처절하지 않은가"라고 물으며 "'통미봉남'에 걸려 핵협상에서 배제되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남들이 결정한 내용에 따라 어마어마한 비용만 덤터기 썼던 것이 바로 김영상 정권 때의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왜 실수로부터 배우지를 못하는 걸까?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말은 이 정권 브레인의 객관적 상태를 기술하는 용어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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