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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에서 '제노포비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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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에서 '제노포비아'로

남아공 폭동으로 수십명 사망…산 채로 불태우기도

'아파르트헤이트(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정책)에 시달렸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가 휩쓸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후 흑인 거주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외국인 집단폭행 사건으로 지금까지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신문들은 외국인 이주자가 담요에 싸인 채 불길에 휩싸여 죽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1면에 게재, 이번 사태의 참상을 전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지난 17일 밤 사이 남아공 최대 도시이자 경제중심지인 내륙의 요하네스버그 인근 흑인 이민자 거주지가 있는 클리블랜드 지역에서만 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 중 2명은 산 채로 불태워졌으며 나머지는 맞아 죽었다고 전했다.
▲ 남아공 원주민들이 폭동으로 사망한 한 외국인 이주민 시체를 쳐다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짐바브웨 등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 남아공에 몰려들어

심지어 짐바브웨 난민 1000여 명이 대피한 교회도 공격을 받았다. 난민들은 교회 안에 벽돌을 쌓아 공격에 대비했으며, 경찰은 고무탄을 쏘며 무장한 남아공 젊은이들과 맞서는 등 도심 곳곳이 사실상 무법지대로 변했다.

모잠비크 이주민들이 모여살던 라이거파크에서도 6~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경찰은 성난 원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실탄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넬슨만델라 재단은 이날 성명을 발표, "외국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빈발하고 있는데 대해 전율을 느낀다"면서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몰지각한 폭력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태는 같은 인종인 흑인끼리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비극적이다. 오랜 기간 분리정책으로 백인들에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 아픔을 겪은 남아공의 흑인들이 이제는 주변국 출신 흑인 이민자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주변국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비이성적인 적대행위에 나선 것은 이들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범죄가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남아공에는 짐바브웨 출신 이주자만해도 300여만 명이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정식 이민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체류자들로, 경제사정이 나은 남아공으로 유입되는 이주민이 늘면서 현지인과의 이해 충돌을 낳게 된 것이다.

남아공 사회적 모순,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분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남아공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827달러로 남부 아프리카 개발공동체(SADC) 국가 중에서 가장 부유하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는 이웃 짐바브웨 등지에서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남아공 당국은 주변국 이주자들을 겨냥한 폭력행위가 지난 3월 이후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인종차별을 연상케 하는 심각한 현상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또 제이콥 주마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재는 이날 흑인 집단거주지역인 마멜로디를 방문, 외국인 이주자들에 대한 집단폭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아공의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 만성적인 범죄로 시달리던 남아공의 사회적 모순이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폭발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경제국으로,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1994년 이후 짐바브웨·모잠비크·말라위·소말리아 등 주변국에서 수백만 명의 이주민들이 일자리와 피난처를 찾아 몰려들었다. 정치·경제적으로 사실상 붕괴 상태인 짐바브웨 난민만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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