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들어 죽을 때가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을 불러 유언을 남겼습니다.
"왕이 여러 차례 내게 땅을 주려 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내가 죽고 나면
왕이 네게 분명히 땅을 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땅을 받지 마라.
만약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한다면
기름진 땅이 아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오지의 땅을 받아라."
그가 죽자
예상대로 왕이 그의 아들에게
좋은 땅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따라
멀리 국경 지역에 있는
황폐한 땅을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 후 여러 번 왕이 바뀌고
외적의 침입을 받는 등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일이 많았지만
그 외지고 척박한 땅을 탐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그의 집안은 오랫동안
그 곳에서 가문을 이으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초(楚)나라에서 대부(大夫)의 벼슬을 지냈던
손숙오(孫叔敖)와 그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손숙오의 아들이 받은 땅은
초나라와 월(越)나라의 국경 지대에 있는
침구(寢丘)라는 땅이었다고 하는데요.
초나라 사람들이나 월나라 사람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오지였다고 합니다.
만약 손숙오의 아들이
왕이 주는 대로 좋은 땅을 받았다면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그처럼 오래도록 그 땅을 지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손숙오가 아들에게 그런 유언을 남기게 된 것은
호구(狐丘)라는 마을에 사는
어떤 노인으로부터 받은 훈계 때문이었습니다.
그 노인은 손숙오에게
지위가 낮은 사람은 지위가 높은 사람을 질투하고
왕은 현명한 신하를 미워하며
보통 사람은 녹을 많이 받는 사람을 원망하니
늘 조심하라고 충고했다고 합니다.
손숙오는 노인의 충고를 새겨 아들에게
후에 남의 질투나 원망을 듣지 않을 땅을 받아
오래도록 보존하라고 말한 것이지요.
이 이야기에서
남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을 때
남의 원망을 들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호구지계(狐丘之戒)'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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