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실패 연구'라는 문패를 달아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졸속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지난 13일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협상 실패를 다시금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괴담'으로, 이를 지적하는 측은 '반미 선동'으로 몰아가 미국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신문은 이날 "'졸속' 비판받는 한미 쇠고기 협상 어땠기에-최종준비 고작 1주일, 처음부터 밀린 협상"이라는 기사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 진행과 사후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며 "협상 테이블은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고 했다.
이 신문은 △협상단의 숫자나 전문가의 폭 △1주일에 그친 협상 최종 준비 △쇠고기 업무 전문가 부재 △쇠고기 업무 경험 없는 통역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 협상에서 "(한국 측 통역이) 전반적인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어려운 수의 용어 등에서 미국 측 통역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최병일 한국협상학회장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쇠고기 협상 과정은 전체적으로 미숙했고, 특히 협상 사후 관리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주둔하면 쇠고기 수입 반대하면 안된다"?
그러나 그뿐,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일언반구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광우병 수입 반대 촛불 집회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고 대신 18일 "광우병 괴담은 정치선동"이라고 주장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나라를 위한 특별기도회'는 크게 보도했다.
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진행한 '조선 인터뷰'에서는 이영순 서울대 인수공동질병연구소 소장을 만나 "미국도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19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 사례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서 도축 예정인 소에는 광우병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중 주필도 "'반미'의 해법"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주한미군 철군 문제를 연계해 보수진영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나섰다. 김 주필은 이 칼럼에서 <조선일보> 특유의 '미국 중심주의'를 그대로 보여줬다.
김 주필은 "최근의 쇠고기 수입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미국'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솔직히 쇠고기 수입국이 미국이 아니고 영국이나 프랑스 또는 중국·일본이었다해도 이처럼 '우리 국민 다 죽인다'며 연일 비난 폭탄을 퍼부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속으로는 미국을 좋아하면서 입으로는 욕하고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친하면서 나라 전체로서는 미국을 못마땅해한다.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며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반미선동'='주한미군 주둔 반대'라는 <조선일보>의 등식이 적용된 것.
그는 "(주한미군이) 우리의 필요성 때문에 주둔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국을 '동네북' 취급하듯 하는 좌파세력의 선동에 떠밀려 다니기 전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받을 것과 줄 것의 순위를 인정하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그러지 않고 미군은 미군대로 그냥 놔두고 반미감정은 감정대로 표출하는 것은 너무 이중적이고 자기위주적"이라며 "우리의 정서를 정리할 때"라고 했다.
김 주필은 한국에 사는 한 미국인과의 대화에서 '주한미군 철군'을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한국내 미국인이 지난번 중국인이 했던 것처럼 난동을 부리고 폭력을 행사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라고 물었다며 "우리는 중국이 무섭다. 그러나 미국은 무섭지 않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에 그 미국인은 "그럼 우리도 무섭게 하면 되겠군'"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의 속뜻이 '철군'으로 느껴졌다"며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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