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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풀씨로 사막화를 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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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풀씨로 사막화를 막다

[르포] '위기의 초원' 중국 네이멍구 차깐노르에 가다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지난달 29일 '지구특공대2-식목일 특사' 편에서 멤버들이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을 찾아가 나무를 심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 지역은 중국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진 곳으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환경단체들이 찾아와 '방사림'을 심는 등 조림사업이 한창인 곳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의 나무심기 도전은 나름의 의의를 평가받지만, 그 넓은 모래사막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를 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이 떠나고 나면 저 나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 네이멍구 현장에서 이런 의문은 더 강해졌다.

나무가 아닌 풀을 심는다

<무한도전> 뿐 아니다. '나무심기'는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황사 방지 사업의 핵심이다. 중국정부도 1980년대부터 20년 간 삼북방호림 프로젝트, 베이징-텐진방사프로젝트, 퇴경금목환림환초 정책 등으로 엄청난 자금을 들여 대규모 식수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나무심기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 비용에 비해 나무들의 생존률이 극히 낮다는 것. 대체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포플러 나무를 심지만 기껏해야 15~20%만이 뿌리를 내린다. 게다가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인공적으로 꾸준히 물을 줘야 자랄 수 있는데다 이로 인한 지하수 고갈 문제도 제기된다.
▲ 고사한 대규모 인공림. (왼쪽) 15년 된 포플라 숲의 모습. (오른쪽) ⓒ환경운동연합

▲ 중국 네이멍구 아빠까치 시내에서 관목에 물을 주는 모습. 물이 부족한 이곳에선 소방차와 같은 살수차가 다니며 나무에 물을 준다. ⓒ프레시안

쩡바이위 옌칭대 생태빈민구제위 비서장은 "환경복원의 기준을 단위 면적당 엽록소 양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나무는 늘었는데 엽록소양은 줄어들기도 한다. 나무를 심으면 나무 그늘이 늘어나 초원의 면적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이태일 기획운영처장도 "물을 많이 빨아들이는 나무를 강수량이 부족한 초원에 심으면 오히려 초원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난 20여 년 간의 엄청난 노력에도 중국 내 사막화 현상은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는 상황. 중국 국토의 27.46%(2억 6300만ha)가 사막화되고 매년 2460㎢의 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서울시의 4배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는 것.

찡아이 중국문물연구소 연구원은 "내몽고 내에는 바단자란, 텡걸, 울란부, 쿠브치, 무우스, 쿤산다크, 호르친, 후룬베얼 등 8대 사막이 있는데 이중 바단자란만이 지질시대에 형성된 것이고 나머지는 '인조사막'"이라고 했다.
▲ 쿤산다크 사지. '사막'과 달리 '사지'에는 물이 있어 낮은 풀이 자란다. ⓒ프레시안

▲ 중국 네이멍구 아빠까치 주변의 석탄 광산의 모습. 이들이 뿜어내는 모래먼지로 시야가 뿌옇다. ⓒ프레시안

이에 환경운동연합과 현대자동차는 중국 지방정부와 현지 시민단체 등과 힘을 합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중국 네이멍구 시린꺼러멍 아빠까치에 있는 50㎢ 크기의 말라버린 호수 차깐노르에 나무가 아닌 '풀'을 심기로 한 것. 본래 나무가 자라지 않는 초원지대에 나무를 심어 환경을 개조하기보다 현지 자생식물을 심어 자연의 복원력을 북돋운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가 15억 원을 제공하고 환경운동연합이 5년 간 호수 전체에 풀을 심고 10년 간 생태변화를 관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환경운동연합은 아빠까치 지방정부로부터 15년 간 차깐노르 일대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위기의 초원…'알칼리 분진'이 한국까지?

특히 이 차깐노르가 위치하고 있는 시린꺼러 초원이 중국 내에서 그나마 초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자 역시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이미 사막화된 지역을 복구하는 것 못지 않게 초원 지역을 사막화로부터 보호하는 사업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태일 처장은 "이번 사업 한번으로 모든 사막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이 잘되면 다른 지역에도 번져서 더 넓은 지역의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첫 단추를 끼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80㎢의 호수가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것 자체가 이 초원이 직면한 위기를 보여주는 일. 이 지역에서 사막화 방지 운동에 매진해온 쩡바이위 비서장은 "1970년대에는 이 호수에 배를 타고 들어가 8~9미터 대나무 죽대로 호수의 깊이를 재려 해도 바닥이 닿지 않았다"며 "이 때만해도 호수의 주변에는 풀이 빽빽하게 무릎까지 차올랐다"고 말했다.

또 이 호수의 동쪽에 있는 작은 차깐노르 호수도 예전에 비해 물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어 면적은 30㎢에 수심은 1.5m에 불과하다고 한다. 쩡바이위 비서장은 "작은 차깐노르 호수도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마른 차깐노르 호수 전경. ⓒ월간 함께 사는 길 제공

▲ 물이 남아 있는 작은 차깐노르 호수. ⓒ프레시안

게다가 원래 알칼리성이던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알칼리 사막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 마른 호수에 바람이 불면 소위 지표면의 흰 알칼리 분진이 날려 소위 '알칼리 황사'가 일어나고 이는 주변 초원에 영향을 미쳐 사막화를 확대시킨다.

몽골족으로 아빠까치 주민인 빙거(34) 씨는 "1990년대만 해도 이 지역에서 모래폭풍을 거의 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바람이 불면 늘 일어난다"며 "4~6월 사이엔 심할 땐 2~3일에 한번씩 모래폭풍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중국 내몽고 지역에는 안꾸리노르, 우라가이가오비 등 차깐노르처럼 말라버린 염호수가 많아 이들 지역에서 일어난 '알칼리 황사'가 중국 베이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베이징사범대학과 중국지리과학원은 베이징에서 나타난 황사물질을 분석해 분진의 주요 발원지는 마른 알칼리 호수라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일어난 '알칼리 황사'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구체적으로 분석된 바가 없지만 환경운동연합 등은 중국 황사의 이동경로를 볼 때 이들 지역의 황사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3~4월 차깐노르에서 자주 일어나는 모래폭풍. ⓒ쩡바이위

▲ 차깐노르 호수 표면. 흰 알칼리 분진이 쌓여있다. ⓒ쩡바이위

초원에 대한 몰이해가 '인조사막'을 낳다

어쩌다 한국의 중소도시 면적에 달하는 호수가 밑바닥을 드러내게 됐을까. 그 원인을 두고 중국정부와 환경운동연합 등의 환경단체들은 미묘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중국정부는 '기후 온난화'에 더 비중을 두는 반면 환경운동연합과 중국NGO 등은 중국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우리로 치면 '시'에 해당하는 아빠까치 지방정부의 스칭투 홍보부장은 내몽골 지역의 사막화 원인을 묻자 "전세계적인 기후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지역만해도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던 기온이 영하 30도 정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 살며 전통적인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위칭하르너(59)씨. 그가 가족들의 것까지 합해 사용하고 있는 초지는 총 300만 평으로 그는 각 지역마다 사계절용 게르를 따로 지어놓고 계절마다 옮겨다니며 산다고 했다. ⓒ프레시안

그러나 중국 지방정부도 인정하듯 중국 인구가 팽창하면서 이 지역에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 사막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당시만해도 내몽고 지역에는 몽고인 230만 명 가량이 유목을 하며 살아왔으나 약 50년 사이 농업을 주로 하는 한족이 대거 유입하면서 그 10배인 23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중국 정부는 척박한 초원지대에 한족 중심의 농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넓은 땅에 풀을 걷어내고 옥수수를 심는 등 무분별한 개간을 일삼아 사막화를 촉진시켰다. 농업활동 자체가 수자원의 대량 고갈을 가져왔고 그나마 덮여있던 토양을 감소시켰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떠돌이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을 정착시키겠다며 각 주민들에게 '초지분할'을 한 것도 초원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유목 방식은 모든 지역의 풀이 자랄 수 있는 방식이었던 반면 초지를 나눠주는 방식은 모든 지역의 풀이 자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쩡바이위 비서장은 "중국이 '농촌혁명'을 통해 소득증대를 이루면서 목축업도 같은 방식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며 "그러나 농업은 사유화 정책으로 발전했지만 목축업의 사유화는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를 흐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지금은 중국정부도 이러한 무분별한 목축이 갖는 문제를 인식하고 '삼목 정책'을 펴고 있다. 풀이 자라는 시기에는 양의 방목을 금지하는 '금목', 오래쓴 방목지는 쓰지 않도록 하는 '휴목', 지역을 돌아가며 방목하는 '윤목' 정책이다.
▲ 시린꺼러멍에서 가장 많은 수의 가축인 양은 뿌리까지 뜯어먹는 습성 때문에 철저한 금목 정책의 대상이 된다. ⓒ프레시안

▲ 몽골인 빙거 씨는 "아직 풀이 충분히 자라지 않아 소들이 말랐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

마른 염호수 차깐노르에 풀을 심는 일도 간단치는 않다. 알칼리성 지대기 때문에 일반 풀이 바로 자라긴 어렵고 내염성 식물인 감봉이나 감모초를 심어 땅의 염도를 낮춘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파종행사를 시작으로 차깐노르 일대에 감봉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이미 쩡바이위 비서장을 비롯한 중국의 몇몇 과학자들은 일부 염호수 지역에 실험적으로 감봉을 심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감봉이나 감모초로 땅의 염도가 낮아진 지역에는 주변의 일반 풀들이 자라 보통의 초원지대로 복원된다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이들 식물들이 땅을 고정시켜 '모래폭풍'을 방지한다는 것도 큰 효과다. 감봉은 훌륭한 겨울철 사료기도 해 주변 목축민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
▲ 차깐노르에 '감봉' 씨앗을 뿌리는 모습. 이후의 파종 작업은 트랙터로 하게 된다. ⓒ월간 함께사는 길 제공

▲ 차깐노르 일부에 시험 재배한 감봉의 가을 모습.ⓒ쩡바이위

다른 마른 염호수에 비해 차깐노르는 비교적 마른지 얼마 되지 않아 땅에 습기가 남아있고 바로 곁에 작은 차깐노르 호수가 있어 비교적 물을 끌어오기도 쉬운 지역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사업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이 지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며 차깐노르 호수가 차차 마르는 것을 지켜봐온 쩡바이위 비서장은 "사실상 복원의 첫발"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것은 시범적인 사업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만약 성공해서 인정받게 되면 다른 지역의 알칼리 사막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박상호 팀장은 "무엇보다 원래 식생에 맞도록 사막화 방지 사업을 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우리는 그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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