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을 폭발시킨 문화방송(MBC) <PD수첩>의 김보슬 PD는 14일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할 때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 PD는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광우병 언론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2편에 걸쳐 방송된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제작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털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 PD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된 계기를 "지난 1월 광우병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연락처 정도만 메모해 놓았었다. 그러다 총선 이후 쇠고기 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도착한 날 한미 쇠고기 협상의 결과를 들었는데, 우리 팀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열어준 수준이었다"면서 "당시 인터뷰했던 마이클 핸슨 소비자연맹 수석연구원도 자기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에 미국 정부가 더욱 큰 소리칠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라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이날 그는 한국 정부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초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PD연합회는 농림수산식품부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농림부는 "<PD수첩>과의 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참석이 적절치 않다"며 불참을 통보했다고 한다.
김 PD는 농림부 관계자의 불참에 아쉬움을 내비치면서 "농림부 관계자가 참석했다면 '불을 잘 끄는 것이 중요한가, 불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묻고 싶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일본의 농림수산청 관리가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면서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만 두고 보자면 정부가 말하는 것과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동소이하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1%의 위험을 지적하는 것이고 정부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인데 어떻게 국민 건강 문제를 가지고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 그는 "정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선결과제로 쇠고기 문제를 생각하는 듯하나 실제로 미국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쇠고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미국 하원이 한미 FTA를 반대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동차"라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이것을 내준 것인지, 결국 아무 것도 받은 것 없이 다 내준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PD수첩>을 두고 농림수산부는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을 하고 청와대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정부의 대응도 심상치 않은 상황. 그는 "농수산부가 언론중재위에 낸 조정안을 보니 담당 PD의 이름도 몰라 내 이름을 김보선 PD라고 했더라"며 "과연 양국 협상에서 협상 내용도 몰랐던 정부가 보낸 중재안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김 PD는 <PD수첩> 광우병 1편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생긴 '즐거운 고민'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1편을 제작한 직후에는 당시 시간 제약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게 이슈가 되다보니 뉴스 등에서 너무 많이 나와서 정작 2편 방송 시점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까'하는 큰 고민이 늘 따른다"면서 "우리 사회에 당면한 위험을 TV에서 어떻게 보여줄지 앞으로 더 고민하고,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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