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1만8000여 페이지의 핵 관련 문서에 대해 "완전한 자료"라고 평가하면서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한편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발표를 예고하면서 핵협상 진전 분위기를 추동하고 있다.
번역과 분석 동시 진행
지난 주 북한을 방문해 핵 관련 자료를 받아 귀국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13일 "이번에 가져온 자료들은 영변에 있는 5MW 원자로 및 핵연료 재처리공장 운영과 생산에 관련된 일련의 완전한 자료로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핵 프로그램 검증에 있어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 자료들은 원자로와 재처리공장의 가동과 생산 기록을 담은 운영기록부(operation records) 사본으로 일지 형태로 되어 있어 그날 그날의 작업 시간표, 작업자의 업무일지, 가동기록, 동시 추출 공정에 관한 가동기록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은 한글로 된 이 자료을 번역요원을 투입해 영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동시에 에너지부, 국방부, 국무부 전문가들로 하여금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 자료들을 가지고도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성 김 과장은 이같은 과정이 수 주 정도 걸릴 것이라며, 검토 작업이 진행되면 미 의회는 물론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과 언제쯤, 어느 정도를 공유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 브리핑은 가급적 빨리 하겠다고 말해 핵협상의 빠른 진전을 원하는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검토가 겨우 시작된 시점에서 김 과장이 자료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한 것은 북미 양국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가졌음을 시사해 전문가 검토 후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김 과장은 "이 자료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모든 북핵 시설에 대한 현장실사, 샘플링, 핵 프로그램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확한 검증 방식은 6자회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수순은?
미국이 자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사인을 보내면 북한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40~50페이지 분량의 공식 신고서를 제출한다. 그에 맞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의회 통보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의 의회 통보 직후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1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의 해결이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을 아니라고 밝혀 두 문제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을 불식시켰다.
중국은 북한이 제출한 공식 신고서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 회람시킨 후 6자회담을 소집, 검증 방식과 3단계 핵폐기 로드맵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 이 시점은 대략 6월 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다음 주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이키 아키다카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 등 6자회담 한국 및 일본 수석대표와 3자 회동을 가질 것이라고 김 과장은 밝혔다.
그는 영변 핵시설 불능화 상황에 대해 "북한은 하루에 30개씩 폐연료봉을 제거하고 있는데 2~3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며 "북한은 폐연료봉 제거속도를 대북 에너지 지원 시기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연료봉 제거 속도를 약간 늦춘 듯하다"고 덧붙였다.
곡물가 상승에도 식량 50만톤 지원할 듯
한편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달 초 북한을 방문한 미국 정부 대표단의 방북 협의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계획을 조율하고 있으며 "아마도 수 일 내로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그는 정부 대표단이 북한 측과 "훌륭한 협의"를 했으며 "대체로 보다 개선된 식량 배포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도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를 논의할 실무회의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며 지원이 결정되면 비정부기구(NGO)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일 미국 정부와 NGO로 구성된 대표단이 이달 말 방북, 북한 측과 식량지원을 위한 실무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 50만 톤은 쌀, 밀, 야채, 옥수수, 콩 등으로 구성됐으며, WFP를 통해 37만 5000톤, NGO를 통해 12만 5000톤을 지원할 것이라고 대북지원에 참여하게 될 NGO 관계자가 설명했다고 <RFA>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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