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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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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기관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56> 엔트로피와 정보 ②

혹시 영구기관이라고 들어봤습니까? 영구기관으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요. 첫째 종류의 영구기관이라는 것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움직이는 기관을 말합니다.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 때문에 그렇죠. 우리는 에너지는 창조될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에너지는 없어지지도 생겨나지도 않는다", 또는 "에너지 전체의 양은 변하지 않고 언제나 일정하다"가 에너지 보존 법칙인데, 이에 열을 통한 에너지 전달을 포함해서 열역학 첫째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동역학에서의 운동에너지와 잠재에너지(위치에너지)의 관계로부터 출발해서 에너지 보존을 확장했습니다. 역학적 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라는 개념 자체를 확장하였지요. 소리, 빛, 전기 등은 모두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일과 열의 형태를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므로 이런 기여들을 모두 고려하면 언제나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에너지를 스스로 창조해서 움직이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첫째 종류의 영구기관은 있을 수 없지요.

그렇지만 둘째 종류의 영구기관은 기가 막히게 만들어서 사람을 혼동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뜸해졌지만 학교 연구실로 찾아와서 영구기관을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재야(在野) 물리학자'가 종종 있습니다. 가끔은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둘째 종류의 영구기관에 대해 말하는 분들이 많지요.

열이라면 보통 온도가 높다, 곧 뜨겁다는 것을 연상합니다. 대체로 열은 에너지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엄밀하게는 에너지의 전달 형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두 계 사이에서 에너지는 일 또는 열의 형태로 전달되지요. 다시 말해서 어떤 계가 일을 받으면 그 운동에너지가 늘어나듯이 열을 받으면 그 내부에너지가 늘어납니다. 뭇알갱이계의 내부에너지란 구성원들, 곧 분자들의 운동에너지를 집단적으로, 곧 거시적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크지요. 그런데 이러한 내부에너지를 일의 형태로 외부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던 열기관이지요.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가솔린기관, 디젤기관 같은 것들이 널리 알려진 예입니다.

증기기관차를 본 적이 있나요? 옛날에는 열차를 끄는 기관차가 주로 증기기관차였지요. 증기기관차는 기관차 전체가 거대한 원통 보일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탄을 태워서 물을 끓이고, 수증기를 나들통(cylinder)에 보내서 나들개(piston)를 움직이게 하고, 연결된 바퀴를 돌리는 열기관이 증기기관입니다. 최초의 열기관으로서 그 기원은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러 사람들의 개량을 거쳐서 18세기 후반에 와트(James Watt)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널리 알려졌고, 동력원으로서 산업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요.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일률(power)의 단위를 와트(W)라고 하는데 초마다 1 주울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률을 말합니다. 곧 1 W = 1 J/s 가 되지요. 예컨대 100 W의 전기기구는 1 초에 100 J의 (전기)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일반적으로 열기관은 연료를 태워 불을 지펴서 열의 형태로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공기의 내부에너지를 바로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연료를 태울 필요 없이 공기를 이용한 열기관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같이 공기로 작동하는 열기관을 발명했다는 주장이 가끔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공기에서 내부에너지를 일부 빼내어서 운동에너지로 바꾸고 내부에너지가 줄어든, 곧 온도가 내려간 공기를 배출해야 합니다. 이는 밖의 공기에서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빼내고 차가워진 공기를 다시 밖으로 보낸다는 것인데, 이런 일은 열이 차가운 데서 뜨거운 데로 흐르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열역학 둘째 법칙을 위배하고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현상이지요. 이러한 장치를 둘째 종류의 영구기관이라 부르며, 열역학 둘째 법칙을 위배하므로 역시 불가능하다고 믿어집니다.

둘째 종류의 영구기관으로 널리 알려진 예로서 한쪽 방향으로만 돌도록 돼 있는 톱니바퀴, 이른바 미늘톱니바퀴(ratchet)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 2에 보였듯이 철편이 있어서 톱니바퀴가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 줍니다. 따라서 톱니바퀴는 시계바늘 방향으로만 돌아갈 수 있지요. 이것에 축을 연결해서 바람개비를 달고 공기분자가 바람개비에 와서 부딪치게 합니다. 부딪친 공기분자는 바람개비에 힘을 미치는데 일반적으로 사방에서 고르게 부딪치므로 평균하면 알짜힘은 없고, 바람개비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기분자가 바람개비 앞쪽에 부딪칠 때는 돌지만 뒤쪽에 부딪칠 때는 미늘이 걸려서 돌지 못하게 만들어놨습니다. 따라서 결국 바람개비와 톱니바퀴는 한쪽 방향으로만 돌 터이고, 결국 연료가 없이 공기에 의해 움직이는 영구기관이 되는 셈이네요.
▲ 그림2 파인만의 미늘톱니바퀴

이런 것을 제안한 사람은 파인만인데 물론 머릿속에서만 발명한 겁니다. 언뜻 보면 이 장치는 실제로 작동할 것 같고, 따라서 열역학 둘째 법칙을 위배하는 예가 될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기분자들에 의해 바람개비가 돌아가려면 장치가 분자 수준으로 충분히 작아야 하는데 그러면 미늘은 마구잡이로 움직이므로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생각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역시 둘째 법칙을 위배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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