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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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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의 질서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49> 혼돈과 질서 ⑤

혼돈이란 아주 뒤죽박죽인 것 같지만 이미 이야기했듯이 단지 그런 것이 아니고, 질서의 반대되는 개념도 아닙니다. 혼돈 안에도 정돈된 질서가 있어요. 쌍갈래질의 그림을 봤는데 그 안에 질서정연한 구조가 있고, 또 야릇한 끌개는 쪽거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혼돈은 사실 놀라운 질서를 품고 있지요.

그림 10은 아까 살폈던 쌍갈래질을 다시 보여줍니다. 수평축은 b로서 1부터 3까지는 수직축의
, 곧 끌개가 붙박이점 하나이다가 b가 3보다 커지면 둘로 되어서 그 사이를 오가는 주기 2의 끝돌이가 됩니다. b가 점점 커지면 또 갈래를 쳐서 넷이 되고, 끌개는 주기 4의 끝돌이가 되지요. 계속해서 8, 16, 32, 이렇게 가다가 b가
보다 커지면 무한히 많아져서 혼돈이 일어남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를 확대해서 그려볼까요. (b)에 보였는데 확대하기 전인 (a)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지 않아요? 이것은 b가 3부터 3.62까지 부분을 그린 건데 (a)에 보인 1에서 4까지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네요. 그럼 이걸 더 확대해 보지요. 3.45에서 3.59까지 부분을 확대해서 (c)에 그렸는데 역시 똑같네요. 한 번 더 확대해본 것이 (d)이고, 이렇게 끝없이 나갑니다. 이러한 성질의 형태를 '스스로 닮았다(self-similar)'고 말합니다. 이러한 스스로 닮음(self-similarity) 성질을 지닌 대상을 쪽거리라고 부르죠.
그림 10 쌍갈래질 (a)

(b)

(d)

(c)

그리고 아까 논의했던 그네 또는 흔들이의 야릇한 끌개라는 것이 그림 11에 보인 이상한 모양을 가집니다. 수평축에 흔들이의 각위치를, 수직축에 각속도를 나타내었는데 왼쪽 위 그림에서 한 부분을 확대해 보면 오른쪽 위 그림이 되고 여기서 다시 한 부분을 확대하면 오른쪽 아래 그림이 되지요. 다시 한 부분을 확대하면 왼쪽 아래 그림이 됩니다. 부분을 확대하면 전체 모양이 다시 나오고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되네요. 역시 쪽거리 구조입니다.
▲ 그림 11: 몰리는 흔들이의 야릇한 끌개

여기서 흥미롭고 중요한 점은 보편성(universality)이란 개념입니다. 아주 많은 계들, 다양한 대상들이 혼돈을 보이는데,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대상계가 똑같은 혼돈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완전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보이는 혼돈의 구조는 똑같다는 거지요. 이런 성질을 보편성이라고 부릅니다. 앞서 강조했는데 이론과학, 물리학이란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전제하고 보편지식 체계를 추구하는데 이를 위해 이른바 모형을 통해서 자연현상을 해석하려 합니다. 일반적으로 모형은 현실계에 비해서 훨씬 간단하게 만들지요. 이렇게 간단한 모형으로 복잡한 실제 계를 기술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상을 일으키는 본질은 해당 계의 세부적 요소와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사람과 물고기, 또는 벌레를 비교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세부 사항은 크게 다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생명현상의 본질 자체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간단한 모형을 통해서 복잡한 실제 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지요. 이는 이론과학이 성립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근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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