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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새 헌법 통과 앞두고 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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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새 헌법 통과 앞두고 갈등 증폭

부정투표 논란, 낮은 투표율이 무르시 정권 발목 잡을 듯

이른바 '파라오 헌법'으로 불리며 논란을 빚었던 이집트의 새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론 분열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새 헌법 통과를 두고 무함마드 무르시(Mohamed Morsy) 현 대통령 및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 세력과 야권의 주축인 세속주의자들의 갈등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갈등이 헌법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이후에도 가라앉기 힘든 이유는 야권이 투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야권 정치인과 자유·사회주의 세력, 기독교 신자, 세속적 이슬람 신자 등으로 구성된 혁명수호전국전선(the National Salvation Front)은 성명을 통해 국민투표에서 부정행위가 판을 쳤다며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원들이 일부 투표소에 들어가 유권자에게 찬성표를 던지라고 속삭이거나 판사가 찬성을 유도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일부 투표소는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았으며 기독교인들이 투표소에 못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집트 인구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이 이슬람주의자들의 폭력을 두려워해 투표소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투표 부정행위뿐만 아니라 헌법 초안 작성 과정도 논란이 됐다. 야권 인사의 참여가 없는 상태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이 헌법 초안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야권은 지난달부터 국민투표 연기를 촉구했다. 또 무슬림형제단이 새 헌법을 통해 이집트를 이슬람 신정 국가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는 곧 여성과 야당, 소수 종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 무르시 대통령의 새 헌법에 반대하는 카이로 시민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전 대선 후보였던 함딘 사바히(Hamdeen Sabahi)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슬람주의자들이 종교적인 믿음을 그들의 힘을 키우고 자본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헌법을 제정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바히는 어떠한 평화적인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이 법안이 이행되는 것을 막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헌법에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빠져있다. 바로 '합의'다"라며 "이 헌법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무슬림 형제단과 무르시는 새 헌법을 제정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 정권의 측근 인사를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것이 진정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무라바크 정권 보호에 이바지한 법률과 검찰, 일부 부유한 경제인들이 민주화 이행 과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한 달간 이집트에서는 새 헌법을 둘러싸고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들의 충돌로 8명이 숨지고 1천여 명이 다쳤다. 정치학자인 아무르 함자위(Amr Hamzawy)는 <뉴욕타임스>에 "현재 이집트에서 '다수'라고 불리는 곳도 큰 편이 아니며 '소수'라고 해서 작지도 않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분열되어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5일과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집트 국민투표는 약 30%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23일(현지시간) 무슬림형제단과 일간지 <알 아흐람>(al-Ahram)은 새 헌법 초안이 6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러한 낮은 투표율이 국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르시 헌법, 무엇이 문제인가?

무르시 대통령은 '파라오 헌법'으로 불릴 만큼 대통령의 절대 권한을 명시한 임시 헌법을 발표하면서 야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집트 곳곳에서 야권과 무슬림형제단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새 헌법 선언문은 무효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투표를 강행하며 갈등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민주주의 선거지원 국제연구소 자이드 알 아리(Zaid al-Ali)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여 이집트 새 헌법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알 아리 연구원은 새 헌법의 가장 큰 문제는 군대를 법과 의회의 감시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군대의 자율성을 헌법에 강하게 명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무슬림 형제단 관계자는 이집트군에 남아있는 무바라크 잔당들로부터 군 권력을 이양시키기 위해 군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 아리 연구원은 또 다른 문제로 이 헌법이 의사 결정을 분권화시킬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아랍 국가들은 그렇게 통치할 경우 나라가 쪼개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고 이것이 결국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을 막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알 아리 연구원은 "아랍지역은 중앙 집중화가 강한데 이것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비스를 받는 데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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