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걸린 소의 젖을 통해 소끼리 광우병이 전염될까? 인간광우병에 걸린 엄마의 젖을 먹은 아이는 인간광우병에 걸릴까?
최근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월령과 관계없이 광우병 위험물질(SRM)까지 포함해 수입하기로 결정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당연히 이런 얘기들을 "광우병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우병 진원지로 악명높은 영국 정부도 광우병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 곳보다 높지만 '모유'로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영국의 광우병 위원회(SEAC)의 크리스 히긴스 위원장은 '모유에 의한 광우병 전염설'에 대해 "절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광우병이 소젖으로 소끼리 전염되지 않는다는 증거는 많으며, 인간광우병이 모유로 아이에게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영국 정부를 당혹해 한 '양들의 실험'
하지만 히긴스 위원장은 최근 영국에서 나온 한 연구 결과에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뒤늦게 국내에도 알려졌다.
영국 웨이브리지에 있는 수의학연구소 팀 코놀드 박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BMC 수의학연구(BMC Veterinary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양이 걸리는 광우병이라고 불리는 '스크래피'가 양젖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관련기사) 스크래피는 양의 뇌가 구멍이 송송 뚫리는 증세를 보이는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졌으며, 광우병은 스크래피 증세를 보이는 양을 사료로 먹이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학설이 있다.
이번 실험은 18 마리의 양에게 스크래피에 감염된 암양의 젖을 먹이고, 15 마리의 다른 양에게는 감염되지 않은 양젖을 먹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감염된 양젖을 먹은 3마리를 도축해 내장 조직을 검사한 결과 두 마리에서 스크래피를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전구물질이 검출됐다. 이 물질은 스크래피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18 마리 중 나머지 살아있는 15마리에 대해서도 직장 세포 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이 검출됐다. 또한 감염되지 않은 양젖을 먹은 양들에게는 변형 프리온 전구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 일부 양에게는 나중에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젖을 먹이자 다시 변형 프리온 전구물질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양의 스크래피가 젖을 통해 양끼리는 전염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변형 프리온 전구물질에 감염된 새끼들이 스크래피로 진행되는지는 계속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전염병학계 일각에서는 에이즈와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이 같은 종끼리는 전염되도 서로 다른 종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진화론적 장벽이 무너진 사례라는 점을 들어, 이번 실험이 비록 양의 스크래피에 국한된 실험 결과이지만 언제든지 돌연변이에 따라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85년 광우병 감염 소가 처음 발견된 이후에도 인간에게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면서 일축하다가 1996년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면서 162명이 사망하는 뼈아픈 대가를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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