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일 사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을 '반미선동'으로 매도했다. 이 신문의 시각에서 보면 위의 글은 그러한 '반미 선동'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 글은 2004년 1월 3일자 <조선일보> 기자수첩 "광우병에도 '힘의 논리'"의 일부분이다. 이 글을 쓴 이동혁 기자는 2001년 유럽 전역에서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 '철통 같은' 방역 조치를 취했던 미국이 2003년 말 자국에서 광우병이 생기자 전 세계에 '광우병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억지 논리를 들이대는 '모순'을 지적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단지 한 기자의 '소신' 발언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2003년 12월 20일에도 당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미국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는 미국에 '이성적 대응'을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결론부터 말해 이번 일은 통상 마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약 한국산 소에서 광우병이 나왔다면 미국 정부 역시 수입 금지 등 강도높은 조치를 취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 발발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수입 금지 관련 조치들은 국민의 건강과 식품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를 시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일 국민들 사이에 급속히 높아지는 광우병 우려를 두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 <조선일보>는 정작 4년 전에는 이러한 '불안 심리'를 정당화하면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2003년 12월 28일 기자수첩 '뭘 믿고 고기 먹으라나'의 일부분이다.
"미국발(發) 광우병 등으로 '육류(肉類)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은 한가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중략) 국민들의 증폭된 불안감 뒤에는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99.99% 안전해도, 정부가 나머지 0.01%의 위험관리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믿음을 못 주는 것이다. 농림부 장관이 "먹어도 된다"고 해도, 고깃집이 전보다 한산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조선일보>가 주로 내세우는 논리인 "미국인들이 먹고 있지만 괜찮다"는 주장도 이 신문의 지난 기사에서 반박 가능하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2001년 2월 1일자 "광우병 공포 확산…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기사에서 한림대의대 미생물학 김용선 교수의 발언을 따 "광우병의 잠복기가 10~40년이므로 현재 발생이 없더라도 안심해선 안된다"며 "광우병 의심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 대책과 감시 체계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조선일보>의 이영완 과학 '전문' 기자는 2007년 3월 10일 미국 치매 환자의 상당수가 인간광우병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한 콤 캘러허 박사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고려원북스 펴냄)를 비중있게 소개하는 서평을 썼다. 이영완 기자는 이 책을 번역한 김상윤 서울대의대 교수, 안성수 박사가 국내의 몇 안 되는 광우병 전문가라는 사실을 굳이 밝혀 이 책의 내용이 신뢰할 만함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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