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물을 주고 있는
어떤 노인을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이 일을 하는 모습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노인은 항아리를 들고
밭에 있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
물을 담아 올라와서 밭에 물을 주고
다시 항아리를 들고 우물로 들어가
물을 담아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선비가
두레박을 쓰면
훨씬 쉽게 물을 줄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자기가 두레박을 쓸 줄 몰라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레박을 쓰면 거기 마음을 뺏겨
물 긷는 일에 도(道)가 깃들지 않게 되기 때문에
부끄러워서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장자(莊子)의 천지(天地) 편에 실린
공자의 제자였던 자공(子貢)과
그가 만났다는 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공이 어느 노인에게
일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 주려다가
거꾸로 그 노인으로부터
정성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이
편리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깨우침을
얻었다는 내용이지요.
이 이야기로부터
'포옹관휴(抱瓮灌畦)'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실용을 앞세우는 요즘에는
이 이야기의 원래 뜻과는 정반대로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나 생각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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