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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ㆍ가축'보다 못한 '사람'

[분석] 21억 톤의 곡물 중 사람이 먹는 양은 고작 10억 톤

세계 식량 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곡물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무려 37개 국이 외부의 식량원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먹으려는 곡물 수요량에 비해 공급이 갑자기 부족해졌기 때문인가?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식량은 충분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소비될 것으로 추정되는 21억 톤의 곡물 중 10억 톤만이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도록 만든 왜곡된 시장 구조 탓이다.

그럼 나머지 10억 여톤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진보정론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저명한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는 15일 'The Real Crisis Is Global Hunger'라는 칼럼에서 현재 식량에 대한 인류의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원문보기)
▲ 인도의 농부들이 곡물 시장에 밀을 팔기 위해 모여 있다.ⓒ로이터=뉴시스

먼저 조지 몬비오는 '경기후퇴(economic recession)에 빗대 '식량 후퇴(food recession)'가 진행 중이라면서, 바이오연료를 현재 식량 위기를 초래한 '인류에 대한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관련 기사:"바이오연료 산업은 사기극")

SUV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에탄올, 한 사람이 일년간 먹을 곡물 소비

그가 영국에 사는 만큼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전세계적으로 먹을 게 없어 굶어죽는 사람들이 1억 명이 넘는 와중에 영국에서는 최근 곡물로 만든 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를 운송 연료에 섞어 판매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세계은행은 "SUV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에탄올을 만들려면 한 사람이 일년간 먹을 수 있는 곡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전세계 곡물 재고는 5300만 톤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식량 위기를 초래하는 공급 부족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의 밥상을 지배하는 곡물메이저의 '농간'에 가까운 논리다.

몬비오는 "바이오연료가 소비할 곡물은 1억 톤에 달한다. 바이오연료가 현재 식량위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반박한다.

영국의 교통부 장관 루스 켈리는 최근 "새로운 증거에 따라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몬비오는 "무슨 새로운 증거가 필요한가? 인류가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식량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강제되고 있다는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일갈한다.

세계 최대 식량대국 미국, 생산량 18%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 예정

세계 최대 식량대국인 미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올해 전체 곡물 수확량의 18%를 에탄올 연료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동유럽 국가들도 바이오 연료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오는 2010년까지 바이오 연료의 비율을 5.7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오 연료는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정책적으로 중단시킬 가능성이라도 있다. 오히려 더 많은 곡물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바로 고기를 탐식하는 우리의 길들여진 식생활 습관이다. 몬비오는 "정말 식량 위기를 걱정한다면, 고기를 덜 먹으라"라고 호소한다.그는 "바이오연료보다 더 나쁜 게 고기 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 사료에 식량 부족분 14배나 쓰여

올해 1억 톤의 식량이 운송 연료로 전환되는 한편, 7억6000만 톤의 식량이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지 않고 동물을 먹이는 데 쓰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세계 식량 부족분이라는 5000여 톤을 14번 채우고도 남을 양이다. 식량 부족에 따른 기아 사태에 대해 정말 우려한다면,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는 몬비오의 주장에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다.

육우는 1kg 생산을 위해 8kg의 곡물을 먹어야 한다. 닭고기 1kg 생산에는 2kg의 곡물이 필요하다. 30년 전보다 쇠고기는 덜 먹고, 닭고기를 더 많이 먹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기를 먹어대서는 지속불가능햐다.

현재 65억명인 세계 인구는 2050년 전에 95억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의 육류 소비 증가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쇠고기 1g 또는 돼지고기 3.1g을 얻으려면 8.3g의 옥수수 사료가 필요한데,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이 경우 1980년 20kg이던 1인당 육류 수요가 50kg으로 늘었다.

세계 식량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 국민들의 위선적인 식습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난의 화살을 돌릴 곳은 또 있다. 바로 곡물메이저의 투기적 행태가 바로 곡물 가격 폭등의 배후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농가들과 곡물 회사들은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자다. 다국적 곡물 회사 카길의 경우 곡물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10억3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무려 86%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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