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했던 차림새를 바꾸거나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한편에서는 '100시간 총력 유세', '100리 도보 운동' 등 무작정 시간과 노력을 쏟는 '돌쇠형' 선거운동으로 동정표를 모으기도 한다.
지난 2일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의 규모는 30~40%에 이르렀다. 투표율은 50%가 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층을 누가 많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기에, 조직력 면에서 열세인 후보들이 선거에 무관심한 여론 잡기에 주력하는 현장이다.
○‥ 긴 수염에 덥수룩한 머리, 잿빛 두루마기를 트레이드마크인양 고집했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경남 사천)이 '젊은 표'를 유혹하기 위해 산뜻한 변신을 도모했다.
7일 오전 8시 50분, 청바지에 줄무늬 셔츠를 차려입은 강 의원이 진주 경상대학교 정문 앞에 섰다. 수염에는 손을 대지 않았지만 머리는 빗질로 넘겨 올렸고 고무신 대신 운동화를 맞춰 신었다.
"신선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차림새로 표현한 강 의원은 유세에서도 운동원들과 함께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하는 등 '고지식해 보였던' 기존 이미지를 벗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강 의원은 "밤이 캄캄할수록 정치적 관심을 더욱 크게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며 "등록금문제, 청년실업의 해결사 민주노동당에 대해 20대 여러분의 확실한 지지와 선택을 당부린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김성순 후보(서울 송파병) 측은 선거 초반부터 '낭만'을 유세 컨셉으로 잡았다. 행정가 출신(송파구청장) 이력과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67세)를 감안할 때 젊은 유권자들을 흡입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이계경 의원이 여성이라는 점도 '낭만 유세'를 기획하게 된 요인 중 하나였다.
김 후보가 취미삼아 연주해 온 트럼펫이 주무기였다. 볕이 좋던 5일 오후에도 김 후보는 성내천에 나가 트럼펫을 불었다. 산책 나온 지역구민들의 이목을 끌기에 제격이었다. 연설 앞에선 좀처럼 멈추지 않던 걸음도 선율 앞에 멈춰 섰다. 김 후보 측은 "이제는 김성순 하면 트럼펫을 떠올릴 정도"라며 그 효과를 자랑했다.
이목을 끄는 데에는 한 줄의 멜로디보다 효과적인 것이 없기에, 갈고닦은 연주 실력으로 다른 지역구에 '품앗이'를 가는 경우도 있다.
변호사 출신 한나라당 고승덕 후보(서울 서초을)는 6일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앞에서 다른 선거운동원 2명과 함께 밴드 연주를 선보였다. 같은 당 홍정욱 후보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 일전을 벌이고 있는 노원병 지역이다.
고 후보가 출마한 서초을은 한나라당 지지세가 전통적으로 높아 '맞수'가 없는데다가 본인도 방송 출연으로 지명도가 높은 만큼 다른 후보를 도와줄 여력이 충분한 것이다. 고 후보는 저녁 시간에는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 거리로 연주장을 옮겨 이계경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이 '패션' 혹은 '음악'이라는 세련된 코드로 막판 표심잡기에 주력하고 있다면 원초적 동정심에 '한 표'를 호소하는 고전적인 전술도 여전히 유효한 방식이다.
통합민주당 선대위가 내건 '100시간 릴레이 유세'나 정동영 후보(서울 동작을)가 시작한 '8888유세'가 대표적이다. 5·31 지방선거에서도 '72시간 연속 유세'를 감행한 바 있는 강금실 선대위원장은 이번에도 막판 승부를 '피땀으로' 장식할 태세다.
정 후보의 '8888유세' 역시 남은 선거운동 96시간 중 8시간만 자고 잠을 자지 않는 88시간 동안 1시간에 1번씩 총 88회의 유세를 한다는 것으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를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부동층의 이동과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처량함'도 한 무기다. 공천에서 떨어진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당의 '낙천거사단'과 한나라당의 '119 유세단'은 "나는 떨어졌지만 우리 당은 지지해 달라"는 절박한 호소로, 지역에서는 '인기 연설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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