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마당방정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마당방정식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34> 일반상대성이론 ④

마당방정식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과 시공간을 맺어주는 관계를 마당방정식(field equation)이라 부릅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반상대론은 특수상대론과 달리 수학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수학적 내용을 알 필요는 전혀 없지만 일반상대론의 핵심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식이니 한 번 써보기나 하지요.



여기서 아래첨자가 붙은 기호는 텐서(tensor)라고 하는 물리량을 나타냅니다. 간단하게 크기만 지닌 스칼라와 차원 수만큼의 성분을 가진 벡터라는 양은 알고 있지요? 텐서는 조금 더 복잡한데 4차원에서는
라서 일반적으로 4×4 행렬(matrix)로 표현합니다.

마당방정식에는 여러 텐서가 관계하는
는 시공간에서 거리를 정의하는 계량텐서(metric tensor)입니다. 시공간이 어떻게 굽었는가를 나타내는 곡률텐서(curvature tensor)를
라 하고, 곡률스칼라(curvature scalar)를
라 정의할 때
는 아인슈타인 텐서(Einstein tensor)라고 부릅니다.

한편 오른쪽의
는 에너지-운동량 텐서(energy-momentum tensor) 또는 변형력 텐서(stress tensor)라고 부르는 양으로 중력마당을 만드는 압력, 에너지, 운동량 따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G는 중력상수이고 는 빛 빠르기지요. 결국 마당방정식은 중력마당과 시공간의 굽음 사이의 관계, 곧 물질이 시공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기술합니다. 하여튼 이는 전문적인 내용이니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아, 여기서 람다(
)는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라고 부르는 것인데, 아인슈타인은 처음에는 이를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우주상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마당방정식에 넣었지요. 그러나 결국은 다시 이를 없애고, 이것을 생각한 것이 자기의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오늘날 보면 아인슈타인이 "이것을 집어넣은 게 나의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말했던 사실이 바로 그의 일생 최대의 실수입니다. 현재는 우주상수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렇게 왔다갔다 바뀐 것은 우주의 팽창과 관련되어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얘기하겠습니다.

일반상대론 현상

일반상대성이론의 마당방정식을 풀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얻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은 이미 지적한대로 중력마당에서는 빛이 똑바로 가지 않고 휘어져 가는 현상입니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해 뒤편에 별이 있으면 별빛이 오다가 해의 중력 때문에 휘어져서 지구로 들어옵니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별이 위쪽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가 없다면 빛이 똑바로 오니까 별은 원래의 아래 위치로 보이지요. 결국 해에 의해서 별의 위치가 치우쳐 보이게 됩니다.



▲ 그림 6: 해의 중력에 의한 별의 위치 치우침

이를 보려면 별이 해 근처로 왔을 때 관측하면 되는데 보통 때는 햇빛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지요. 햇빛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개기일식입니다. 달이 해를 가려주니까 별빛은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딩턴(Arthur S. Eddington)은 1919년 개기일식 지역이었던 아프리카의 한 섬에 가서 이를 측정했고 일반상대성이론의 예측만큼 치우쳐졌다는 것을 확인했지요. (사실은 에딩턴의 관측 자료는 그리 명확하지 않았고 일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인위적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최근에는 멀리 떨어진 퀘이서(quasar)에서 나온 빛이 해의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현상을 관측하여 훨씬 정밀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 그림 7: 중력렌즈 : 아인슈타인 십자가 아인슈타인 가락지

이렇게 중력이 빛의 경로를 구부리면서 마치 렌즈와 비슷한 효과를 주므로 일반적으로 이러한 현상을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라고 부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나 퀘이서에서 나온 빛이 다른 천체에 의해 경로가 굽어져서 지구로 오면 그 상이 그림 7 왼쪽 사진처럼 여러 개로 보이거나 때로는 오른쪽 사진처럼 가락지 모양으로 보이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일반상대론은 또한 행성의 운동에 뉴턴의 고전역학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줍니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그림 8의 완쪽처럼 행성은 해를 초점으로 하는 타원 자리길을 따라 돕니다. 케플러의 법칙을 정확히 만족하죠. (그림 8은 매우 과장되게 타원을 그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행성의 자리길은 거의 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일반상대론에 따르면 행성은 오른쪽 그림처럼 이른바 장미꽃 자리길을 그리며 움직입니다. (이것도 엄청나게 과장해서 그린 겁니다.) 따라서 자리길에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움직여 가는 근일점 옆돌기(세차; precession of perihelion)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실 뉴턴 역학에서도 해와 행성이 하나만 있어야 자리길이 타원이 되고, 실제로는 다른 행성들의 영향과 춘분점 옆돌기 때문에 근일점 옆돌기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근일점의 움직임은 이미 관측되어 있었는데 뉴턴 역학의 요소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100년에 43초인데 바로 일반상대론의 효과를 예측한 값과 잘 일치합니다. 각도 1도의 60분의 1이 1분이고 1분의 60분의 1이 1초인데 해마다 43초도 아니고 100년에 43초이니 매우 작은 효과이지요. 최근에는 이중 맥동성(binary pulsar)에서 이러한 옆돌기를 정밀하게 관측하였습니다.
▲ 그림 8: 행성의 자리길: 타원 장미꽃 자리길

그리고 일반상대론의 또 다른 결과로서 중력마당에서 빛이 나오면 에너지를 잃으므로 파길이가 길어지는 중력 빨강치우침(gravitational redshift) 현상을 보이고, 이와 관련해서 중력마당에서는 특수상대론에서처럼 시간도 천천히 흐르게 됩니다, 이를 중력 시간 늦춰짐(gravitational time dilation)이라 하는데 모두 정밀한 실험을 통해 확인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비행기에 원자시계를 싣고서 비행하다가 착륙해서 지상의 시계와 비교하면 중력이 약했던 비행기에 있는 시계가 조금 빨리 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새 온곳 위치잡기 체계(global positioning system; GPS)를 많이 이용하지요? 인공위성에 시계를 싣고서 위치를 추적하는데, 정밀하게 시간을 재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간 늦춰짐 현상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중요한 의미는 결국 시간과 공간 자체도 동역학적인 양이라는 것입니다. 시공간이 먼저 주어져 있고 물질이 시공간에 존재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시공간 자체를 변화시킵니다. 물질이 중력을 만들어서 시공간을 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거꾸로 시공간이 물질의 운동을 결정합니다. 시공간이 어떻게 굽었는지에 따라서 물질은 굽은 시공간에 맞춰져서 움직여 가는 것뿐입니다. 마치 산이 많으면 물이 교묘하게 잘 돌아서 가듯이 시공간이 굽어져 복잡하게 있으면 물질 알갱이들은 거기서 최단거리를 찾아서 갑니다.

따라서 물질이 시공간의 굽어진 곡률을 결정하고, 굽은 시공간이 물질의 운동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공간이란 자체가 마당이고 마당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에너지는 또한 물질입니다.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요. 이렇게 놓고 보면 결국은 시공간, 에너지, 물질 이런 것들이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그 전체가 자연의 본질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 얽혀있다는 사실을 일반상대성이론이 잘 보여 줍니다.

(매주 화, 목, 금 연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