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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원리

[최무영의 과학이야기] <32> 일반상대성이론 ②

등가원리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원리가 두 가지 있었지요. 특수상대성원리와 빛의 빠르기가 언제나 같다는 광속 불변 원리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상대성이론도 두 가지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합니다. 하나는 특수상대성원리를 확장한 일반상대성원리이고 또 하나는 등가원리(principle of equivalence)라고 합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가속기준틀의 문제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가속도를 바로 중력과 마찬가지로 보려는 것입니다.

가속도를 지닌 버스의 경우에 일반상대성원리에 의하면 지면에 있는 관측자나 버스에 타고 있는 관측자나 동등합니다. 그런데 버스에 탄 사람이 볼 때는 버스는 정지해 있는데 손잡이는 뒤로 기울어집니다. 마치 뒤로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요. 이러한 관성력은 겉보기 힘이라고 지적했는데, 그것을 실제로 중력을 받아서 기울어진다고 해석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가속도의 효과는 중력의 효과와 같다는 것입니다. 결국 가속도와 중력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 등가원리입니다.

승강기가 갑자기 올라가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몸무게가 늘어난 것처럼 아래로 짓눌리는 느낌이 듭니다. 몸무게는 몸이 받는 중력의 크기를 말하는 거니까, 몸무게가 늘어났다는 것은 중력이 늘어난 것입니다.

질량 m인 갑순이가 승강기를 탔는데 승강기는 위로 가속도를 가진다고 합시다. 그러면 승강기에 탄 갑순이도 가속운동을 하니까 그가 받는 알짜힘은 위 방향을 향해야 합니다. 갑순이가 받는 중력을 mg, 바닥으로부터 받는 수직항력을 N이라 하면 알짜힘은 N-mg가 됩니다. 이것에 운동 법칙을 적용하면 ma=F=N-mg를 얻는데, 이것은 지면에 있는 관측자가 승강기를 탄 갑순이를 기술한 식입니다. 결국 N=m(g+a)가 돼서 중력마당이 g로부터 g+a로 커진 셈이 됩니다. 그래서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지요. 만일 저울 위에 있었다면 저울 눈금은 바로 수직항력을 나타낼 터이고, 따라서 ma만큼 늘어난 몸무게를 가리키게 됩니다.

한편 관측자도 승강기에 타고서 보면 갑순이는 정지해 있습니다. 따라서 갑순이가 받는 수직항력과 중력을 더한 알짜힘은 0이 됩니다. 그런데 저울 눈금에서 보듯이 수직항력이 커졌는데 이는 중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반대로 승강기가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가속도를 -a라 하면 (여기서 음의 부호는 아래 방향을 나타냅니다) 알짜힘은 위의 경우와 같으므로 -ma=N-mg가 됩니다. 따라서 수직항력, 곧 몸무게는 N=m(g-a)로 줄어드네요. 중력이 g에서 g-a로 줄어드니 갑순이는 몸이 날아갈듯 기분이 들 겁니다. 어지러운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요.

만약 아래로 내려가는 가속도가 점점 커져서 a=g
되면 어떻게 될까요? 승강기를 지탱하는 줄이 끊어져서 자유롭게 떨어지는, 곧 자유낙하하는 상황인데 g-a=0이니 중력이 사라지고 몸무게도 없어집니다. 그러면 가속도가 더 커져서 a>g로 되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승강기로는 안 되지만 로켓(rocket)을 달아서 위쪽으로 추진체를 뿜으면 아랫방향의 가속도가 g보다 커질 수 있지요. 이 경우에 N=m(g-a)가 0보다 작아져서 수직항력이 아랫방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수직항력은 미는 힘만 줄 수 있지 당길 수는 없지요. (반대로 줄의 켕길힘은 당길 수만 있고 밀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수직항력이 아랫방향으로 있다는 것은 갑순이가 승강기 천장에 접촉해 있고, 천장으로부터 크기 m(a-g)인 수직항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천장에 불편하게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발을 딛고 있겠지요. 결국 중력마당은 위 방향으로 a-g이니, 사실은 위쪽이 중력의 관점으로는 아랫방향인 셈이지요. (지면에서 위와 아래란 중력의 방향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북극에서는 북극성 방향을 위라고 하지만 남극에서는 북극성은 보이지 않고, 그 반대 방향이 위입니다. )

결국 가속도와 중력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거고 이것이 등가원리입니다. 그런데 질량이란 무엇이지요? 보통 관성(inertia)의 크기라고 정의하는데, 관성이라는 것은 똑같은 힘을 가했을 때 운동 상태가 얼마나 바뀌는가, 곧 가속도가 얼마나 생기는가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힘을 줘도 어떤 물체는 가속도가 크게 되고 어떤 것은 작은데 물체마다 관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고 해석합니다. 어떤 물체의 관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 물체의 질량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질량이 관성의 크기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관성질량(inertial mass)'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체가 받는 전기력은 그 물체의 전기량(electric charge)에 비례합니다. 그러면 중력은 무엇에 관계할까요? 아마도 '중기량(gravitational charge)'에 비례해야 할 것입니다. 보통 중기량이란 말은 쓰지 않고 대신에 '중력질량(gravitational mass)'이라 부르지요. 이는 원래 의미의 질량, 곧 관성질량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전기량이 관성질량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따라서 중력을 얼마나 받는지는 중력질량에 비례하고, 관성이 얼마나 큰지는 관성질량에 비례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은 언제나 같습니다.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 봐도 완전히 같습니다. 전기량과 (관성)질량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왜 중기량, 곧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은 똑같을까요? 이는 수수께끼였는데, 등가원리에 의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가속도를 주는 것이 관성이고 가속도와 중력이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은 것이 자연스럽지요.

중력과 가속도가 같다고 여기자는 등가원리는 중력을 본질적으로 관성력으로 해석하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관성기준틀에서는 중력이 없어지는데, 자유롭게 떨어지는 승강기가 바로 중력에 대해 관성기준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속도를 중력으로 바꾸어 버림에 따라 사실은 가속도에 관한 이론으로 출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결국은 중력의 이론으로 성격이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해석을 따르면 매우 흥미로운 추론이 가능합니다. 중력이 없는 공간, 이른바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 똑바로 진행하는 빛이 가속 운동하는 우주선에서는 어떻게 보일까요? 관성기준틀에서 똑바로 나가는 빛을 가속기준틀인 우주선에서 보면 가속도의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나갈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등가원리에 따르면 가속기준틀이란 가속도의 반대 방향으로 중력이 작용하는 기준틀을 말합니다. 따라서 가속기준틀에서 빛이 진행하는 경로가 휘어진다는 것은 중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결국 중력마당에서는 빛이 똑바로 진행하지 않고 휘어져 간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이는 빛뿐 아니라 보통의 물체, 곧 물질을 구성하는 알갱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빛은 최단경로, 곧 가장 빠른 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페르마의 원리(Fermat's principle)라고 부르는데 고전역학에서 해밀턴의 최소 작용 원리와 같은 맥락이지요. 빛이 똑바로 가고 (직진), 거울에서 되비치고 (반사), 매질의 경계에서 꺾이는 (굴절) 등의 현상은 모두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력이 있으면 페르마의 원리가 성립하지 않는 걸까요?

(매주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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