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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논리로 광명성 3-2호 정치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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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논리로 광명성 3-2호 정치를 읽다.

[과학기술로 북한읽기] 광명성 3-2호, 북미 합의에 의해 발사됐다고 봐야

필자는 지난 4월, 광명성 3호 발사가 실패했을 때 '10개월 안에 재발사될 것'이라는 분석 글을 <프레시안>에 게재한 적이 있다. (☞ "광명성 3호는 다시 발사된다") 아마도 이 글은 재발사를 언급한 최초(혹은 유일)의 분석 글 이었을 것이다.

보통 북한 관련 이슈는 정치 혹은 군사적 관점에서 대부분 분석, 언급된다. 북한의 모든 움직임은 정치, 군사적 목적만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지식경제 시대가 열렸다고 하면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건 북한에서 이제는 '과학기술 논리'가 정치, 군사적 논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과학기술 수준이 미약하다면 정치의 개입 여지가 커지고 과학기술 논리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겠지만 시대의 변화를 논할 정도로 과학기술의 비중이 커진 상태에 이르면 과학기술 논리는 오히려 정치를 제한하고 규정하게 된다. 특히 인공위성 발사와 같이 거대한 사업(재정적 측면이나 기술 수준, 파급효과 등)의 경우, 사업의 진척은 과학기술 논리의 내적 정합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실패로 끝나버린 광명성 3호 발사는 무조건 재발사로 이어져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광명성 3호기는 8개월 만에 재발사되었다. 그런데 대선과 겹치면서, 혹은 발사 시점을 예측하지 못함으로 인한 혼란 때문에 광명성 3-2호 발사와 관련한 의미 있는 정보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비록 작은 정보이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이나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싼 북미관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드러났는데 이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광명성 3-2호 발사 과정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혹은 북한 정치)를 읽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 중에서 다음 4가지 사항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정보가 확보되면 실제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1. 기계 결함이 있어 발사 기간을 1주일 늘렸다가 불과 2일 만에 발사 강행.
2. 전 세계에서 우주발사체를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인 미군의 x밴드 레이더인 SXR(Sea based X-band Radar)가 출격하여 관측하고 있었다.
3. 발사 직후, 곧바로 발사 성공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근거가 '북한이 예고했던 곳에 잔해가 낙하했다는 것' 정도였다.
4.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광명성 3-2호에 대해 고유번호를 부여했다. (39026, KMS 3-2)

▲ 광명성 3호 발사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 북한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준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기술은 우주발사체 제작 기술과 인공위성 제작 기술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기술이 전체 개발 일정을 관리, 통제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시스템의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비중이 더 커지는데 인공위성 발사 사업은 복잡도가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제작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지만 우주발사체 제작 기술과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나로호와 북한의 은하3호-광명성3호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수준이 북한보다 뒤떨어진 이유가 '한미 미사일 지침'에 제약을 받아 우주발사체 기술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의 뒷받침없이는 인공위성 자력발사는 요원한 일이다. 이번 광명성 3-2호 발사와 관련하여 북한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준이 일면 드러났다.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을 제작하고 이를 자체 발사장에서 성공적으로 발사시켰다는 것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준이 일정 수준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발사 준비를 하면서 기계상 오류를 점검한 뒤 현장에서 오류를 2일 만에 찾아내고 고쳤던 것이다. 그것도 자잘한 오류가 아니라 발사가 연기되어야 할 정도로 약간은 심각한 오류였다. 열흘 동안의 발사 가능 기간을 1주일 연기한 것에서 보듯이 이번에 발생한 오류는 열흘 정도의 시간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모든 발사 준비 과정은 기체 결함 여부를 점검하게 되어있으므로 오류를 찾아낸 것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1주일 연기 결정이 나올 정도의 오류를 2일 만에 찾아내어 수정한 것은 놀라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우주발사체를 조립하여 발사하는 것이라면 오류를 이렇게 쉽게 찾아내어 직접 현장에서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전체 기능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오류를 고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사업처럼 거대한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되어 있다. 발사 전 점검 매뉴얼에 입각하여 발사준비를 진행하였을 것이고, 여기서 발견된 오류에 대해 판단, 연기결정까지도 매뉴얼에 입각한 처리였을 것이다. 그런 다음,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도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면 1주일가량이 걸렸을 것이지만 이를 최대한 단축시키는 응급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오류가 난 부분의 설계팀과 제작팀이 직접 투입되어 오류 사항을 분석한 뒤, 오류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찾아 원포인트 수정에 들어가지 않고 2일 만에 1주일 연기 사유에 해당하는 원인을 고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빠르게 대처하여 극복한 것, 이것은 북한의 위기관리 능력 혹은 시스템 엔지니어링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 추정하게 한다.

2. 발사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발사 성공 이후 로켓-미사일 논란은 끝날 것이다.

우주발사체나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제대로 추적할 수 있는 장치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X-밴드 레이더뿐이라고 한다. 이번에 발사 순간을 포착함 이지스함이 보유한 레이더도 측정 가능 범위가 1000km밖에 안 된다고 한다. 2009년 발사된 은하 2호만 하더라도 로켓이 지상 거리 기준으로 3000km를 넘어갔다고 한다. 따라서 X-밴드 레이더가 가동되어야만 북한의 우주발사체 궤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쏘아 올린 것이 진짜 인공위성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논란, 즉 우주발사체냐 로켓이냐,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논란은 대부분 의미 없는 것이었다. 발사를 통해 우주로 쏘아 올려진 것이 무엇이며 어떤 궤적을 그리면서 움직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추정 혹은 가능성만으로 논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란을 잠재울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X-밴드 레이더이므로 이 장치가 가동되었다는 것은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 된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를 사전에 공지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X-밴드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발사 예고 직후, 실제 발사 직전까지는 X-밴드 레이더를 가동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정작 발사 당일에는 X-밴드 레이더가 가동되어 얻은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미국 내에 있는 수리공장에 들어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따라서 2009년 발사까지는 여전히 우주발사체-미사일 논란이 있었고 성공-실패 논란도 있었다. 처음에는 성공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2-3단 분리로 인해 궤도 진입에 실패하였다는 것으로 전체 발사가 실패라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제대로 관측된 정보 없이 진행된 판단이라 무의미한 것이다.

오히려 물리학적으로 100kg 이상의 물체를 고도 500km 이상까지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10km이상만 올라가도 대류현상이 없어지고 공기가 희박해져서 공기저항이 거의 없어진다. 100km 이상 올라가게 되면 그곳은 거의 우주이다. 이곳에 그냥 물체를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술적 성과라 할 수 있다.

2012년 4월 발사 당시에는 X-밴드 레이더가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어 가동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1-2단 분리과정에서 폭발하였기에 성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만일 이때 폭발하지 않고 정상 발사되었다면 광명성 3호가 어떤 궤적을 그리면서 우주궤도에 올라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12월 발사 직전에도 X-밴드 레이더가 가동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직까지 배치된 X-밴드 레이더가 기지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발사 이후 정상 궤적을 그리면서 우주로 진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X-밴드 레이더에 의해 광명성 3-2호가 우주로 나가는 과정이 모두 관측된 듯하다.

4월 발사에서 한 번 실패를 경험한 북한이 12월에 재발사를 시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X-밴드 레이더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거의 절대적인 상태까지 왔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X-밴드 레이더 기지가 중간에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가동했다면 미국 또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는 뜻일 수 있다. 2009년 당시에는 중간에 회항하여 불확실성을 그대로 유지시켰는데 이번에는 그대로 유지하여 끝까지 관측을 하다는 뜻이므로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므로 실패보다는 성공 이후의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즉 X-밴드 레이더를 통해 인공위성 발사 과정을 관측한다는 것도 되지만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이를 관측 데이터로 확인하기(인증해주기) 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X-밴드 레이더 가동은 북한의 서해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것이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였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에서 쏘아 올린 우주발사체가 미사일로 전용될 수도 있다는 점만으로는 '미사일'로 불릴 수 없게 되었다. 우주발사체 혹은 그냥 '로켓'이라고만 불리게 되었다. 실제로 이번 발사 직전까지 미사일이라고 부르던 언론들이 발사 직후에는 대부분 로켓이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우주발사체(로켓)-미사일 논쟁은 끝이다.

3. 2009년 실패 판정은 흠집내기용이었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당시 성공/실패 여부에 논란이 있었다. 발사가 성공적으로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으므로 2-3단 분리가 안 되어 실패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것도 나중에는 2-3단 분리는 있었지만 인공위성이 제 궤도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패 근거가 바뀌었다. 실패/성공 판정 여부는 시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시험 목적에 대한 고려 없이 매번 다른 근거로 실패라는 판정을 내렸던 것이다. 이는 발사의 결과를 '실패'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들어간 일종의 '흠집내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판단과 달리 오히려 2009년에도 1단, 2단 로켓의 낙하지점은 원래 예고했던 지점과 거의 유사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이번 발사가 성공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2009년 발사도 성공이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의도가 들어간 평가였다고 할 만하다.

4. 미국은 이번으로 우주발사체-미사일 논쟁을 끝내려고 한다. 북미 이면 협상의 흔적이 있다.

예전과 달리 이번 발사 직후 미국은 광명성 3-2호에 대해 고유번호를 부여하였다. 단순히 발사의 성공/실패 여부를 넘어 우주에서 돌고 있는 물체에 광명성 3-2호라는 이름을 부여하여 이번에 쏘아 올린 물체가 인공위성이었음을 인증해준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공위성의 존재 여부,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 장치는 미국만이 가지고 있다.(예전에는 소련/러시아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이야기가 사라졌다.) 그런데 발사 직후 논란의 여지 없이 발사 성공 평가가 나왔고 곧바로 인공위성에 대한 고유번호까지 부여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논쟁을 끝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그냥 미국이 북한의 행위에 대해 인공위성으로 인정해주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지난 4월 시험발사 직전에도 있었고 여름에도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북미 협상의 결과였을 것이다. 미국이 인증해주는 것을 내놓았으므로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내놓았을 것이다. 11월 대선 이후에 발사한다고 약속했거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을 것이다. 협상내용이 무엇이 되었건 북미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번 발사가 진행되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발사로 인한 작은 소동은 금방 그칠 것이고 내년에는 북미 사이의 협상이 다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 강호제 박사가 운영하는 북한 과학기술사 관련 홈페이지 바로가기
*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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