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총 23개 주(州)에서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당인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는 20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는 PSUV가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15개 주보다 5곳이 많아진 것이다.
PSUV의 선거운동 책임자인 호르헤 로드리게스(Jorge Rodriguez)는 "(국가)지도의 모든 구석이 빨갛다"며 선거 승리를 자축했다. 개표 결과가 나온 뒤로 베네수엘라 대부분 지역에서는 차베스 지지자들이 당명을 적은 붉은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이번 선거는 특히 차베스의 부재 속에서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집권당에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거 승리를 통해 차베스 부재로 직면했던 정치적 부담을 다소 털어냈다는 평가다. 또 차베스를 대신해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현 부통령을 중심으로 당과 지지자들 간 결속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마두로는 첫 시험무대였던 주지사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내면서 차베스에 이은 2인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게 됐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로 그의 정치적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P=연합뉴스 |
반면 민주통합원탁회의(MUD)를 중심으로 한 야권은 미란다, 라라, 아마소나스주 등 3곳에서만 주지사 자리를 유지하는데 그치며 참패했다. MUD는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7곳의 주지사 중 5곳을 집권당에 넘겨주면서 지방에서도 정치적 입지가 축소됐다.
야권의 참패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지사 선거를 통해 대선 패배를 만회하려 했던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내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 패배 책임을 놓고 내부 공방에 휩싸이며 MUD가 분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참패 속, 카프릴레스는 재선 성공
한편 이번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미란다주에서는 현 주지사인 엔리케 카프릴레스(Henrique Capriles)가 집권당 후보인 엘리아스 하우아(Elías Jaua) 전 부통령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카프릴레스는 지난 10월 대선에서 야권 통합후보로 나섰던 민주통합원탁회의(MUD) 후보다.
카프릴레스는 개표 발표 뒤 회견에서 "미란다주를 보면 행복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집권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고 차베스의 암 투병을 부각해 승리를 거뒀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주지사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미란다주에서 카프릴레스를 떨어뜨리기 위해 현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카프릴레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선거를 다시 하게 될 경우를 생각한 야권 지지자들의 투표심리가 작동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MUD를 중심으로 한 차베스의 반대 세력은 차베스를 정면으로 맞서서는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차베스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 대통령을 다시 치르게 되면 니콜라스 마두로 현 부통령이 집권당의 후보로 나오게 되는데, 이럴 경우 야권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차베스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점을 생각해서 카프릴레스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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