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충남 태안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언론은 뜨거운 취재 경쟁으로 여론을 달궜고 국민은 자원봉사, 국민성금 등으로 적극적인 태안 구하기에 나섰다. 정치인들도 때마침 겹친 대선 철을 맞아 시시때때로 태안을 방문했다.
그러나 기름유출사고에 붕괴된 주민들의 삶은 모두의 책임 회피 속에 방치됐다. 국회가 낸 '태안기름유출사고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은 '누더기'라는 비판을 샀고 삼성중공업은 1000억 원으로 여론을 무마하려 애쓰는 한편 허베이 스피리트호 측과 과실 정도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MBC 스페셜>은 오는 22일 '그 해 겨울 의항리' 편에서 피해지역 주민들의 참혹한 일상을 전한다.
"100일간 태안 주민 3인의 자살을 목도했다"
이번 다큐를 연출한 한학수 PD는 "'태안'이라고 하면 대부분 검은 기름과 자원봉사를 떠올리지만 결국 남는 것은 주민"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픈 핵심을 건드려 이들이 가장 괴로운 당사자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MBC 스페셜> 제작팀은 이번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사고 후 100일 동안 태안 의향리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이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했다. 그 와중에 태안 주민 중 처음으로 자살한 이영권 씨 등 태안 주민들의 자살을 목도하기도 했다.
한 PD는 "지난 1월 촬영 중에 이영권 씨가 농약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태안 의료원으로 달려가 돌아가시기 전 한 시간 가량 촬영을 했다"며 "방송에는 이 분의 이야기만 나오지만 100일 동안 태안 주민 세 분의 자살을 기록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태안 주민의 삶은 붕괴 직전이라는 전언이다. 전교생이 19명인 의향분교에 다니는 소원(13)네도 마찬가지다. 방영분에는 "현금이라고는 39만 원밖에 남지 않은 처지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하는 소원네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태안의 대부분의 굴 양식장이 그렇듯 소원네도 비인가 굴양식을 해 와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민박과 낙시배 영업을 해온 의항리 어촌계장 이충경 씨도 낙담한 것은 마찬가지. 기름유출사고가 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은행 대출을 받아 낚싯배도 새로 구입한 이 씨는 운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기름 뻘 위에 배를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정부와 삼성 측에 대한 주민의 분노가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충경 씨는 "정부와 삼성에 쳐들어가고 싶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 PD는 "사건 초기 12월에는 주민들이 '자원 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지만 1월이 되면서 삼성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2월이 되면서 정부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며 태안 주민의 민심을 전했다
MBC 스페셜은 이번 방송에서 기름유출 사건의 책임 소재를 캐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PD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굴 양식은 지금 포자를 뿌려도 3년 이후에나 수확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1~2년새 보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현실성 있는 특별법 마련과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선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MBC스페셜 팀은 이번 편이 국민적 공감대를 일으키면 앞으로 1년간 태안의 상황을 지켜보며 환경의 변화, 정부 보상 문제 등을 지켜보며 한 발 더 나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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