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경제 위기'를 강조하면서 그의 말에 담긴 진의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데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생필품 50개 물가 관리'를 지시하면서 물가 안정 의지를 강조하는 듯하면서도, 5~6%대 성장 목표는 수정하지 않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자 이명박 정부가 성장과 물가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하느냐를 놓고 각 언론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조선일보> "이명박 실제 목표는 물가가 아니라 성장"
<조선일보>는 21일 경제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물가가 다소 상승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성장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성장이 이겼다"는 기사에서 "당초 올해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3.3%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장이 바뀌었다. 물가 마지노선을 '3%대 후반'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물가 안정을 최대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라고 전망하면서 "정부의 물가 정책은 전체 물가의 상승은 어느 정도 용인하되 서민층 체감 물가와 직결돤 품목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투 트랙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생필품 물가 관리'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도 회의적이다. 이 신문은 "'생필품 50개 집중관리' 효과 있을까"라는 기사에서 물가 관리 우선 품목 선정 기준의 형평성 문제, 해당 품목의 가격 안정 방책의 현실성 문제, 공공요금 동결 정책의 '단기성' 등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다분히 총선용으로 해석되는 이 대통령의 '물가잡기 정책'에 애정 어린 시선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신문은 "밀가루가 더 싸도…MB '쌀가루 사랑' 요지부동"이라는 청와대 스케치 기사에서 '쌀이 더 비싸다'고 지적하는 참모에게 "이 대통령이 왜 쌀로 라면과 국수, 과자 등을 만들면 밀값 상승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되는지 참모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며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경향신문> "처방도 없이 위기감만 고조시킬 것인가"
반면 <경향신문>은 "'성장' 잠시 접고 물가잡기 나섰다"라는 기사에서 청와대가 20일 '50개 품목 특별관리 정책'을 내놓은 것을 들어 "'성장'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가 '물가'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물가 급등에 따른 민생 경제 불안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새 정부가 물가안정 조치를 계속 고집할지는 미지수"라며 "갑작스러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시장 불안 해소가 목표일 뿐, 어느 정도 물가가 진정되면 '성장'에 다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명박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명박 정부가 처방은 없이 경제위기만 강조하고 나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위기론'을 설파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며 "현재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는 했지만 '경제위기론'을 부추기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민간소비는 더욱 위축돼 실물경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신문은 최근의 경제 불안 심리는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성장 위주의 공약인 '747'을 고수하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고성장 신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런 위기론이 '총선용'일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은 최근 경제 위기의 책임을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로 돌리며 유권자들의 안정 심리에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이명박은 늘 경제 걱정 뿐" 감싸기?
<경향신문>과 대조적으로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이 연일 내놓는 '위기론'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MB 입에서 또 '위기'라는 말 나왔다, 왜?"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심리상태는 '노심초사'"라며 "부처 업무 보고 때문에 지방을 자주 찾지만 수시로 환율 상황을 체크하고 보고 받는 등 한 순간도 경제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라며 이 대통령을 한껏 높였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이 '위기'라는 말을 자주 거론하는 것은 "어려워진 국내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국정 운영에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에 팽배하고 새 정부가 강력한 추진 엔진을 달수 있느냐가 걸린 18대 총선도 코앞에 닥쳐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따 "아직 경제 위기는 아니지만 이것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직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것"이라며 '총선용 위기론 아니냐'는 비판에 방어 논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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