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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끝없는 전쟁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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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끝없는 전쟁을 멈춰라"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62> 미국의 이라크 침공 5년 비판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지 꼭 5년이 흘렀다. 이라크의 전 권력자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등 미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들은 이미 허구로 드러났다. 세계 제3위의 석유매장량을 지닌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움으로써 안정적인 석유공급선을 확보하려고 미국이 전쟁을 벌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점령 5년 동안 이라크에서 벌어진 혼란은 숱한 이라크 민초들의 희생과 피눈물을 강요했다. 아래 글은 <프레시안> 기획위원이자 국제분쟁전문기자인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5주년을 맞아 주간지 <맞불>의 김용욱 기자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맞불>은 '국제주의-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의 깃발을 내걸어온 진보적 운동조직인 '다함께'가 펴내는 주간지다. <편집자>

<맞불>: 부시는 이라크 침략 이후 중동에 민주주의가 전파되고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제가 이라크에 갔을 때, 미국의 침공이 있기 전에는 이라크에 자살폭탄 테러라는 게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 침공 명분은 사담 후세인 독재로부터 고통받는 이라크 사람들을 해방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없었다면 안 죽어도 됐을 이라크인들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만 명이 넘게 죽었습니다. 후세인의 불행은 석유를 지닌 독재자였다는 것입니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미국의 안정적인 석유 공급선으로 만들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었습니다.

<맞불>: 부시가 중동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미국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는 중동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중동 패권이나 이스라엘의 안보가 미국에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석유입니다. 이라크를 침략한 것도 중동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전쟁론자들에게 이라크는 전쟁의 마지막 목표가 아니라 중동 지배의 시작에 불과하고, 다음 목표로 이란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 침략의 빌미로 이란 핵개발을 내세우고 있는데, 실제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것이고, 미국의 안정적인 중동 지배에도 위협 요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로 핵무기 개발을 할지는 지금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미국이 중동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이란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죠. 따라서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을 계속 강화해 그것을 구실로 중동에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친미 정권을 유지, 확대해 나가려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5년 동안 이어진 혼란으로 말미암아 반미감정은 매우 높다. 바그다드 동쪽 사드르시티의 거리에 나붙은 벽보들은 반미투쟁을 역설한다. @김재명

<맞불>: 힐러리나 오바마 등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면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만...

미국의 대외정책은 민주당이 되든 공화당이 되든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것은 민주당 후보들의 팔레스타인 정책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친이스라엘적입니다. 누가 되든 친이스라엘·일방주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부시 정부의 친이스라엘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중동 정책은 민주당 정권 하에서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조금 완화된 형태의 일방주의 정도를 바랄 수 있을 것입니다.

<맞불>: 부시는 최근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고 있고, 곧 미군이 철군을 시작할 것이라고 거듭 말해 왔습니다.

이라크인들의 반미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저항은 계속될 것입니다. 마치 베트남전 때 "미국이 베트남의 수렁에 빠졌다"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 "미국이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졌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워낙 그 수렁이 깊고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미국은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혼란', 즉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그것을 제압하려는 미군의 시도를 뜻하는데, 이것은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친미 이라크 정부군이 독자적으로 치안을 담당할 수 있는 시점을 2012년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미국 정부의 희망사항일 따름입니다.

<맞불>: 미국의 중동 패권 정책에 반대하는 저항세력들 중에는 이슬람주의에 영향받은 집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서방 정부와 언론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합니다. 과연 이슬람주의 저항세력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모든 사물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안중근 의사가 죽인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는 일본의 부국강병을 이룬 경륜 있는 정치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화폐에 얼굴이 있을 정도죠. 따라서 미국이나 서방 언론처럼 이슬람주의 저항세력을 단순히 테러리스트로 규정할 수는 없고, 현지 중동 민중이 그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현지에 가서 보면, 중동 민중은 이슬람주의 저항세력들을 반미 혹은 반이스라엘 투사로 여기고 있습니다.

<맞불>: 3월 15일과 16일 전 세계적으로 반전공동행동이 벌어졌는데요. 반전운동의 전망은?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반전 평화 운동이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 평화 운동의 열기에 비해 다소 약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런 목소리가 남아 있는 것이 장기적인 전망에서 보면 매우 중요합니다.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린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당장 참가자 숫자가 작고 동력이 다소 약하다고 해서 우리가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때라도 적절한 계기만 주어지면, 하나의 불씨가 큰 불로 타오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부시 행정부나 이명박 정부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지 반전 평화같은 문제는 사치라고 사람들에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이 오면 확 타오를 것으로 저는 낙관합니다.
▲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5년 동안 이어진 혼란으로 말미암아 반미감정은 매우 높다. 바그다드 동쪽 사드르시티의 거리에 나붙은 벽보들은 반미투쟁을 역설한다.ⓒ김재명

( <맞불> 78호, 3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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