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부터 요동치기 시작한 세계 증시가 이제 험난한 고비를 넘겨가는 것도 같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달려있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오늘은 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이번의 뉴욕발 쓰나미는 미국의 금융자본에 의해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얽히고 엮어있는지를 생생하고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값 상승이 지속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었다. 집값이 하락하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모를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주택담보권을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하여 대출재원을 마련한 다음, 그것으로 또 다시 대출을 무한반복한 것 역시 잘못이었다.
그런 불안한 정크 본드를 소화해 준 시장도 잘못이었다.
이런 점이 상식적으로도 불안하니까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하는 '크레딧 디폴트 스왑'이라는 보험파생상품을 이용했지만,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이었다.
부분적인 문제라면 모를까, 시장 전체가 무너지면 보험사가 전체 위험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험료 몇 푼으로 양심과 상식을 해결하고 전체 물량을 끊임없이 키운 것도 잘못이었다.
결과 이 크레딧 디폴트 스왑이란 보험은 2004 년부터 지금까지 5 배나 늘어나서 무려 45 조 달러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위험을 담보하게 되었다. 이 정도의 돈이면 전 세계 은행들이 지닌 전체 예금액수에 버금간다고 한다. 보증회사들이 지닌 자산이라 해야 그 1/100도 안 될 터인데 말이다.
여기에 수익도 크지만 위험도 큰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이런 위험한 보험에 의지하여 자본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신용을 써서 마구 사들인 헤지펀드들은 문자 그대로 부나방 꼴이었다.
아울러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용을 공여해 준 투자은행들 역시 한 다리 건너있었을 뿐 부나방과 다를 것이 없었다.
또 그런 투자은행들에게 단기 대출을 제공한 글로벌 상업은행들도 분명히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잘못이었다.
분명 그들 모두는 서브 프라임 담보 대출이 지닌 위험성과 파괴성을 잘 알고 있었겠지만, 만일 잘못되면 나만 죽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공멸할 판이니 그건 아예 외면하고 당장 눈앞의 수익부터 챙기고 보자는 심리에서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문제가 터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브 프라임 담보대출이라는 것이 그 얼마나 미친 짓거리였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서로가 서로를, 또 자신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 역시 문제를 외면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금융시장이라 위험성을 몰랐다고 변명할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일정하지도 않고 자산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리가 높아질 수 있고 집값이 하락할 때 다른 담보를 받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담보대출을 제공한다는 원천적 사실 자체가 '도덕적 해이'이면서 문제의 출발이라는 것은 금융의 기본적 상식이다.
간단히 말해 갚을 수 없는 돈을 꾸어준다는 것은 금융거래의 기본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수 년 전 돈이 없는 서민들을 상대로 마구 신용카드를 남발해서 돌려막기를 시키다가 결국 카드채 대란을 겪었다. 실로 한심했다, 뭐 이런 금융풍토가 다 있나 싶었지만, 미국의 금융회사들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세계 최강이라 인정받는 미국의 금융시스템도 이런 자기 기만과 사기 범죄 행각을 일삼는다. 다만 한 가지 인정해줄 것은 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된 부분 전체를 폐기처분하도록 되어있다는 점이다.
마치 새우깡 한 봉지에서 이물질이 나오자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전체를 수거하여 폐기하는 것과 같다. 이런 면에서 우리 금융은 그 식품회사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금융허브를 만든다느니 금융강국을 만들자는 얘기들은 여전히 무성하다.
문제는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사기 사건은 엄청난 해일이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얽혀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우리가 왜 미국과 얽혀야 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래서 답해주었다. 가난하고 조촐하게, 하지만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면 미국과 엮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이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DVD, 인터넷, 안락한 주거 난방, 해외여행, 성형수술과 S 라인,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시청, 24 시간 편의점 등등의 편리성을 다 버리고 전기와 상수도 제한 공급, 두어 끼니 쌀밥과 된장국 정도로 자족할 수 있다면 미국에 매여 살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싫다면 정신 바투 차리고 미국과 엮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증시의 흐름을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신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지 않아도 전체로서 얽혀있기 때문이다.
작년 丁亥(정해)년의 運氣(운기)는 실질적으로 햇빛이 극점에 달하는 夏至(하지)를 정점으로 쇠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정해'의 亥(해)가 차가운 물의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은 하지에 최고였지만 열기는 7월의 大暑(대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대서 무렵에 증시는 일차적으로 정점을 만들었다가 급격한 하락을 보이더니, 재차 올라서 미국의 경우 10월 庚戌(경술)월부터 우리는 11월 辛亥(신해)월에 최고가를 보여주었다.
이는 단기 거품이었고, 아울러 두 가지 정보를 주었다.
거품이 생겼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오르겠다는 의미이고, 단기적으로는 거품이기에 급격한 하락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였다.
결국 급격한 하락을 만들어낸 것은 서브 프라임 문제였다.
이번 미국 증시의 하락을 다우존스 지수를 놓고 볼 때, 대서 하루 전인 7월 22일의 정점으로부터 大寒(대한)인 금년 1월 22일까지 하락한 것이다.
가장 뜨거운 때에서 한기가 가장 심한 때까지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하락으로 인한 공포와 신용위기는 그로 그치지 않고 이어져서 숨 가쁘게 오르내렸다.
필자는 당초 우리 코스피 시장은 1월 22일 대한 추위의 저점인 1570 포인트 지대를 다시 깨고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며, 증시는 대한으로부터 두 달 뒤에 오는 3월 20 일의 춘분부터는 상승으로 반전될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3월 17일, 월요일에는 바닥이라 여기던 1570 포인트 대를 무려 40 포인트나 하회하는 대폭락장이 연출되었다.
솔직히 말해 충격 받았다. 작년 말부터 하락을 시작한 증시였지만, 으레 그렇거니 하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가 이번에는 백전노장이라 자처하는 필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을 느껴야 했다.
여기가 끝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되면 내년 말부터 시작한다고 계산해오던 우리 국운의 겨울이 앞당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대형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 일보 직전에 주인이 바뀌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사실상 '제로 이하의 금리'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다행히도 미국 다우존스는 아슬아슬한 고비에서 반전했다.
일본 엔화도 역사상 고점을 갱신했다가 겨우 진정되고 있고,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국면에서 유독 달러가 급등하던 우리 외환시장도 급등세를 멈추고 있다.
아직 증시가 하락을 멈추었다는 점에 대해 100 % 확신은 없지만, 만일 이번에 증시가 다시 하락을 시작한다면 사실상 그것으로 萬事休矣(만사휴의)가 될 것이다.
엔 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고, 그에 따라 뉴욕을 거쳐 전 세계에 투자된 돈은 일제히 회수될 것이다. 중국 역시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잔치를 치르기도 전에 초상집 분위기로 변할 것이다.
다행히도 춘분 근처에 오니 증시가 일거에 반전되면서 중요한 선을 지켜내었다. 12월 입동부터 본격 하락한 증시인지라 5월의 입하부터는 다시 급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추산이다.
24 節氣(절기)는 달력에도 나와 있건만 사람들은 그 뻔한 것을 보지 않으니 그 또한 묘한 일이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형이상학은 인간 悟性(오성)의 한계 밖이라고 비판한 이래 현대문명은 너무 그 말을 순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생각한다. 굳건해 보이는 진리는 도그마일 뿐 진리가 아니며, 참된 진리는 끊임없는 懷疑(회의)의 공간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미약한 촛불과도 같은 것이라고.
증시 걱정에 글을 제 날자에 올리지 못했다.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목련 환하게 벙그는 모습이 어서 보고플 뿐이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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