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9일 박상천 공동대표를 전남 고흥·보성에 공천했다. 당 내에서는 박 대표가 수도권 출마나 불출마 등을 통해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비등했으나 본인은 기존 지역구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여론조사 경선 끝에 공천권을 따낸 것이다. 이날 민주당이 추가로 공천을 추인한 6지역에서는 현역의원이 2명 탈락했으나 호남 중진의 대표격인 박 대표의 공천으로 '쇄신'의 빛이 가려졌다.
박상천, 여론조사 경선 끝에 압승
박 대표의 공천은 고흥·보성이 여론조사 경선 지역으로 분류되면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조직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지난 13대부터 16대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4선을 지낸 박 대표의 적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17대 총선에서 탄핵바람을 타고 박 대표를 눌렀던 신중식 의원은 공천 경합에서 일찌감치 낙천이 결정됐고, 서울에서 16대 의원을 지냈던 장성민 전 의원이 박 대표와 막판 경합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박경철 공천심사위 홍보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전남 고흥·보성에서는 박 대표와 장 전 의원 간의 충격적인 수준의 여론조사 격차가 있었다"며 박 대표의 압승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당 내에서는 한나라당이 영남 중진들을 '신진 길 터주기' 혹은 '구태 인사' 등의 정치적 명목으로 물갈이를 했던 것처럼, 박재승 위원장도 박 대표 등 상징적인 호남 중진들에 대해서는 인위적 청산에 나섰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전략공천 지정 문제를 두고 박 대표와 대치중인데다가 정균환 최고위원 등 공천에서 떨어진 '구(舊)민주계' 인사들의 반발세도 만만치 않아 정치적 선택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과 박 대표 간의 기세싸움에서 박 위원장이 밀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이나 공천 확정권, 비례대표 공천위원장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는 항상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 위원장이 승리를 거둬왔지만, 최근 들어 박 대표가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안배에서 '통합의 몫'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위원장이 견제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실제로 최고위원회에서는 정균환 최고위원이 공심위의 재의요건을 3분의 2 찬성으로 고치는 당규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박 위원장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최고위원의 개정안대로라면 최고위원회가 반대하는 공천을 공심위가 밀어붙이기 어려워진다.
빛바랜 현역 탈락
고흥·보성 외 5곳의 호남 공천에는 이영호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과 비례대표로 지역에 도전한 김재홍 의원(전북 익산갑)이 고배를 마셨다. 두 현역의원이 빠진 자리에는 각각 이춘석 변호사와 민화식 전 해남군수가 공천됐다.
전북 익산을에는 현역의원인 조배숙 의원이 공천돼 3선에 도전하게 됐고, 전남 목포에는 정영식 전 목포시장이 공천을 받았다. 전북 전주덕진에서는 김세웅 전 무주군수가 공천됐다.
이해찬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관악을에서는 이성재 전 의원과 김희철 전 관악구청장의 경선이 예정됐으나 이 전 의원이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김 전 구청장의 단수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다.
한편, 민주당은 예비후보들의 이의제기로 인해 여론조사 경선이 중단된 경기 안산 상록을과 광주 서구갑 등 2개 선거구에 대해서는 기존 여론조사를 폐기하고 재경선을 실시하고 있으나 재경선 결과 승복에 대한 후보자간 합의가 없을 경우 공심위가 결론을 내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광주 서구을에 대해서는 전날 김영진 전 의원을 공천자로 확정 발표했으나, 김 전 의원 측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한 혐의로 선관위의 조사를 받는 등 문제가 제기되자 재심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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